Time and Money

Tuesday, February 08, 2011

2011년 1월 중앙일보

기다리는 마음

한동안 ‘인스턴트’ 인생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준비가 오래 필요했던 식사를 대체하고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쏟아져나오면서 변화한 삶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인스턴트 인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해 굳이 마음 졸이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편의주의다.

그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인스턴트 삶으로 발전했다. 음식에서 시작된 삶의 변화는 통신수단에서 드디어 혁명적인 수준으로 격상한다. 인터넷과 핸드폰 시대로의 진입이다.

말하고 싶은 사람과 언제 어디서나 대화가 가능해졌다. 찾아보고 싶은 자료는 서치엔진만 들어가면 바로 나온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주일 전에 전화로 그것도 집전화로 약속해놓는 일도 없고, 마음 담긴 편지를 띄우고 언제 답장이 오려나 가슴 설레던 감상은 잊혀지고 있다.

항상 의식주의 부족으로 고통받아왔던 인류에게 경제는 어떻게 더 풍성한 공급을 할 수 있게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그래서 경제학은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세가지 질문의 바탕에는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하겠다는 고뇌가 담겨있다. 그러니 경제의 원칙에는 절약과 알뜰함이 담겨있다. 결국 경제는 부족한 자원을 아껴쓰면서 여러사람이 함께 삶다운 삶을 살아보자는 목표추구이다.

느닷없이 기다리는 삶을 얘기하다 경제로 흘러간 이유는 바로 절약과 알뜰함의 미덕은 기다리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좀 여유가 있는듯 해도 앞날을 위해 기다리는 마음을 가질 때만이 절약이 가능하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돈의 시간선호도 (Time Preference of Money)라고 부른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당장 쓰고 싶은 욕구가 지배하면 시간선호도가 높다고 하고 반대로 저축하는 욕구가 지배하면 시간선호도가 낮다고 한다.

주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선호도가 낮다.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현재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내집 장만한다고 적금을 들면서 통장을 받아들고 꿈에 부풀어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시간선호도가 낮은 사람이다. 기다리는 마음이 주는 행복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스턴트 인생과 통신혁명의 세대에서는 그런 기다리는 마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버는 것도 빨리 벌어야하고 쓰는 것도 빨리 써야한다. 인내하며 기다리자는 정신은 구시대적 사고로 무시당하는 추세다.

서브프라임 시절 집값이 올랐다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남부럽지 않은 소비를 하면서 부자되었다고 착각한 것은 한편으로 인스턴트형 삶이 가져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부족한 자원의 인류에게 절약이 없는 과소비의 시대는 분명히 파산이라는 결말을 가져온다. 대박을 쫗다 도박과 폰지 같은 사기에 피해를 입는다. 너도 나도 집을 살 수 있다고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수많은 부실로 어려워지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그후 우리는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새로 시작되는 올해도 좋은 전망은 많아졌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날로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도 걱정이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일촉즉발의 위험이 남아있다. 고실업율과 아직도 바닥을 확인키 어려운 주택시장은 개인들의 마음을 차갑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알뜰과 노력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인고의 과정을 내게 가까이 하지 않고 빠른 해결만 쫗아다니면 사회전체적인 해결도 오래걸리고 내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도 답답해진다. 꿈이 실현될 때까지 절약하고 저축하면서 기다리는 마음이야말로 오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해주는 삶의 영양제다.

2010년 12월 중앙일보

비곗덩어리

적군의 점령지가 된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집단이 한 마차 안에 타게되었다. 그 중에는 창녀가 끼어있었는데 귀족부부 등 지체높다는 다른 사람들은 같은 마차 안에 그런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분나빠했다.

긴 여행 중에 배가 고파졌고 유일하게 음식을 가져온 창녀가 음식을 나누어주자 그 동안 기분나빠했던 일행은 언제 그랬냐는듯 창녀에게 다가가 음식을 받아먹고 같은 인간으로 ‘대접’을 해준다.

그러다 목적지 중간쯤에서 마차는 저지를 당했고 적군의 장교가 창녀와의 하룻밤을 자는 것을 통과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창녀는 아무리 비천한 자신이라도 적군에게 몸을 팔 수 없다고 버티면서 일행의 통과여부는 난항에 부딪힌다.

통과를 원하는 일행은 온갖 감언이설로 집요하게 창녀를 설득해 그녀는 결국 적군의 장교에게 몸을 허락하고 일행의 마차는 통과허가를 받아낸다. 그러나 정작 통과허가를 얻고나자 일행은 창녀를 더러운 여자라고 다시 무시하고 멸시한다.

프랑스의 문호 모파상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비곗덩어리’라는 소설의 줄거리다. 인간의 이중성과 극도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한 내용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아슬아슬하던 미국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을 때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초강도의 구제정책을 실시했다. 우선 시간적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졌고 내용적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었다.

여기에 새로운 시대의 대명사라고 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경제파탄과 전쟁의 아수라장을 수습해 다시 건강한 미국을 만들기를 기대했다.

이 때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제는 이번 서브프라임으로 상징되는 거품과 그 붕괴의 원인으로 통제되지 않은 금융계의 탐욕이 지목되었고 새로운 시대는 절제와 근면과 남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기초로 재편성되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기득권으로 경쟁력을 마비시킨 미3대 자동차회사의 노조가 개혁되었고 금융계의 지나친 인센티브도 제한되었다. 1년 반 이상이 걸린 금융개혁의 틀도 마침내 이루어졌다. 금융개혁의 명분은 문제의 원인이었던 대형은행들을 국가경제에 대한 파장을 고려해 구해주면서 나타난 도덕적해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와 금융계가 안도의 숨을 돌리면서 대형은행들은 금융개혁안이 금융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외치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융개혁을 포함한 여러 경제개혁안들이 대부분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한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해봐야할 점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지난 2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부동산 거품의 후유증이고 그 상처는 너무 깊어 단기간에 누가와도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잘사는 사람을 더 잘살게 하면 사회전체가 다 잘산다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어마어마한 거품을 만들어내고 그 힘에 못이겨 무너지고 말았다.

그 넘겨진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고통을 만들지 않도록 제도적 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사회의 파장을 고려해 살려준 대형금융기관과 기득권 층은 반기업적 발상이라고 몰아부치고 대공황과 같은 금융계 파탄을 방지한 금융 구제안은 무책임한 정책으로 폄하된다.

그리고 마침내 개혁을 주도한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했고 지금의 경제문제는 마치 모두 민주당과 오바마대통령의 실책인 것으로 밀리고 말았다.

창녀라고 비하하면서 필요할 때는 인간대우를 해주다 목적달성 후에는 다시 무시하는 위선을 보여준 소설 ‘비곗덩어리’가 도탄에 빠진 경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개혁세력이 이번 중간선거로 무너진 상황과 비슷하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2010년 11월 중앙일보

양적완화

제2의 양적완화를 쓴다고 한다. 영어로는 Quantitative Easing인데 요즘은 너무 자주 쓰다보니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QE의 약자로 표현되고 이번 제2의 양적완화는 QE2로 부르기도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푼다고 이해하면 된다.

경기부양정책은 크게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이란 정부가 사업을 벌이거나 세금을 줄여주거나 아니면 실업수당을 더 길게 해주는 식으로 직접 생산을 늘려 고용을 일으키고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을 주는 방법이다.

반면에 금융정책이란 소비자나 고용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방법을 말한다.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과 은행들의 지불준비율을 낮추는 방법이 대표적인데 현대에 와서는 이자율정책이 집중적으로사용된다.

일본의 장기불황시절에 이자율이 0%까지 떨어지고 나자 더 이상 이자율을 낮출 수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묘책이 양적완화인데 금융정책의 일환이다.

양적완화를 하면 시중에 돈이 많아지고 금리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돈많고 이자가 낮으니 대출이 활성화되서 기업은 시설을 확장하고 소비자는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큰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리기 쉽다.

이자율이 낮으니 은행에 돈을 넣기보다는 높은 수익율을 쫗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그러면 주식가격이 올라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 소비를 더하는 소위 ‘부의 효과’도 생긴다.

달러가격이 떨어져 미국의 수출가격이 싸지면서 수출위주의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한다.

이렇게 보면 기가 막히도록 좋은 정책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2008년 말부터 2010년 3월까지 시도된 1조7천억에 해당하는 제1차 양적완화는 미국의 실업율을 해결하지 못했다. 양적완화를 최초로 시도했다는 일본 역시 아직까지 경기의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양적완화로 돈이 늘어나고 이자율이 싸져도 개인이나 기업들이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이다. 아니 개인의 경우는 못빌리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개인들은 거품시절의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어 돈이 조금만 생겨도 빚갚기에 바쁘다. 기업들은 아직도 불안하기에 돈을 벌어도 현금으로 챙기고 있다. 은행들은 적자메꾸기와 자본비율을 올려 사활의 덫에서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돈은 있으나 아무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양적완화가 성공하려면 돈을 늘리고 이자율만 낮춘다고 되지 않는다. 돈을 쓰려는 투자와 소비심리가 살아나야한다. 경제의 기본원리다.

양적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돈을 못쓰기 때문에 경제가 안돌아 간다고 하면 지금 돈을 더 푸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투기만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거품의 후유증을 거품으로 막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미 양적완화의 화살은 당겨졌다. 금값이 튀고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신흥국가로 투기성 달러가 몰린다. 제2의 양적완화가 다시 전세계를 거품에 몰고간다는 우려가 생긴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대공황과 일본장기불황에 관한 전문가다. 미국의 금융위기 전에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한 정책에 대해 여러 조언과 비판을 했었다. 너무 소극적 대처가 문제라고 했다.

제2의 양적완화는 어찌 보면 적극적 또는 선제공격적 대처라고 할 수 있다.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린다. 그래서 ‘버냉키의 도박’이라는 말도 듣는다. 역사의 달인으로 영웅이 될 지 아니면 경제를 뒤엉키게 했다는 오명을 듣게될 지의 승부수는 던져진 것이다.

2011년 2월 7일

소비지출의 증가

미국 전체 소비가 지난 12월 0.7%가 오르면서 2010년 한해 동안 3.5%가 증가했다고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12월 한달에 소비가 증가함으로써 미국의 소비는 6개월간 연속 성장하는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년 동안 3.5%가 성장한 기록도 불경기가 시작하기 전 마지막 해였던 2007년의 5.2% 증가 이후 가장 높은 성장이어서 미국의 본격적 소비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낙관론을 심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낙관론은 금년들어 시작된 사회보장세금율의 한시적 인하로 가처분소득이 올라가면서 소비증가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예상과 맞물려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더욱 긍정적인 점은 이렇게 소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저축율이 5.8%를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저축율이 그 전 해인 2009년의 5.9%에 비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서브프라임 시절의 1%대에 비하면 현저히 높아 개인과 가계의 재정건전성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개인의 소득의 증가와 함께 소비도 늘고 저축도 느는 아주 이상적인 현상이 2010년 하반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여러 기관에서 발표되는 경기회복세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에서 소비는 약 2/3를 차지하는 근간이기 때문에 소비의 증가는 미국경제의 성장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소비의 증가가 지금의 추세로 이어진다면 미국 경제 성장, 그리고 기업의 실적 호전, 생산시설의 확대와 고용의 증가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게됩니다.

이러한 장미빛 전망에 대해 경계의 의견은 지금의 소비증가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아직도 주택시장의 정리가 끝나지 않아 개인들의 재정상태가 힘들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도 당분간 고용증가를 하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높은 실업율도 해결되기 힘들다는 근거에서 지금의 소비증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아직 미국경제가 다 회복되기도 전에 그동안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던 신흥개발국들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커지고 있어 각국의 금융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게 되면 세계경제가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계의 요소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일단 생산과 소비에서 꾸준하게 성장세를 유지하는 지금의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011년 1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올해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었던 연방채권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현재의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방채권매입 프로그램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현재 경제상태에 대한 의견이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가 아직도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서민 경제에 가장 중요한 실업율이 9%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거시경제지표 즉 기업의 실적이나 제조업과 소비 그리고 국내총생산의 지표를 보면 경제는 이미 성장권에 들어섰고 경제상태를 측정하는 기관에서는 이미 불황이 지났다고 선언해 이제 경제는 안정되었다는 의견도 팽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잘못 결정하게되면 그 여파가 너무 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까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연방채권매입에 대한 공개시장위원회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연준에서는 만약 경제가 안정되었다고 해서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조치인 연방채권매입을 중단했다가 경제가 다시 하락하면 그렇지 않아도 실업율이 높아 위태로울 수 있는 경제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이미 경제가 안정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돈을 더 풀면 경기부양에 대한 추가효과는 미미한 반면 너무 풀린 돈으로 인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그 때부터 이자율이 급격히 치솟아 자칫하면 경제를 파국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둘 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지만 연준의 입장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지더라도 과감한 경기부양을 선택하겠다는 쪽입니다. 아직도 실업율이 높아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지않은 상태에서 일단은 잘된다는 확인을 하고 그 다음 문제인 인플레이션은 그 때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지난 주 발표에서는 금융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버냉키의장과 다수의 위원들이 일단 실업율을 낮추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1년 1월 24일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방문과 미중 경제문제

후진타오 중국주석의 미국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의 우호관계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위안화 절상의 쟁점을 놓고 양국간의 의견차가 얼마나 좁혀져 실제적으로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해결책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초점은 과연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의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서브프라임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인지에 있습니다.

미국의 주장은 중국이 저평가된 위안화를 통해 중국산 상품가격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임으로써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미국은 과소비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생긴 반면, 중국은 지나친 외환보유고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의 반론은 미국의 주택시장의 거품과 이에 의존한 과소비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경제대국들의 방만한 금융시장 관리에 더 이유가 있으며, 중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꼭 위안화의 인위적 저평가가 주요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을 포함한 무역흑자국들의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위안화의 가치를 올려서 해결하지 않고도 국내 이자율 인상 등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안화의 인위적 저평가가 세계경제의 왜곡요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배경에는 위안화의 가치 상승을 피하고 싶은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최근 연이은 미국 연준의 채권구입 프로그램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하려는 미국의 금융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해도 달러를 마구 찍어내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면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이 심한 압박을 받기 때문입니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질수록 중국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또한 중국이 보유한 2조 9천억불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가치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될 상황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대해 달러가치를 유지해주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위적 위안화 저평가로 야기된 미국과 중국의 불균형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공생관계를 가져왔다는 아이러니가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못찾은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2011년 1월 17일

고실업율과 임금감소

이번 불황기간에 실업자가 새로 직장을 찾을 때 상당한 임금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불황기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중에 다시 직장을 찾은 사람의 비율은 약 48.8%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들 중 54.9%가 그 이전 직장시절에 비해 임금이 줄었고 더 나아가 36%는 이전 직장에 비해 20% 이상이나 임금이 삭감돼 심각도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임금삭감의 정도가 높아지는 이유로는 단연 불황이 장기화하고 그 정도가 심한데 기인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간으로 보면 9%대의 실업율이 대공황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인 20개월째 접어들면서 1980년대 초의 불황시절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실업율의 심각성 정도로 보면 현재 약 1450만명의 실업자가 있고 그 중에서 약 640만명은 실업기간이 이미 6개월을 넘어선 장기실업자라는 사실과 직장을 찾기를 포기한 사람과 파트타임에 속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실업율이 17%까지 육박하고 있어 대공황 이후 가장 심한 실업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황의 장기성과 심각성이라는 거시적 요인 외에 없어진 일자리가 다시 생기지 않아 새로운 분야로 전업을 해야하는 구조적 마찰도 임금삭감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인 부동산업만 보더라도 서브프라임의 호경기 시절에 비하면 이 업계에 필요한 인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이들의 부동산 호경기 시절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높아 이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직장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장을 갖지 못하고 새로운 분야라도 찾다보니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게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임금 직장으로의 전환은 전체적으로 소비능력을 떨어뜨리면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소득감소가 전반적으로 발생하면 그만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반면에 저임금으로의 전환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고능력자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반사적 효과가 생겨 고용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바로 이 과정이 거품으로 인위적으로 늘어난 생활수준이 낮아지면서 사회가 다시 안정되는 조정과정이 되는 것이고 지금 미국은 이 조정과정을 겪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1년 1월 10일

유동성 장세

다우산업지수가 2010년 11% 상승하는 것으로 마감하면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수준을 회복하고 금년도에 들어서도 계속 강세를 유지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회복은 일반적으로 경기의 선행지수라 해 앞으로 단기적인 경제전망이 밝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이 지금까지의 기업실적보다는 앞으로 기업의 전망을 기준으로 투자를 하는 관행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보면 꾸준한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분명 경제가 회복세에 있음을 확인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신규실업수당청구가 2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연준의 제2차 양적완화와 감세안의 합의로 경기부양책이 작동을 하고 있고, 제조업이 17개월째 성장하는가 하면, 유럽 재정위기문제로 야기된 주식시장의 불안이 차츰 가라앉는 등 여러 지표의 개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경기에 대한 낙관론은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던 현상이 멈추고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주식시장으로 돈이 옮겨가는 추세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기낙관론에 의한 주식시장의 성장이라는 해석에 대해 경제의 근본적 개선보다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공동체에서 경기부양과 금융권 보호를 위해 대량의 돈을 풀어낸 유동성 팽창에 따른 성장이라는 경고의 의견도 팽팽합니다.

세계경제가 아직도 지난 거품시절의 과잉투자와 늘어난 가계부채로 힘들어하고 있어 돈을 풀어도 기업이 시설투자를 하지 못하고 개인도 빚을 더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돈이 투기성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어느 쪽 의견이 맞는지에 따라 현재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경기회복의 신호로 확인돼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 없는 또 다른 거품으로 판명나면서 다시 한번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인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지금의 주식시장의 성장이 유동성 장세로서 또 다른 거품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일단 주식시장의 성장이 소비증가와 기업투자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심리적 낙관론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1년 1월 3일

2011년의 경제 전망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라디오코리아 애청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3년을 넘기고 4년째 접어드는 경제위기가 과연 올해는 어떤 방향으로 풀려나갈지는 모든 분들의 관심입니다. 우선 2010년을 뒤돌아보면 공식적으로 불황이 2009년 6월에 끝났다는 선언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경제전체적으로 보면 불황이 끝났다는 평가는 총생산을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제조업, 소매, 기업투자, 정부투자, 수출 등 전반적으로 미국은 2009년 이후 꾸준한 성장을 해왔고 이들 자료를 보면 분명 미국은 불경기를 벗어났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2000년 초의 불황과 마찬가지로 고용창출이 없는 회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미국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동반되어야할 고용창출은 아직도 요원한 길로만 보입니다.

바로 이 소비자에게 가장 민감한 고실업율이라는 부정적 면 때문에 불황의 공식적 종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정부는 재정적 차원에서 감세안의 연장과 실업수당수령기간의 확대, 한시적 소셜시큐리티 세율 인하 등을 연말에 극적으로 타결했고, 그 이전에 연준에서는 제2차 양적완화를 시도하면서 재정과 금융 양쪽에서 경기부양안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1차 양적완화로 경기부양의 힘이 잠재한 가운데 작년말의 경기부양안까지 합쳐지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긍정적일 것으로 전개되리라는 점에서 금년도의 경기전망은 밝다고 하겠습니다.

반면에 경제에 큰 걸림돌은 미국의 고실업율과 유럽의 재정위기 그리고 치솟는 원자재가격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고실업율은 경기부양책으로 해결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불안요인이 있고, 늘어나는 돈이 투기로 몰리면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직도 미궁을 헤매는 유럽연합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되고 어느 국가까지 확대될 것인지 그러다 10년이 조금 넘은 유럽 공동통화체제 조차도 위협을 받을 것인지가 위험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듯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지만2010년에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듯 2011년도 긍정의 힘으로 승리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10년 12월 27일

우려되는 원유가의 상승

최근 몇달간 원유가가 줄곧 올라 배럴 당 90불대를 넘어서면서 경기회복 분위기에 우려를 끼치고 있습니다.

원유가는 금년도 중반에 하락세를 보여주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연초 기준 20%가 넘는 상승을 하고 있고,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개솔린 가격도 갤런 당 3불을 넘어서면서 14%나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원유가는 내년 초에 다시 심리적으로 의미가 큰 100불을 깰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원유가가 15불 인상되면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0.5%포인트를 감소시키는 산술적 영향을 고려하면 원유가의 고공행진은 내년도 경기전망에 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 경제는 2주 전 있었던 오바마대통령과 공화당간의 극적인 타협으로 감세안의 연장과 실업수당기간 확대 그리고 사회보장세율의 일시적 인하 등 여러 재정정책의 실시가 가능해졌고, 여기에 연준의 제2차 양적완화정책이 시작돼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해 시중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시중의 중단기 금리가 뛰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였습니다.

그러나 일단 당장 소비자들에게 감세를 통한 실질 가처분소득을 올려주고 실업수당을 연장해 줌으로써 단기적인 경기회복에는 많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점은 경기에 청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원유에 대한 수요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가는 지난 11월 중순 이후에만 14% 이상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공급양도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점도 가격인상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비록 산유국협회소속 국가들의 여유생산비율이 2007년 기준 2배에 달하고, 재고 원유도 2007년도보다 더 높아 공급면에서 여유가 있어보이지만 최근 들어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어 가격에 압박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요 공급에 따른 인상요인에다가 계속되는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당분간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가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감세조치와 양적완화로 형성된 경기회복의 분위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회복을 위해 원유가의 상승이 너무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0년 12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있었던 2010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의 주요 금융정책의 근간이 정해져있는 상황이어서 지난 주 회의에서 큰 변화를 기대치 않고 있었던 회의였고 결과는 예상대로 밋밋한 발표였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연준이 유지하고 있는 금융정책의 핵심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업율이 올라가고 있어 경기부양형 금융정책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준은 현재의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고 이자율이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는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앞으로 만기가 다가오는 채권의 회수금과 추가로 6천억불의 돈을 창출해 시중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소위 양적완화를 시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정책은 지난 주 회의 이전인 11월 회의에서 이미 결정되었던 내용이었는데 지난 주에는 혹시 이 정책의 수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11월에 양적완화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이후 소매와 제조업 생산, 주택판매 등의 지표가 우호적으로 나타났고 경기개선의 간접적 신호라 할 수 있는 장기채권 수익율이 올라가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의 강도가 약해져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두 달 이상 줄다리기를 해오던 감세정책에 대한 이견을 극적으로 타협함으로써 금융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에서도 경기부양의 힘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모두 경기부양쪽으로 기울고 있게되면서 시장에서의 반응도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되었고 그 결과 경기가 좋아지면 나타날 가장 큰 위험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지표의 개선과 오바마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한 타협으로 예상되는 재정 쪽에서의 경기부양안을 고려해 시장에서는 지난 주 연준의 입장이 약간 긴축으로의 신호를 보여주지 않을까 했으나 결과는 연준의 강력한 경기부양형 금융정책의 확인이었습니다. 연준의 경기회복을 위한 과감성이 돋보인 결정이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2월 13일

재정정책의 타협

그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많은 의견 대립을 가져왔던 감세안 연장안이 극적으로 타협되면서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적으로도 경기부양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타협안의 핵심은 공화당이 주장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율 유지안을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대신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는데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부시대통령 시절 시작된 한시적 감세율이 끝나는 시점인 내년 1월부터 고소득층에 대해서만 세율을 올리는 선별적 세금인상을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세금인상은 개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게 세금인상의 부담을 주게돼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고용효과가 줄어들어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 오바마대통령의 감세율의 전방위적 연장안 타협은 바로 이 공화당에게 가장 핵심적 사항을 받아줌으로써 오바마대통령이 원하는 소셜시큐리티세율의 하락과 실업수당수령기간 연장 그리고 기업의 시설투자에 대한 1년 내 비용처리비율을 100%로 올리는 안을 공화당으로부터 양보받았습니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민주 공화 양당이 그동안 견해차를 보인 부분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집중돼있었는데 양당의 타협안의 내용을 보면 서로 선심쓰기식 양보가 이루어져서 재정적자를 늘릴 것이 확실해져 건전재정에 대한 의지는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일단 당장 소득세를 올리지 않고 소셜시큐리티를 줄여주고 실업수당을 연장해줌으로써 소비증가를 촉진하거나 최소한 소비가 주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로 인한 부담을 감당해야하는 숙제를 남겨준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타협안을 보면 결국 이론상으로는 건전한 재정으로 장기적 경제발전의 토대를 세워야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당장의 표심에 부응키 위해 현실론이 지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공화당은 타협이 되었지만 자기 당인 민주당은 그동안의 정책을 갑자기 바꾼것이어서 오히려 반발이 커지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력이 심각한 시험대에 올라있어 앞으로 의회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입니다.

2010년 12월 6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차이

11월 중순에 실시된 소비자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노동부의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인 1.2%보다 훨씬 높은 3%대로 나타나 인플레이션에 기준한 정부의 정책이 오류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인플레이션과 가장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정책은 연준의 금융정책인데 최근 연준이 제2차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비공식 목표치보다 낮은 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별로 높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돈을 더 풀어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인데 이번에 조사된 것처럼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더 높다고 하면 양적완화정책은 겉잡지 못하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위험을 안게됩니다.

이렇게 공식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들의 체감 인플레이션이 다른 것은 노동부의 인플레이션 측정방식으로 인한 당연한 현상입니다. 노동부는 매달 8만가지 항목을 가지고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데 이 항목이 각각의 소비자의 소비형태에 따라 그 체감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8만개 항목 중에는 가격이 오르는 항목도 있고 내리거나 같은 항목이 있는데 이들 중 특히 오르는 항목에 소비가 집중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졌다고 느낄 것이고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내린 항목에 소비가 집중된 소비자에게는 인플레이션이 없다고 느낄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주로 빈곤층과 노년층 그리고 저학력자일수록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느낀다고 조사되기도 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더 높다고 느낀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어 개인별 편차는 어쩔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공식지표와 실제 체감지표가 차이가 나듯 연준 내에서도 양적완화를 해도 될만큼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의견과 자칫 문제를 심각하게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어 지난 달 연준의 제2차 양적완화정책 발표 이후 연준은 인플레이션 걱정은 지나친 것이고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펴야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시중의 소비자가 느끼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공식인플레이션보다 높게 측정되고 있어 연준의 양적완화정책 자체가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은 그 효과가 거의 1년에서 1년 반 이후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칫 이번 양적완화가 경기부양 전에 인플레이션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1월 29일

노동인구의 감소

미국 노동참여인구의 비율이 200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하고 있습니다. 노동참여인구비율은 전체 인구 중 일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구의 비율을 말합니다.
이 노동참여인구의 비율이 올라갈수록 경제가 성장하고 줄어들수록 경제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미국에 나타나는 현상은 갈수록 이 노동참여비율이 줄고 있어 경제가 회복되는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제2차대전이 끝난 직후 58%이던 노동참여비율이 계속 상승해 1990년대 말에 67%까지 올라갔다가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감소했는데 최근 불황의 시작인 2007년 말에 66%였던 것이 지금은 64.5%까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실제 수자로 보면 2007년 말에 노동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치 않는 인구가 36만9천명이었던데 반해 지금은 백2십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그 심각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35세 이하 계층에서 노동불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젊은 계층은 학교로 돌아간다든지 아니면 부모집으로 들어가는 대안이 많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노동참여비율이 떨어지면 국가전체적으로 생산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한 국가의 경제생산은 결국 노동인구가 각각 생산하는 양의 합계이므로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물론 불황기에는 아무래도 직업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노동참여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다 다시 호황기가 되면 노동참여의 의지가 올라가면서 노동참여비율이 올라가는데 지금의 현상은 이번 불황기에산업구조가 바뀌면서 현재의 실업자들이 다시 돌아갈만한 산업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경제가 호황이 되려고 해도 노동참여비율이 올라가지 않아 경제가 성장이 되지 않고 경제가 성장이 되지 않으니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결국 미국은 저성장과 고실업율의 늪에 빠지면서 생활수준이 떨어지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1월 22일

이상한 달러가치의 향방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6천억불에 해당하는 자금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것과 달리 오히려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어 시장을 의아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달러화를 많이 찍어내면 그만큼 달러화가 흔해지고 그러면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는 다른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 초에 연준에서 달러화를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소위 제2차 양적완화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 달러화는 주요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가치가 올라가는 이상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으로는 우선 투자시장의 속성이 지적됩니다. 투자시장에서는 연준에서 제2의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추측이 무성해지면서 이미 달러를 내다팔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실제로 양적완화가 발표될 때는 가격에 반영이 충분히 되었다는 것입니다. 소위 투자시장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원리가 적용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두번째는 G20 회의에서 집중 논의되었던 환율안정과 인위적조작 방지안이 달러가치의 하락을 막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번 G20 회의에서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국가 즉 중국, 일본, 한국 같은 국가의 경우에는 단기투기를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자금에 대한 제약조치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에서 늘어나는 달러가 쉽게 다른 국가로 유입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달러가 다른 국가로 쉽게 흘러들어가지 못하면 양적완화로 달러가 늘어난다고 해도 달러가치가 떨어지기가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그리스 사태 이후 잠잠했던 유럽공동체 국가들의 추가 부도위험이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번지면서 안전한 투자처인 달러로 돈이 회귀되는 현상이 최근 달러가치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미국의 소매지표가 상승세를 보이고 고용인구가 증가하는 등 경기회복의 조짐이 늘어나면서 이번의 제2차 양적완화의 규모와 속도가 현저히 줄 수 있다는 기대로 인해 달러가치가 지탱 내지는 상승을 한다는 분석입니다.

어떠한 이유든 간에 환율은 하나의 변수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 달러가치의 상승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1월 15일

양적완화의 두갈래 길

미국 연준의 제2의 양적완화가 실시되고 나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했던대로 원자재가격과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이 일어났고 미국 달러가치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반응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그 수준에서 멈추고 있는데 이에 대해 너무 빠른 상승으로 이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매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연준의 양적완화의 장기적 문제 때문에 조심하는 투자자들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은 그 방향이 쉽게 바뀔 수 있고 또 다른 변수에 의해서도 조정이 되기 때문에 양적완화와 같은 큰 정책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정책의 효과나 부작용은 민감한 투자시장보다는 실물경제의 반응에서 장기적 추세를 보고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전반적인 해석을 보면 이번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가장 두드러진 반응은 새로 형성되는 자금이 미국 자체보다는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신흥개발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 현상에는 현재 미국의 경제구조가 새로운 자금이 나와도 이를 실제로 사용할 소비자와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원인이 깔려있고 그러다보니 돈이 갈 데가 마땅치 않아 미국보다 경제가 활성화돼있는 중국과 한국 같은 신흥개발국으로 달러가 몰린다는 역학관계가 깔려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신흥개발국은 넘쳐나는 달러로 인해 그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라가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미국은 달러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올라가게 돼 결국 미국 수출의 증가로 경제가 탄성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이를 우려하는 신흥개발국은 달러가 들어와도 자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시장개입은 다시 세계자유무역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 미국과 신흥개발국간의 두갈래 다른 길이 지금 세계의 환율갈등의 배경이고 이 과정에서 신흥개발국들은 지나친 자금유입을 막자니 국제적 압력이 문제가 되고 그냥 방치하자니 수출경쟁력을 잃고 자금시장이 혼란상태에 빠질까 두려워하는 고민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2010년 11월 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여러 경로를 통해 소위 양적완화를 할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예상대로 양적완화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제2차 양적완화의 배경으로는 그간의 경제활동이 지속적 성장을 하고 있으나 그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있고 전반적으로 경제가 약하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앞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8개월간에 걸쳐 6천억불 만큼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하에 매달 750억불씩 집행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채권구입의 집행은 경제가 돼가는 사정을 살펴보면서 탄력적으로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양적완화란 이자율을 떨어뜨리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대안입니다. 장기불황 속에 이자율이 0%까지 내려가 한계에 달했던 일본이 처음 사용했던 정책인데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도 이자율이 0%대까지 내려가자 지난 2008년 말부터 금년 3월까지 이미 1조7천억불에 해당하는 양적완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1차 양적완화가 끝나고 나서도 아직도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금년도 중반부터는 더 하락하는 긴박성까지 나타나면서 제2의 양적완화가 대안으로 거론되던 중 마침내 공식적으로 지난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 윤곽을 공표한 것입니다.

양적완화는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고 동시에 이자율을 낮게해 개인과 기업의 대출수요가 늘게 유도하고, 낮은 이자율에 실망하는 돈이 주식쪽으로 몰리면서 주식가격이 올라가 개인재산사정도 호전되면서 전체적으로 소비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적완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개인과 기업이 아직도 빚에 시달리고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돈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춰봐야 추가대출로 이어지기 힘들고 오히려 장기적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궁극적으로 시중이자율이 상승해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달러의 남발로 미국의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비록 미국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고 하나 미국 수입가격을 올리게돼 미국이 주로 필요로 하는 수입상품가격 상승과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물가상승이 급격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공개시장위원회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물가상승의 위험보다는 당장의 경제회복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2010년 11월 1일

주택가격의 하락

대형 주택융자은행들의 주택차압절차를 놓고 연방과 주정부의 감독기관과 법무부가 문제를 제시하면서 차압시장이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는 가운데 8월의 S&P Case/Shiller에서 발표한 2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이 7월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해 주택시장의 하락추세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차압절차는 돈을 빌려쓴 차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항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오랜 주택융자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부당하게 집을 빼았긴 경우를 막기 위해 법으로 차주를 보호하다보니 그 절차가 꽤 복잡하게 되어있습니다.

대부분 주택융자기관들은 나름대로 감독기관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잘 준수하고 있고 감독기관들 역시 소비자보호라는 차원에서 강도높은 검사를 매년 1회 이상 실시하고 있어 부당하게 집을 뺏긴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워낙 차압건수가 많고 주택융자를 했던 대형은행들이 망하면서 다른 은행에 합병되어 혼선이 발생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주택융자 구제안까지 나오면서 차압과정의 전문가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물량을 소화하면서 은행들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사례가 적발이 되자 감독기관들과 법무부에서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Bank of America같이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은행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차압절차의 문제점으로 인해 차압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수많은 차압주택이 어정쩡한 상태로 머물게 되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중에 미국 주택가격의 추이를 보여주는 주요지표 중에 하나인 Case/Shiller의 20개 주요도시 주택가격이 두달 연속 떨어진 결과는 주택시장의 단기적 전망에 불안을 가져온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혜택의 만료에 따른 주택가격하락이 서서히 바닥권을 형성한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었는데 적어도 2백만채에 달하는 차압주택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주택가격의 추가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개인보호라는 정책이 악용당하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예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다른 차원의 문제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시대에 따른 정책의 효과변화의 모순을 엿볼 수 있습니다

Wednesday, October 27, 2010

2010년 10월 25일

고실업율과 금융부양책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계속되는 양적팽창에 의한 제2경기부양안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환율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환율시장의 갈등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자금이 신흥경제개발국의 채권과 주식에 몰리는 현상까지 가히 전세계 투기라고 불릴만큼 가파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양적팽창이란 개념은 연준에서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많이 풀겠다는 정책입니다. 연준이 시중에 있는 채권을 많이 사들이면 시중에 자금이 많아지고 동시에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채권가격이 올라가서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이자율이 떨어져 기업과 개인들이 대출을 더 많이 해 시설투자와 소비를 늘일 수 있게 한다는 정책입니다.

이렇게 해서 기업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기업활동이 커지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고용이 증가하면 개인소득이 올라가면서 다시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적팽창에 의한 제2의 경기부양안의 성공여부는 현재의 고실업율이 경기순환형이냐 아니면 구조적이냐에 달려있습니다.

실업이 경기순환형이라고 하면 경기가 나빠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못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간다는 의미이고 반면에 구조적이라고 하면 실업현상은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현재의 실업자들이 다시 고용시장에 돌아가기 힘든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지적되는 구조적인 실업문제의 원인은 기술변화에 따른 적응력부족입니다. 과거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농촌인구는 공업기술이 없어 공장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겨도 취업이 안되는 경우가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지금 미국의 경우 2007년 이후 8백만명에 해당하는 신규실업자가 생겨났고 이들이 너무 오랜 기간 실업상태에 있다보니 그 동안 가지고 있던 기술력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고 또 그 사이 새로운 기술이 급속히 생겨나 적응이 안된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지금 현재 10%대에 달하는 실업의 문제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면 비록 양적팽창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해도 실업율이 줄지않아 결국 효과가 없고 오히려 돈만 시중에 늘어 투기자금화할 가능성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 경기부양책이 성공할 것인가는 얼마정도의 실업자가 구조적인가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0월 18일

원자재 가격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대표적 지표인 CRB가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300선을 넘어서면서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끝없는 상승을 계속하고 있는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은과 구리 그리고 원유가도 지난 한달 사이 급격한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하락하는 달러가격에 있습니다. 지난 3월 유럽 국가들의 부도위기 때 안전자산으로의 도피처로 달러에 돈이 몰렸던 일시적 현상을 예외로 하면 달러는 9개월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가격의 하락은 미국경제의 약세와 이 약세를 극복하려는 금융당국의 통화팽창에 따른 결과입니다. 소위 경기부양안이라고 하는 금융팽창정책은 시중에 달러를 많이 돌게해 상대적으로 달러의 증가량이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더 많아지게 합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달러의 통화량이 많아지면 다른 국가의 통화에 비해 그 교환가치가 떨어지는데 지금 세계의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로 표기되는 원자재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조에 최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다시 추가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언급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달러는 더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가치를 더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최대 쟁점으로 지적하면서 중국과의 환율전쟁까지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록 중국이 전면적 양보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제적 압력에 어느 정도는 부응할 가능성이 높아 다시 달러 가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내 물가상승의 기미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점도 달러가치 하락을 더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미 물가상승율을 반영하는 물가상승연동채권의 수익율이 다른 채권의 수익율에 비해 그 차이를 벌리고 있어 미국 스스로도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해야하겠습니다.

미국은 달러화 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여 제조업의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하지만 이 달러가치 하락전략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 원자재가격 인상이라는 부담을 가져오고 있어 쉽게 반길 수 만도 없는 입장입니다.
근본적 경제체질의 강화에 앞서 금융환경으로 경기회복을 만들려고 하는 정책이 갖는 모순이 원자재가격 인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습니다

Thursday, October 14, 2010

2010년 9월

로키마운튼 국립공원에서의 단상

밋밋해 보이는 산들 사이로 문듯문듯 암석절벽이 솟아나온 로키마운튼국립공원은 해발 약 8500피트 높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이 더 가까이 맛닿은 곳이라 공기는 서늘하고 같은 햇살이라도 더 눈부시다.

빙하와 빙하가 깎아내린 U자형 계곡과 그 속을 채운 호수와 나무들 그리고 수목한계선 위에 얌전히 깔려있는 풀들과 꽃들, 가끔씩 한가로운 자태를 보여주는 사슴들, 이들이 하늘과 높이 닿은 로키마운튼 국립공원의 모습이다.

대부분 폰데로사 파인이라는 소나무를 중심으로한 침엽수가 가득찬 가운데 마치 화장을 한 듯 하얀색 줄기에 자그마한 동그스런 이파리를 가진 아스핀나무가 군데군데 동아리를 지고 있는 것이 이 국립공원의 특색이다.

바람이 몰아치면 그냥 스쳐보내는 소나무의 무심 속에 이파리 하나마다 바람에 화답하듯 아스라히 흔들리는 아스핀이 겹쳐지는 수풀의 조화는 그대로 정중동의 화폭을 연출한다.

폰데로사 소나무들이 낙엽처럼 갈색이 된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넓은 녹색 화판에 군데군데 갈색나무가 끼여있는 모습이 가을 색깔을 보여줘 더 낭만스럽기도 하다.

정작 이 갈색의 폰데로사 소나무들은 껍질에 서식하는 풍뎅이에게 습격당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더웠던 겨울 탓에 죽은 나무가 유난히 많아졌단다. 대개는 추운 겨울에 이들 풍뎅이의 알들이 대부분 얼어죽어 그 피해가 적은데 근래에 겨울이 춥지 않다보니 풍뎅이가 기승하게 되면서 고엽이 되는 소나무가 갑자기 많아졌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소나무가 불쌍한 모양이다. 어느 관광객이 공원관리자에게 질문을 한다. 이렇게 죽어가도록 방치하지 않고 풍뎅이를 관리하는 계획은 없는 것이냐고.

항상 듣는 질문인듯 관리자는 미소를 머금으며 답한다. 그냥 자연의 순환인데 인간이 끼여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소나무를 풍뎅이에서 구해주는 것은 인간 중심의 차별이라는 말이다.

자연에서는 풍뎅이도 소나무도 다 자기자리가 있다. 누가 누구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은 누구를 위한 당위성이 아니라 그냥 더 적응을 잘하는 생명이 번식을 잘 할다는 현상을 표현한 것 뿐이다.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살아왔다. 더 많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꿔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돼야 하는데, 아니면 이런 사람이 잘돼야하는데 등 선호도를 갖게된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약육강식이다. 서브프라임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계를 혼란과 고통에 빠뜨린 월가는 경기부양의 수혜자로 나타나고있다. 이미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월가가 자리하고 있어 정치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을 가진 집단은 이 기회에도 더 벌 기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고생하는 것은 없는 사람들이다. 억울해도 현실이다.

푸른 소나무가 풍뎅이에게 점령당해도 그것은 자연의 변화일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풍뎅이가 모든 소나무를 다 점령하고 나면 풍뎅이의 서식처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서식처가 없어지면 풍뎅이도 터전을 잃을 것이다.

경제도 자연의 이치처럼 강자가 가장 큰 수혜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강자가 약자를 다 잠식하고 나면 어느날 소나무가 다 없어지듯 경제 자체가 파탄에 빠져 강자도 약자도 다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하는 지혜로운 존재라면 미래를 보면서 같이 살아가려고 하는 배려는 필요하다. 측은지심의 고차원만이 아니라 강자 스스로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이익을 위해서도 그렇다.

죽어가는 소나무를 보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어려울 때 상생의 원리로 같이 살아가는 지혜를 갖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빚더미에 얽혀버린 현재의 경제문제를 타개하는 길이 그것 밖에 없어보여서 갖는 바램이다.

로키산의 태고적 고요함은 내 귓가를 맴돌고 바람과 함께 숲속으로 스며간다. 그 억겁의 세월 속에 한 때 화려했다 사라져간 수많은 생명의 소리를 안고서…

2010년 8월

여름

내겐 8월이 여름이다. 때론 6월이 때론 7월이 더 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겐 8월이 여름이다. 사계절이 없는 듯 하더니 조금 살다보면 언젠지 모르게 이곳 L.A에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8월이면 여름을 듬뿍 생각하게 된다.

여름의 어원이 해를 뜻하는 ‘널’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여름은 가장 해가 강한 시간이다. 과학적으로는 여름의 뜨거운 열이 생명결실에 결정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태양이 강한 여름은 가히 생명의 계절이라고 부를만 하다.

벌써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두번째 맞는 여름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생명의 계절하고 느낄 여유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느낌이다. 거기다 유난히도 선선하다는 기온탓에 여름장사가 걱정돼 가뜩이나 어두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나아진다는 소식이 와닿지도 않는데 뜻도 아리송한 더블딥이니 뭐니 해서 괜히 불안만 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가 언제 나아지느냐와 어느 투자에서 대박을 터뜨릴까에 쏠린 관심은 끊이질 않는다.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느냐만 경제가 언제 나아지느냐는 질문에 깔린 마음은 한편으론 가뭄에 하늘에서 비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시절의 막연한 기다림 같다. 하늘 쳐다본다고 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닐진데 갈라지는 논바닥만 보면서 하늘 탓만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하늘만 바라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이 강해 보인다. 경기가 어려우면서 알뜰해진 고객들의 구매심리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손님에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수많은 사업가들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어느 주식을 사면 대박이 날 것이냐고 쫗아다니는 마음은 아직도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거품시대의 일확천금의 정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투기에 빠진 탐욕을 욕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아직도 불로소득을 쫗아다닌다.

주식투자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떻고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계획을 가지고 앞으로 경영을 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합리적 투자가 아닌 막연한 감에 남들이 잘된다고 하니까 한번 솔깃하는 불나방같은 마음이 애처롭다는 것이다.

생명의 여름이다. 여름이 생명인 이유는 그 뜨거움을 견뎌내는데 있다. 생명을 키우기 위해 봄부터 싹티운 과실을 영글게 하려고 그 뜨거운 태양의 열을 흠뻑 받아내는 인내가 여름에 있다. 뿌린데로 거두고 땀흘린 만큼 더 거두는 정직한 자연의 법칙이 확인되는 계절이다.

‘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고 열매를 많이 맺나니’란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생각난다. 제대로 내리지 않은 뿌리없는 열매는 뜨거운 여름에 결실하지 못하고 말라 사라진다. 우리의 거품시절 허황된 벼락부자의 꿈처럼 말이다.

우리 당대에 가장 힘든 경제상황에서 두번째 맞는 여름에 이젠 거품의 뿌리없는 삶을 버릴 때다. 땀흘려 심고 심은데로 거두는 자연의 정직함을 받아들이는 여름의 철학을 배워보자. 하늘 쳐다보며 원망도, 미신적 기다림도 버리고 어디선가 일확천금하겠다는 사행심도 버리자.

그리고 뜨거운 태양에서 활활 자라나는 생명처럼 이제부터 하나하나 쌓고 땀흘리는 건강한 삶을 실천하자. 경제는 다름아닌 절약과 노력이고 그런 점에서 여름의 더위는 실과를 영글게 하기 위한 시련과 같은 것이다.

이제 올해 여름도 어느덧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 전쟁을 빼고 가장 힘든 시절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 땡볕에 벼를 일구는 농부처럼 구슬땀으로 역경을 이겨내면 사람이 만든 불황도 언젠가 극복될 것이다. 이 여름에 생명의 계절이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다.

2010년 7월

더블딥의 공포

무리를 하면 감기나 몸살에 걸린다. 심하지 않으면 대부분 잘 쉬면 낳는다. 흔히 감기나 몸살약이라는 것들은 병의 원인을 치료하기 보다는 대증요법이라 하여 증세를 일시적으로 줄여주고 잘 쉬게해서 환자가 스스로 낳도록 도와준다.

경제에서 항상 겪어야하는 사이클 즉 호황과 불황의 반복도 인간의 건강과 비슷하다. 몸이 무리를 하면 몸살에 걸리듯 경제도 모든 게 잘된다 싶으면 지나친 낙관주의에 빠져 무리한 투기에 빠지면서 고장이 난다.

몸살에 걸리면 쉬어야하듯 경제도 무리를 하고 나면 쉬어야한다. 이 쉬는 과정이 불황이다. 그 때 정신차리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다시 경제는 경쟁력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경기 사이클은 인간의 숙명과 같은 것이다. 지나치지 않는 중용의 도를 실천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지나치고 그러면 지나친 대가를 치르면서 겸손해지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경제에서 사이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그냥 단순한 감기 몸살인줄 알았는데 심각한 병의 증세라면 복잡해진다. 일반 감기몸살약으로 증세를 없애 좀 나아지는가 해서 어느 정도 살다보면 약기운이 떨어질 때쯤 다시 아프고 그 사이 병은 더 깊어진다.

더블딥 얘기다. 침체에서 벗어나는 듯 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불경기가 끝난 후 호경기를 맛보기도 전에 다시 불경기에 빠지는 현상이 더블딥이라는 점에서 더블딥은 일반 경기사이클 즉 호경기와 불경기가 되풀이되는 현상과 다르다.

이 특수 상황은 이번 불경기의 원인과 해결방법이 일반적 경기사이클과 다른데서 비롯되었다. 즉 단순한 몸살이 아니라는 말이고 그냥 시간이 가면서 나아지기가 힘든 깊은 병이라는 뜻이다.

원인 면에서는 빚을 늘려서 경제에 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고 나자 투자가치는 폭락했는데 ‘빚’은 고스란히 남아 감당이 안되는 부분이 보통의 불경기와 다르다.

해결방법 면에서는 침체에 빠졌을 때 그냥 놔두지 않고 정부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왜곡이 생겼고 이 왜곡으로 인해 경제가 스스로 회복할 힘을 빨리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다르다.

빚이 아직도 많으니 왠만한 구제로는 해결이 안나고 정부개입도 무한정으로 가면 정부가 부도가 나게돼 어디선가 중단하는 출구전략을 써야하니 스스로 서지 못하는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기 쉽다.

이런 왜곡된 선택을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불경기의 파장이 너무 커서 그냥 시장경제 원리로 놔두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파국이 온다는 걱정 때문에 긴급 구제를 해 준 것이다. 대공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개인의 건강으로 치면 원인치유를 하지 않고 진통제를 줘서 일단 당장 아픈 것은 넘어간 것과 같다. 그러는 중에 원인치료를 하는데 아직 치료가 확실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통제의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통증을 느끼는 현상에 더블딥을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더블딥은 당연한 현상이다. 어느 정도 안정되면 경기부양책을 줄이면서 과연 스스로 경제가 홀로설 수 있는지 슬쩍 시험해본다. 그러다 다시 나빠지면 부양책을 또 시도한다. 그러니 더블딥은 무서워할 일이 아니다. 큰 문제가 해결돼가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답답한 되풀이 같지만 우리 모두가 저지른 거대한 투기와 과소비의 값이라 생각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인내하며 가는 수 밖에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16년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파국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히 살아가면 된다.

2010년 10월 11일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2주전 미하원에서 통과된 중국 위안화절상 압박안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실업율을 해소하고 미국제조업을 활성화하는 타개책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너무 낮게 책정돼있어 미국과의 무역에서 중국이 부당하게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지적하고 미국산업의 성장과 크게는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중국 위안화를 현실화하라는 말은 중국 상품가격을 비싸게 만들고 반대로 중국으로 들어가는 외국 상품값은 싸게 해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수입은 늘어나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입물가가 싸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올라가 국내소비가 늘게돼 수출 편중형 경제가 내수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국제무역도 균형을 이루고 국내소비도 늘어나 중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경제가 건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중국은 계속 위안화만으로 국제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위안화의 현실화를 미루어왔고 이에 불만을 가진 미국이 마침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판정하는 의회의 결단까지 이른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위안화가 너무 인위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너무 급하게 조정을 추진하면 중국경제의 중심인 수출산업이 급격하게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또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무역전쟁과 더 나아가 정치적인 긴장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의회의 결의안을 기점으로 유럽공동체도 중국의 환율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고 단순히 중국 한나라만의 환율조정이 아닌 한국까지도 포함한 광범위한 환율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국제정서가 생겨나는 현상은 협상을 통한 해결보다는 갈등으로 치닫는 쪽으로 일이 풀려갈 우려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곧 다가오는 상위 7개국 회의와 한국에서 열리는11월의 상위 20개국 회의에서 이 문제를 원만히 풀어가는 외교적 성숙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2010년 10월 4일

주정부 세금 인상의 모순

연방정부 차원에서 부시 행정부 때 실시된 소득세의 일시적 감소안이 내년 1월에 끝나면서 감세안을 계속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부시 행정부 이전의 높은 세율로 올릴 것인가 여부가 이번 중간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번 불경기로 인해 예산적자를 겪고 있는 많은 주정부들이 소득세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세금을 인상하고 있어 실제 납세자에게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돼 소비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전국주지사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회계연도에 29개 주정부가 240억불 상당의 세금인상을 했고, 이 중에는 경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캘리포니아가 100억불 뉴욕이 60억불을 인상했다고 나타났습니다.

지금 이렇게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모두 세금인상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재정적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 정부 빚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 이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정부의 적자가 많아지면 정부가 돈을 빌려야하고 돈을 빌리려면 이자율을 올릴 수 밖에 없어 시중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기다 정부가 돈을 시중에서 더 빌리게 되면 시중의 자금이 기업에게 가지 못해 민간기업의 자금줄이 더 줄어드는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세금 인상은 당장 소비할 수 있는 납세후 가처분 소득을 줄임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회복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세금수입을 올리고자 세율을 올린다고 해도 경기가 나빠져 아예 소득이 줄면서 오히려 세금수입이 주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공화당의 주장대로 세금을 올리지 말고 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안의 경우도 표현은 그럴듯 하지만 결과를 보면 정부의 지출이 주는 만큼 경제활동이 줄게돼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전체적인 세금이 더 줄 수 있어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결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소득세와 판매세를 높임으로써 주정부의 세금수입을 늘려주는 일입니다.

다행히 40개에 해당하는 주에서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따라 세금수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입법부연방협회에서 예측하고 있어 앞으로 경기회복을 방해할 수 있는 추가적 세금인상이 없어도 될 가능성을 시사해 경기회복과 주세금수입 증가의 두가지 목표가 달성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9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공식적으로 작년 6월에 불경기가 끝났다는 발표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경기부양금융정책이 시도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난 주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보면 전 분야에 걸쳐 경제가 약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위축되어있고 기업도 시설과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투자가 전보다 줄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또 가장 핵심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주택시장의 회복을 가늠케하는 신규주택건설은 심하게 위축돼있고 대출도 비록 정도가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가는 경제적 배경에서 금융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부분은 과연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경기의 재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것이냐는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대신 간접적으로 금융부양책의 가능성을 높이는 암시를 했습니다.

우선 지금 진행중인 만기도래 채권의 회수금으로 장기연방채권을 계속 구입하겠다고 함으로써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지 않고 동시에 모기지를 포함한 많은 소비자 금리의 기준치인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비록 지금 당장 추가적인 양적 팽창 즉 시중에 돈을 더 푸는 정책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해도 실업율이 더 올라간다든지 생산이 준다면 언제라도 정책적 부양책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지난 8월의 입장을 재천명했습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의 우려에 대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 수준이 아직도 정책적 한계선에 상당히 못미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현재 제로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을 유지했으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돈을 더 푼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경기부양책이 곧 있을 것을 예고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8월 회의와 그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발언을 통해 연준에서는 경제가 그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고 했고, 그렇더라도 아직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계획할 때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필요하다면 바로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연준의 입장을 공개시장위원회는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9월 20일

국제 은행규제안의 유예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자 추진되었던 국제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개혁안의 집행기간이 대폭 연장되면서 전세계 금융계가 일단 숨을 돌린 분위기입니다.

세계 주요금융감독기관의 공조모임인 바셀금융감독위원회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금융기관들의 손실흡수여력이 높아져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난 2년여에 걸쳐 대책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은행들의 손실흡수여력은 종국적으로는 자본금이 많아야한다는 결론인데 그 결과 바셀위원회는 현행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미국의 경우는 최소 4% 또 유럽의 경우는 2%면 되는 기준을 대폭 강화해 7%까지 올리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은행의 자본비율이 4%에서 7%로 올라가는 것이 당장 피부로 와닿지 않겠지만 실제로 그 여파는 매우 큽니다. 우선 은행들이 자본비율을 올리려면 자본금을 늘리거나 아니면 자본금 대비 자산을 줄여야합니다.

자본금을 늘리려면 요즘같이 어려운 시점에 주식을 싼값에 팔아야함으로써 기존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고 또 어느 면에서는 팔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급하게 자본비율을 올리려면 자산을 줄여야하는데 이 말은 바로 대출의 축소를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많은 은행들이 부실대출에 시달리면서 대출을 줄이고 있어 경기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자본비율을 높이고자 더 대출을 줄여야한다면 경기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이번 바셀위원회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인상을 2015년 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해서 2019년까지 마치는 단계적 시행을 결정했습니다.

이 단계적 시행안은 우선 은행들이 당장 대출을 줄이거나 급하게 주식을 팔지 않아도 돼 금융권에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4년에서 8년의 기간을 줌으로써 그 기간안에 내부를 충실하게 하면 자본을 늘이기가 쉬워질 가능성도 높아져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은행권을 튼튼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권의 자본비율을 높이는 정책은 크게 환영할 일이고 또한 급박한 시행의 현실적 고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안도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결정이라고 판단됩니다.

2010년 9월 13일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

점점 심해지는 경기침체 재발에 대한 우려와 해결되지 않는 실업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경기부양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부양안의 큰 세가지 내용은 첫째 500억불에 해당하는 사회간접자본 즉 도로, 공항, 철도 건설에 대한 투자와 둘째 기업들의 기술개발연구비에 대한 영구적 세금감면 혜택 그리고 세째는 2011년까지 시설투자 전액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이 되겠습니다.

건설사업은 바로 건축노동자를 필요로 할 것이고, 기업들의 연구비에 대한 세금공제는 기술개발을 촉진시켜 생산성을 올리며, 시설투자에 대한 세금공제 역시 시설투자를 앞당겨 전체적으로 이 세가지 정책은 궁극적으로 고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안 연장안에 대해 개인으로는 20만불, 가구당 25만불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내년 1월에 만료되는 감세안을 연장하지 않고 그 미만의 소득자에 대한 감세안은 연장하겠다고 해서 중서민층의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은 일자리 창출과 재정적자 감소로 요약되는데 이 두가지 사안은 서로 상충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사회간접자본투자로 직접 고용을 늘리는 안이나 기업의 연구비와 시설투자세금공제가 다 정부의 지출을 늘리고 세수는 줄이는 것이어서 재정적자를 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상충하는 모순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부자들에 대한 세율인상입니다. 백악관에서는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율을 다시 원상복귀하면 적어도 7천억불의 세금이 늘어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세금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을 충당한다는 생각인데 이 부자세금 인상은 사회적으로도 빈부의 격차를 줄이면서 중서민층에게 절실한 고용창출을 위한 재원마련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기적으로 11월의 중간선거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어 공화당의 지지가 없이는 빠른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화당은 이번 제안을 실패한 경기부양안의 제 2탄이라고 폄하하고 있고 민주당내에서 조차 더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고용세 일시면제를 원하는 의원들이 있어 많은 조정이 필요해 뭔가의 조치를 원하는 국민에게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6일

소비자신뢰지수의 향상

8월의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그 전달에 비해 소폭 상승한 53.5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소비자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측정이 7월의 26.4에서 24.9로 떨어져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 반면, 7월에 대폭 떨어져 우려를 가져왔던 향후 6개월에 대한 전망치 측정에서는 다시 72.5로 상당히 상승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올라갔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현재 상태는 더 나빠졌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갖는 것은 분명히 좋은 결과이지만 전체적인 지수가 긍정과 부정의 중간선이라 할 수 있는 90에 훨씬 못미치는 50대에 머물고 있어 아직도 소비자가 어려워하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특히 지금 미국을 가장 어렵게 하고 있는 고용시장의 지표가 여전히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소득감소를 예상케 함으로써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활성화되기에는 꽤 긴 세월이 필요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응답자 중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인 3.8%만이 일자리가 충분하다고 대답한 반면 거의 반에 가까운 45.7%가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대답했고, 앞으로 고용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14.6%인데 반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19.4%나 돼 현재 고실업율에 시달리는 미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6개월 간 16.1%의 응답자가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고 예상한 데 비해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는 10.6% 머물러 고용시장이 유지된다고 해도 임금이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소득 자체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렇게 보면 소비자들은 고용감소와 소득감소의 이중고를 걱정하고 있고, 그 결과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추론된다고 할 수 있어 미국 경제의 단기 전망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직은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2-3개월 간 계속해서 경기의 재침체인 더블딥의 불안이 증시와 실물경제에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8월 한달이라도 그 전달에 비해 좀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호전되지는 못해도 더블딥의 공포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지 않고 있으며 다시 정부의 경기부양노력으로 미약하나마 경기회복을 유도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신뢰지수 상승은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Friday, June 18, 2010

2010년 6월 21일

주택시장의 변화

지난 주 전국주택건설협회의 6월 주택시장동향지수가 그 이전 두 달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했습니다

주택시장의 6월 지수 하락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작년부터 시행되었던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끝난 이후 과연 주택시장이 그 추세를 이어갈 수 있는가의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많은 주택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주택구입 혜택이 멈춘 이후 그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와 반대로 상당히 하락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왔는데 이번 6월은 혜택종결 이후 그 추세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첫번째 달로 인식되고 있고, 이런 점에서 주택시장동향지수의 하락은 비관론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두번째는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로 많은 해외돈들이 안전한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미국 연방채권수익율을 떨어뜨려 모기지 이자율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어 혹시 주택시장에 호재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 주택시장동향지수가 하락한 소식은 현재 주택융자이자율의 하락이 주택구매자들에게 그다지 큰 유인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주택시장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은 높은 실업율과 차압주택의 증가 그리고 까다로운 융자조건입니다. 실업율이 높아 많은 가정이 주택구입능력이 없어지면서 주택수요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록 줄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차압주택이 넘쳐나고 있어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거래에 있어서도 구매자들의 할인 요구가 심해지고 구매시점을 미루는 현상까지 나타나 가격하락의 압력을 더 해주고 있습니다.

또 주택융자이자율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주택융자기준이 워낙 엄격해 융자가 나오지 않아 집을 사려고 계약을 해도 깨지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근본적 장애요인이 계속 주택시장을 어렵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 부양책의 효과가 끝난 지금 다시 하락세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주택시장동향지수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Thursday, June 17, 2010

2010년 6월

그리스 사태를 두려워하는 이유

유럽 발 국가재정위기가 전세계를 떨게했다. 그리스라는 조그마한 유럽연합체의 국가가 대외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이를 계기로 유럽권 내의 몇 개의 다른 국가들의 연쇄부도설이 퍼지면서 최근엔 헝가리까지 가세해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번 그리스 사태로 상징되는 국가부도가 큰 불안을 가져오는 이유는 금융경색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돌지 않게되는 현상인데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단기적으로 은행간 신용불안 즉 은행끼리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서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게돼 돈이 돌지 않는다. 유럽의 많은 대형은행들은 그리스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였는데 그리스가 부도가 나면 이들 채권이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

이렇게 되면 많이 물린 은행이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끼리 상대은행을 믿지 못하는 불안에 휩싸이면서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된다. 실제로 그리스 사태 이후 유럽은행끼리 돈을 빌릴 때 받는 이자율이 심하게 올라간 것은 바로 은행간 불신 때문이다.

두번째 장기적으로 부실화된 은행들은 채권투자로 손해를 많이보면서 자본잠식을 당해 자본비율이 기준치보다 떨어지기 쉽다. 줄어든 자본비율을 해결하는 방법은 자본을 늘이거나 은행의 규모를 줄이는 것인데 부실화된 은행이 빠른 시일 내에 자본을 늘이기는 어려워 대부분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다.

은행이 규모를 줄일려면 대출을 줄여야하고 대출을 줄이면 시중의 돈이 줄어든다. 결국 부실화된 은행끼리 돈을 안빌려주고, 자본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면서 자금경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금경색이 일어나면 돈이 귀해진다. 돈이 귀해지면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 물건 값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시중에 물건이 100개가 있고 돈이 $100이 돈다면 물건값은 하나당 1불이 된다. 그러다 돈이 $50로 줄면 같은 100개의 물건에 대해 하나 당 50전으로 주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기업이나 소비자나 앞으로 물건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구매를 미루게 된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집사는 것을 늦추는 것이 한 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면 기업들의 매상이 줄고 결국에는 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입거나 망하게 되면서 고용도 줄이고 은행빚도 못갚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은행권 대량 도산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금융위기다.

이번 그리스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주는 이유는 바로 금융경색, 가격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경제활동 축소, 기업손실, 은행도산의 연쇄반응을 염려해서이다.

현재 유럽공동체 내에서 재정위기를 겪고있다고 지목되는 다섯개 국가들이 유럽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약 2조8000억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이 중 상당부분이 부도가 나면 금융경색과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유럽공동체와 심지어는 IMF까지 그리스 재정위기를 구해주고 있고 앞으로 더 나타날 위기를 위해 유럽공동체는 8000유로를 적립하겠다는 결의까지 했다. 그만큼 불안하다는 말이다.

한 국가의 빚을 다른 국가연합체가 막아서 위기를 넘기겠다는 것인데 과연 언제까지 빚을 넘겨주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수건돌리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확신은 없지만 그냥 모든 국가들이 같이 망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빚내서 분수에 넘친 삶을 살았던 대가는 감추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에 세계는 떨고 있다.

2010년 6월 14일

이상한 금값과 달러가치의 동반 상승

지난 주 금값이1240불을 넘어서면서 금거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고치 기록 이후 어느 정도 하락세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주 초에는 당일 거래 중간에 1250불도 깨뜨리기도 해 금값 상승의 끝을 알 수 없게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동시에 달러의 가치도 상승을 해 유로화의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 1불 20전 밑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금값과 달러가치의 최근 상승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유로화 비중줄이기가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그 나라의 대외결제수단으로 세계적으로 통용이 가능한 교환수단을 보유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미국의 달러화고 그 이외에 금과 유럽의 유로화 그리고 일본의 엔화가 인정을 받는데 최근의 유럽연합내 몇 개 국가들의 부도설과 이로 인한 유럽연합의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올라가면서 유로화 비중을 줄이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로화 비중을 줄이는 대체 수단이 달러화와 금으로 되면서 달러와 금의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값의 상승은 주로 미국 달러가치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즉 금값이 오르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집니다. 이 금과 달러의 상반관계는 금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가 되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연합 재정위기 사태 이후에는 금값과 달러화가 같이 동반 상승하는 약간 이상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유로를 팔고 그 남는 돈으로 달러와 금을 동시에 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달러와 엔화, 유로화 그리고 금의 비중을 유지하다가 그 중에서 유로만 줄이다 보니 당연히 다른 세군데의 비중이 같이 올라가게 돼 금과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둘다 가치가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투자시장에서는 이번의 금과 달러화의 상승에 대한 경고의 소리도 많습니다. 갑자기 확대된 유럽금융위기로 투자안전처인 달러와 금으로의 도피현상이 나타나지만 유럽이 IMF와 유럽연합 등의 공조체제로 많이 안정이 될 경우 금과 달러에 대한 특수 수요가 180도 선회해서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도 유럽의 불안이 계속될 경우 같이 경제가 어려워지는 연관성이 높아 국제공조로 도와줄 수 밖에 없어 유럽시장의 안정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6월 7일

자동차 판매의 호조

GM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5월 판매실적이 증가했다고 발표해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판매 증가 소식은 주택, 제조업, 전체소비 등이 연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4월에도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재 즉 3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의 판매가 2.9%나 올라 이제 소비자들이 당장 생활에 필요한 용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필요한 큰 소비도 할 만큼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가능케 합니다.

특히 이번 5월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몇 개의 유럽연합 내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한국의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BP의 원유유출 등 소비자를 움추리게하는 사건들이 많았기에 자동차 시장의 고전이 예측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각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이제 미국의 소비자는 확실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2000년 부터 2007년까지 한 해에 1700만대 이상씩 판매를 하던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의 절정에서 1000만대도 못파는 상황에까지 몰렸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정부의 소비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중고차바꿔주기 프로그램에 힘입어 다시 1000만대를 넘어섰는데 이 때에도 많은 경제전문가와 자동차 업계 분석가들은 경기부양에 편승한 소비의 일시적 증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따라서 헌차바꿔주기 프로그램이 끝난 지난 해 4분기 이후 다시 자동차 시장의 하락이 우려되었는데 결과는 그 이후에도 꾸준한 판매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경기부양책에 의한 소비증가는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반대로 일단 한번 정부의 충격요법에 의해 늘어난 경기가 거꾸로 다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해 소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론 양 면의 예상을 가져옵니다.

이번 자동차의 경우에는 정부의 보조로 늘어난 소비가 이어지고 있어 경기부양책의 장기효과 쪽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고 더 나아가 부양책이 최근에 마감된 주택시장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게 한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5월 31일

변동성 지수 (VIX)

유럽연합의 재정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시카고옵션시장의 변동성지수, 영어로 volatility index 또는 약자로 VIX로 측정되는 주식시장의 안정도는 미국내 500대 주식에 걸려있는 옵션을 기초로 계산됩니다.

이 지수는 1993년 로버트 웨일리 당시 듀크대학교수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향후 30일간의 주식시장의 변동폭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측정하는 수학적 모델로서 현재 가장 인정을 받는 지수 중 하나입니다.

이 변동폭에 대한 예상치가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주식시장의 단기적 안정도를 가늠케해준다는 것인데, 이 모델에 따르면 변동성지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시장의 단기전망은 매우 불안정하다는 예측을 던져줍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에 대한 측정 때문에 변동성지수는 Fear Index 즉 공포지수라고도 불립니다.

변동성 지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불안이 커진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주식시장의 하락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변동성이란 문자 그대로 변동이지 하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올라가던 90년대 말에도 변동성지수가 높았던 사실은 변동폭은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과 함께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도 다 나타낸다는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변동성지수가 높아질 때는 당시의 주식시장의 분위기와 연계해서 해석을 해야만 하락쪽으로 불안요인이 커지는 것인지 아니면 상승 쪽으로 커지는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변동성지수는 1993년 도입된 이후 2008년 9월까지 평균 20을 중심으로 오르내렸고 고점도 40정도에서 머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무려 80을 넘어서는 극도의 불안 상태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금융구제 정책으로 다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종래의 변동폭을 유지해 왔고 이번 유럽발 금융위기 이전에는 20정도 까지 내려갔다가 이번 사태 직후 40을 갑자기 넘어섬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했었습니다.

다행히 이 변동성 지수가 다시 지난 주 말께 이르러 40 이하로 떨어져 유럽발 위기의 충격을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2010년 5월 24일

글로벌 경제 불안

유럽의 문제로 시작된 경제 불안이 전세계를 덮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그리스의 지역적 문제였으나 이제는 불안의 논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증폭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그리스 사태를 보면 2007년 초 서브프라임 사태의 시작과 거의 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2007년 초 당시 서브프라임의 문제가 구체화하기 시작할 때 이에 대한 대응은 몇 개 회사의 문제로 끝날 것으로 가볍게 넘어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서브프라임의 문제가 제대로 노출되어 전세계 금융시장 공황상태까지 연결돼 결국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겪었습니다.

이번 그리스 사태도 유로지역의 16개 국가 전체의 경제규모를 보면 3%정도에 지나지 않는 작은 문제로 판단되었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유럽연합에서 스스로 구제를 해줄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전세계적 문제로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재정적 연합이 없는 유럽연합은 끝내 스스로 그리스 문제를 다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면서 결국은 IMF에게 까지 손을 벌리는 지경에까지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유럽연합이 스스로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은 현재 그리스 외에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재정문제의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여러 개 있는 유럽연합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잠재한 문제는 점점 커가는데 해결능력은 확실치 않은 유럽연합의 상황을 보면 자칫 다시 유럽금융권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 우려는 결국 세계 경제의 제2차 침체로 나타날 것이라는 불안으로 커지면서 주식과 선물 투자 등 위험자산에서 도피현상이 생겨난 것입니다.

지금은 2007년 이후 금융위기보다 불안요인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키며 금융권구제와 경기부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해결사로 나섰던 정부가 힘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제 누가 그 역할을 할 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불안은 자칫하면 1차 금융위기보다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행히 조금씩이나마 살아나는 미국의 소비가 힘빠진 정부를 대신해 경제를 구원해주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하겠습니다.

2010년 5월 10일

유로화의 불안

그리스 문제로 유럽연합의 경제가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도 미국 달러대비 연일 하락하고 있어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유로를 공동통화로 만들 때부터 가장 큰 잠재적 문제로 지적되었던 점이 정치와 국가재정권이 통합이 안된 상태에서 화폐만 통일을 하면 각 국의 경제상황의 차이가 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 우려는 이번 그리스 사태를 기점으로 현실로 들어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공동 통화권에 있어도 정치와 재정이 독립돼있기 때문에 결국 그리스 국가의 부도위기는 그리스의 독립적 문제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구제책도 유럽공동체가 부분적으로만 책임지고 IMF의 도움까지 받아야한다는 현실입니다.

만약 유로가 미국의 달러화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그리스의 문제는 미국내 50개 주중 하나의 문제로 국한됩니다. 그러면 비록 한 주의 재정상태가 악화돼 부도상태까지 간다해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하게 되거나 설령 직접적 구제를 해주지 않는다 해도 연방정부의 보증 등의 형태로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외의 국가들에서 보면 미국내 한 주의 문제는 미국 내부의 문제로 국한될 뿐 미국 전체의 문제로까지 확대해석 되지 않게 됩니다.

또 반대로 유럽공동체가 없고 공동통화체제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리스의 재정악화 문제는 그리스의 통화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상당 부분 미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리스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그리스 상품의 경쟁력을 올려 국내경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재정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로는 정치적으로 통합돼있지 않아서 연방정부의 보호를 받지도 못하고 또 통화의 가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국제경쟁력을 가져올 수도 없는 이중의 장벽에 부딛혀 있고 바로 이 이유로 해서 유로가 탄생될 때 그 한계가 지적되었고 자칫 조만간 다시 해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던 것입니다.

비록 유럽공동체 전체에 비해 비중이 매우 작은 그리스의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까지도 재정위기에 빠지고 있어 자칫하면 이번 경제위기가 유럽공동체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단위의 경제공동체가 정치와 재정의 통합이 없을 때 어떤 위험이 따르는 가를 보여주는 시험대에 유로는 올라있고 그로 인해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불황과 ‘무소유’

소유의 고통을 보듬어주었던 ‘무소유’를 쓰신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 벌써 20년도 넘게 읽혀지는 ‘무소유’는 현대 한국 사회의 정신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책 중에 하나다.

아리러니컬하게도 이토록 강한 영향을 남긴 이유는 ‘무소유’를 읽고 위안과 평정을 느끼면서도 실제 무소유를 실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현실에서는 소유를 추구하는 삶이 버겁다고 하더라도 계속 소유를 추구하고 살아야한다는 명제가 실려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의 현대 삶은 300년 전 부터 형성된 산업주의를 시작으로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 휩싸여있다.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는 ‘내’가 누구인가를 내가 ‘가진 것’으로 규정시킨다.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보다 낫다는 사고방식이다.

이젠 소유로 사람이 평가되고 대우받게되니 소유를 잃을 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자리잡는다. 또 최고점에 있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대적 열등감의 상처를 받게된다. 남이 가지면 가져야하고 남이 가진 것을 못가지면 수치심이 생기고 더 가지면 자부심이 생긴다.

그런데 소유는 언제나 상대적이어서 가질수록 더 많은 소유를 찾게돼 결국은 소유를 위한 노예로 전락하면서 정신적 피로감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다고 소유를 놓으면 세속에서 낙오가 되니 감히 끊지도 못한다. 한 마디로 끝없는 번뇌의 사슬이다.

스님이 던져준 위안은 바로 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번뇌에서 잠시나마 정신적으로 해방을 시켜주는 카타르시스다. 현실에서는 안되지만 피안에서만 가능한 이상향을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제시해 준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무소유’에서 단순한 일시적 카타르시스를 넘어서 물질주의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실제적 방법을 간단하지만 강렬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집착을 줄이고 범죄적 소유를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집착은 소유를 필요 이상의 의미로 가질 때 생긴다고 설명한다. 내가 가진 것은 나와 내 가족과 이웃이 같이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소유가 필요수단을 넘어서 나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바뀌면 소유가 우리를 소유하고 이 때부터 우리는 집착의 고통에 빠진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말씀을 통해 소유는 삶에 필요한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으면 집착을 많이 없애 고통을 줄여준다고 암시하고 있다.

또 스님은 간디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소유는 범죄라는 섬뜩한 말씀을 남긴다. 같은 물건을 두고 다툴 수 밖에 없는 상태를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남의 것을 탐내는 행위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소유에서 벗어나 살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이 집착과 범죄적 소유행위만이라도 다스린다면 평소의 삶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진정한 나를 돌아보고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은 평범한 우리도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이다.

하필 스님의 입적 시기가 이젠 소유마저 내세울 것이 없는 경기침체기다. 그런데 어쩌면 침체기이기에 집착과 범죄적 소유의 틀을 벗어나는 현실적 무소유를 받아들이기가 쉬울 지도 모른다. 무소유는 자발적으로 실천하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내 스스로 버리지는 않았을 지라도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씀에서 지금처럼 많은 소유를 잃어버린 시절에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막연히 해본다.

산에 핀 야생화가 아름다운 것은 꽃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 존재로 아름답다.

2010년 5월 3일

4월 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현행 0%대의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상당기간 동안 이자율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이자율 동결은 예상이 되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의결과에 대한 초점은 연준이 현재 상태를 어떻게 보느냐하는 견해와 앞으로 얼마 동안 이자율을 현재 상태로 유지할 것이냐는데 있었습니다.

우선 경제에 대한 진단을 보면 여러 지표상으로 경제가 꾸준히 회복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더 나아가 가장 미국경제를 발목잡고 있는 고용시장도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를 낙관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미국 경제의 불안한 부분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우선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높은 실업율과 소득 감소, 재산 감소, 그리고 대출받기가 어려운 점 때문에 제한적으로 늘일 수 밖에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기업 역시 시설투자는 현저히 늘이고 있지만 사업용건물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있고 아직은 고용을 늘릴 만큼 자신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계속 조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비록 소비와 기업투자가 증가하면서 회복세는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히 회복에 들어갔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하지 않고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벌써 세차례 회의 연속 호닉 캔사스 시티 지역연방은행 총재는 향후 인플레이션과 경제구조의 불균형을 우려해 이자율 고정을 반대했는데 대다수의 위원들은 아직 유휴 생산시설이 많고 실업율이 높아 당분간 물가상승의 위협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해 이자율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자율은 계속 경기부양을 위해 0%대에 고정시켰지만 이자율 외에 시중에 돈을 풀기위해 사용했던 채권구입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 3월 말로 마감했고 마지막 남은 하나의 프로그램도 6월 말이면 끝낸다고 선언해 서서히 시중에 풀어논 돈을 줄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연준은 경기회복이 확인될 때까지는 이자율은 0%대에 두면서 양적 팽창을 위해 시도했던 자금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법을 통해 정부주도형 경기회복을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민간경제가 정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26일

골드먼 삭스의 피소

투자은행의 대표 회사인 골드먼삭스가 미 증권거래소에 의해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내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고객에게는 최우량채권이라고 판매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고객에게는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자신들은 이익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원래 투자시장은 상당히 큰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자산을 판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골드먼삭스는 채권이 잘못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으면서도 고객에게는 계속 판매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문제가 된 아바커스의 채권은 신용등급회사들에게서 최우량등급을 받고 있었기에 일반적 법 정신에 따르면 골드먼의 채권판매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바커스의 채권구성에 도움을 주었던 회사인 폴슨사는 향후 모기지시장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아바커스 채권에 문제발생이 높은 지역의 모기지를 집중해 위험도를 올린 것으로 나타나 의도적으로 고객을 유인했다는 사기혐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보면 과연 의도적 사기냐 아니면 투자은행의 여러 분야간에 일어나는 다른 견해에 따른 정상적 행위냐를 구분하기가 애매해 앞으로 본 건에 대한 심리가 골드먼의 잘못을 인정할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 불확실성은 실제 증권거래위원회가 골드먼을 고소키로 결정하는 데도 만장일치가 아닌 3대2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법적 분쟁의 결과는 앞으로 나타나겠지만 이 사건은 재판자체보다 사회적 파장과 투자시장에 대한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당장 골드먼삭스와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기관이 대량 나타날 수 있고 그 동안 골드먼삭스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본 기관들의 배상청구가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은 금융위기와 대공황 이후의 최대 경제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투자은행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 판결여부에 상관없이 골드먼과 월가의 은행들에 대한 신용도 추락을 가져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고소조치는 지금 의회에서 진행되는 금융규제안에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하고 더 나아가 다른 투자은행들에게도 같은 위반사항을 적용하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금융권의 불안요인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0년 4월 19일

경기회복과 실업율

지난 주 주식시장의 상징인 다우산업지수가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1,000선을 넘어섬으로써 경기 회복세에 희망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벌써 지난 해 말부터 정부의 주택시장과 자동차 시장 부양책으로 서서히 바닥을 치는 모습을 보여왔고 최근 들어서는 소매경기도 증가하고 제조업도 8개월째 계속 상승하고 있어 지표상으로 회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에 대해 가장 중립적이면서 신뢰할 만한 자료인 연방은행의 조사에서도 계속적으로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발표되고 있어 희망을 더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초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의 몇 개 국가들의 국가부도설과 중국의 긴축정책 조기 실시의 두려움이 겹치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유럽연합과 IMF의 협조로 위기감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안정적 성장을 해오던 중 마침내 지난 주 11,000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무난히 돌파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와 제조업의 실물경제지표, 연방은행의 경제측정, 그리고 주식시장 삼박자가 다 경제회복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어 아주 긍정적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9.7% 달하는 실업율입니다. 실업율이 높은 상태에서 경제회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지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 부정적인 견해는 현재의 경기회복세는 정부 중심의 부양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고 정부의 역할이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견해는 비록 정부의 역할로 경제가 잠시 살아났다고 하더라도 긍정적 분위기가 강해지면 기업도 적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어 정부의 역할이 끝난다 해도 민간 기업들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어디서 일자리가 생길지는 몰라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긍정적 경제분위기가 지속되면서 90년대 정보통신산업이나 2000년대 초 부동산 시장이 대규모 인력을 소화했듯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고용을 이끌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0년 4월 12일

원자재 가격의 상승

철광석이나 석탄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당폭으로 오르고 있어 자칫 심각한 물가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거의 전분야에 걸쳐 오르는 원자재 가격은 지난 6개월 동안만 해도 철강, 섬유, 원목 등의 기초 중간재료 분야에서 연율 기준으로 5.8%정도 오르고 있어 이들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에게 원가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경기회복 시작의 신호로 여겨지고 있어 경제 전망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 인상은 늘어나는 제조업 수요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칫하면 원자재 가격의 인상이 물가상승을 불러와 연준에서 이자율을 올리고 이로 인해 다시 경기가 얼어붙는 더블딥 현상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지금 연준의 입장은 비록 경제와 금융계가 안정이 돼 앞으로 경기회복이 서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이자율을 올리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성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연준의 이자율 동결 방침은 인플레이션 방지 강경론자들에게 상당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고 연준 내에서도 이자율의 조속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인플레이션 강경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연준의 가장 강한 반론의 배경은 현재 물가상승율이 낮다는 사실인데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조만간 소비자 물가도 올라갈 수 있어 연준의 이자율 동결 방침이 무너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인상이 전반적 물가 상승을 쉽사리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히 강합니다. 우선 현재 미국의 제조원가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오히려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 아직 실업율이 높아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력은 적은 편입니다.

둘째는 아직 기업들이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올라도 소비자 눈치를 보느라 소비자에게 원가상승을 전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경기상승의 신호이면서 물가압력은 당분간 많지 않아 그렇게 부정적으로 염려할 필요는 없는 단계라고 평가됩니다

Tuesday, April 06, 2010

2010년 3월

어려운 경제에서 살아가는 지혜
나이가 들면 병과 친해지라는 말이 있다. 병에 자주 걸리는데 이를 받아들이고 살라는 뜻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오묘한 의미가 있다. 비현실적인 완치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전체 삶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은 완치를 원한다. 안타깝게도 몸이 쇠퇴기에 들어가서 완치가 안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데도 왕성하던 젊은 시절의 완치를 원하는 것이다. 강한 의지이기도 하지만 미련인 점도 부인키 어렵다.
이렇게 변해버린 나를 인정치 않으면 더 치료를 잘한다는 의사를 찾고 여러 약을 먹어보고 심지어는 검증도 되지 않은 과장된 치료제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과정에 빠지면 완치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고 병이 오래가면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병과 친해지라는 권고는 바로 이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그만그만한 상태를 내 삶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병치료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풍성한 삶을 영위하는 절제와 균형을 가르쳐주는 말이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금융 경제위기의 후유증에 미국은 처해 있다. 지난 거품은 덩달아 뛰는 집값으로 내가 부자라는 착각을 갖게 하면서 이를 담보로 지나친 소비를 하게했고 그 결과 이제 많은 빚에 허덕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든든한 재산이라고 믿었던 부동산이나 사업체 가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떨어지고 매상도 턱없이 줄어들어 비용메꾸기도 벅차며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해고는 안돼도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몇몇 승자가 없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이 힘들다.
주택을 보면 잘나가던 시절에 140만채를 팔던 신규주택이 이젠 30만채 대에 머물고 있고, 자동차도 1700만대씩 팔다가 이젠 겨우 1100만대를 팔고 있다. 실업율도 4%대에서 10%까지 치솟았다. 모든 면에서 아주 빡빡한 상황이다.
회복은 당분간 오기 힘들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나 거품의 충격이 크고 이를 빨리 넘어서기에는 미국경제의 체력이 노쇠하다. 인간으로 치면 노년에 거품병에 걸린 것이다.
언제 경기가 나아질 것이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이 너무 힘드니까 언제 좋았던 시절이 다시 오느냐는 기다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되지도 않을 완치를 바라고 특효약이나 비방을 찾아다니는데 몰두하는 사람처럼 경기회복이 와서 내 어려움을 다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집착인 경우가 더 많다.
병과 친해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의 허약한 경제상태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인종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언제 경기가 회복돼 내 고생 끝이 오나 기다리면서 인생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그 허비할 시간에 바로 내 삶을 바꿔야한다.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생산성 증가, 비용감소, 새 상품 개발 등으로 현재의 상황에서 경쟁력을 길러내는 적극적 개척정신이 필요하다. 개인의 경우도 생활수준을 현재에 맞춰 조정해야한다.
그리고 거품시대에 가졌던 물질의 기쁘보다 더 소중한 삶에 투자해보자. 가족과의 시간, 벗과의 만남, 교양과 지식을 위한 독서 등 물질에 치우쳤을 때 보지 못했던 가치 있는 일들을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를 다스리면서 우리의 삶이 물질적 풍요와 평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되찾아가는 삶은 병과 친해진 노인들이 인생의 황혼기를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혜다.

2010년 4월 5일

모기지 이자율의 변화

연방은행의 모기지담보부채권 구입프로그램 시한이 지난 달로 마감되었습니다. 그 동안 1조 2500억불에 해당하는 구입으로 모기지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줌으로써 모기지 이자율을 낮추는데 기여했던 이 프로그램의 마감으로 모기지 시장은 이자율이 오르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모기지 채권구입은 개인들이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하면서 발생한 주택융자를 여러 개 묶어논 채권을 사들이는 거래를 말하는데 이 채권을 구입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으면 채권가격이 올라갑니다.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는 채권가격과 상관없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채권가격이 오르면 실제 채권 수익율은 떨어지고, 이렇게 채권 수익율이 떨어지면 모기지 이자율도 떨어지면서 모기지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이 모기지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채권시장이 거의 마비가 되는 상태에 이르자 모기기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수익율이 치솟아 모기지 시장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 모기지 채권 수익율 인상과 이로 인한 모기지 시장의 침체를 막고자 연방은행은 대대적인 모기지채권 구입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실제 모기지 금리를 1.5% 포인트 이상 떨어뜨리는 기여를 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금융계가 안정을 찾으면서 연방은행에서는 원래 예정대로 지난 달 말에 모기지 채권구입 프로그램을 마치겠다고 선언해왔는데 이에 대해 금융계는 자칫 모기지 금리가 올라가 모기지 시장이 더 침체되고 주택경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연방은행의 입장은 이제 더 이상 연방은행의 도움이 없어도 모기지 채권시장이 충분히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보고 있어 비록 구입 프로그램을 끝낸다고 해도 모기지 금리가 급격하게 치솟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 상황으로 보면 모기지 채권구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마친다는 발언이 나온 지난 해 말 이후에도 모기지 채권 수익율이 그렇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모기지 이자율은 최근 들어 오르고 있지만 이는 모기지 수익율 변화보다는 모기지 금리가 연동돼있는 연방채권 수익율의 인상에 대부분 기인하고 있고 모기지 채권자체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모기지 금리 추세는 채권구입 프로그램 마감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0년 3월 29일

주택시장의 추이

지난 해 하반기 늘어났던 주택매매 추세가 12월 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규주택 매매는 4개월째 그리고 기존주택 매매는 3개월째 계속 하락하고 있어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택매매가 줄어드는 현상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지난 몇달간 주택거래의 조건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우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자율도 역사적으로도 최저점에 있었고 정부가 첫 주택구입자에게 주는 세금혜택기간을 연장해주었고 더 나아가 기존 주택구입자에게도 세금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호적인 조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주택매매가 하락하고 있으니 앞으로 우호적인 조건이 없어지면 그 하락폭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그 심각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첫째 정부의 주택시장 부양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은 일시적 세금혜택이라는 유인책으로 미래의 매매를 미리 앞당겼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위험입니다. 즉 미래에 있을 주택구입자들이 정부의 유인책으로 미리 서둘러 주택을 구입했다고 하면 앞으로 주택부양책이 끝나고 나면 이들 수요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당분가 매매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더 급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두번째로 세금 혜택과 함께 연방은행에서 주택담보부채권을 다량 구입해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이자율도 인위적으로 낮춰진 면도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미 연준에서 금년 3월 말로 마감되는 주택담보부 채권구입을 예정대로 마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오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렇게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세금혜택도 다음 달이면 끝나고 이자율 하락조정도 끝나면 두가지 주택시장을 바쳐주던 힘이 빠지게 되는데 지금처럼 이 부양안이 빠지기도 전에 이미 주택시장이 침체로 다시 들어가고 있으니 만약 부양책마저 없어지면 얼마나 더 어려워질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부양책 속에서의 주택매매 축소는 부양책이 갖는 힘이 이미 한계에 달했고 더 획기적인 부양책이 나오기 전에는 더 이상 인위적인 매매 증가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시장의 회복은 일시적 부양책보다는 실업율 하락과 소비증가 등 전반적 경제회복이 있어야만 확실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0년 3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현행 0%대에 있는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그 이전의 회의에서 상당기간 이자율을 유지한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이자율 변경은 없을 것으로 전망돼 있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의 초점은 그 이전 회의 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캔사스 시티 연방은행 호닉 총재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될 것이냐에 달려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닉 총재는 지난 1월 말 회의 때 이자율을 ‘상당기간’ 올리지 않겠다는 표현 대신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바꿈으로써 금융시장이 이자율 인상에 대비하게 해야한다는 신중론을 표시했습니다.

호닉 총재는 지난 주 회의에서도 다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번에는 1월 회의 때보다 더 강한 반대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호닉 총재는 이번에도 계속 이자율을 상당기간 올리지 않겠다고 하면 금융계 불균형이 커지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계 불균형이란 너무 낮은 이자율로 인해 주식이나 원자재나 곡물을 중심으로 한 현물에 대한 투기가 일어나 거품이 형성되는 가능성인데, 이미 어느 정도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징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서서히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호닉 총재의 주장입니다.

거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지금 같이 정부와 연방은행이 돈을 많이 푼 상태에서 실물경제 즉 기업과 개인이 대출을 하지 않으면 그 돈이 자칫 투자시장으로 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안을 쓰고 있는 모든 국가에 공통된 현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닉 총재가 지적하는 두번째 우려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은 지금처럼 실물경제가 아직도 빈약한데 거품까지 생기면 경기는 나빠지면서 물가는 올라가는 이중의 고통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아직 경기가 제대로 되기 위해 낮은 이자율이 필요하고 비록 자산 거품의 위험이 있기는 해도 아직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위원회에서도 다시 상당기간 이자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비록 혼자만의 의견이라 해도 상당한 비중을 갖는 경고라는 점에서 경제상황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서서히 이자율을 올리는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2010년 3월 15일

생산성의 증가

2009년 4/4분기에 미국의 생산성이 6.9%나 올라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생산성 향상을 기록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으면 같은 양을 만들어낼 때 인건비가 더 적게 들거나 아니면 같은 인건비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해낼 수 있게됩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이 올라가게 되고 경제가 성장을 하면서도 비용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유발을 막아주는 효과도 가져와서 매우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에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현상은 단기적으로 일반 서민에게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닙니다. 경기침체시에는 생산이 줄어드는데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그 줄어든 생산보다 인력사용이 더 많이 줄었다는 뜻이어서 고용증가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경기가 침체기에 빠지면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인력을 줄이는데 이렇게 인력을 줄이면 같은 생산에 비해 인력투입이 줄어들고 또 개인 직원들도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행동변화도 나오면서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2009년도의 높은 생산성 증가 기록 이전에 가장 생산성 증가가 높았던 해가 지난 번 경기침체기였던 2002년이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기침체기에 생산성이 올라가면 기업은 이익이 좋아지는 반면 일반 직장인들은 직장을 잃으면서 실업율이 올라가 개인에게는 안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오르면 기업의 이익이 올라가고 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좋아지면 기업들이 다시 생산증가를 위해 투자를 늘립니다. 투자는 시설증가와 함께 인력증가도 가져오는데 이 인력증가가 다시 고용을 늘이고 경제는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생산성이 오르는 현상은 단기적으로 고용을 줄이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고통을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한 초석이 된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침체시에 생산성마저 나빠진다면 그 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 경제에 나타나는 생산성 증가 소식은 이제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는 단계에 가까와졌다는 해석을 가능케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수순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8일

그리스의 운명

작년 10월 새로 입각한 파판드로 정부가 재정적자를 세배 가까이 올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부터 촉발된 그리스 국가 부도위기가 유럽과 세계 경제계를 불안케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부도는 일반 개인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정부가 살림을 하는 과정은 국민에게서 세금을 거두고 이 돈으로 행정과 국방, 공교육, 노약자 의료보험 등 비용을 집행합니다. 이 때 세금으로 거둔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적자가 나고 이를 갚을 방법이 없으면 부도가 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정부는 들어오는 수입만큼만 예산을 집행하면 되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생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정부가 균형예산을 갖지 못합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기능이 점차 많아지고 특히 사회주의적 기능이 커져 국민 복지를 정부에서 많이 책임지면서 정부의 지출은 매년 늘어가기만 하는데 수입은 경제여건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년 지출은 고정돼 있고 대부분 더 늘어나는데 이러다 경기가 나빠지면 세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정부는 재정적자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스의 경우는 지난 2년의 경제위기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을 더 늘려 왔는데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세금수입은 줄어들면서 정부의 부채는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이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그 나라 국민이나 외국기관에게 국채를 발행합니다.

이렇게 발행된 국채는 이자도 지급해야 하고 원금도 만기 때 갚아야하는데 그 나라 경기가 계속 나쁘면 어느 순간 이자나 원금을 갚을 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되고 특히 외국에서 빌린 돈은 수출이 부족하거나 다시 돈을 외국에서 빌리지 못하면 이자율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부도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스 경우 이 부도상태를 피하고자 세금을 올리고 정부지출을 삭감하겠다는 긴축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지원이 줄어들게 되는 국민들은 반발하고 있고 실제 세금율을 올려봐야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세금액은 줄어드는 역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어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긴축정책 발표후 그리스 국채가 팔리고 있어 잘 풀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정책이 갖는 위험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그리스 사태라고 하겠습니다

Friday, March 05, 2010

2010년 3월 1일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

은행이 연준에서 돈을 빌릴 때 지급하는 이자율인 재할인율이 인상되면서 금융시장을 잠시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혼란은 그 내용보다는 발표 방법의 의외성 때문이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은행은 매일 자금 수급상황을 보면서 자금이 부족한 은행들은 자금이 남는 은행들로 부터 은행간 대출형태로 돈을 빌려 씁니다. 이 때 지급하는 이자율은 흔히 은행간 기준금리라고 불리는 Fed Fund rate입니다.

이에 반해 은행들이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가는 곳이 연방은행이고 연방은행은 재할인율 즉 discount rate을 받고 자금을 빌려줍니다. 이런 점에서 연방은행을 마지막 자금원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올린 재할인율은 바로 은행이 연방은행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돈을 빌릴 때 사용하는 이자율이기 때문에 평상시 금융권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자율입니다. 따라서 재할인율의 인상은 실제 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징적 금리일 뿐이어서 이번 인상결정은 그렇게 의미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재할인율 인상은 오히려 금융계에서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재할인율을 평소 금리에서 올렸다고 하기 보다는 정상 상태로의 회복인 성격이 강해서 금융권 정상화를 나타내는 연준의 자신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금융위기 때 정상적 은행간 자금 수급이 되지 않자 많은 은행들이 연방은행에서 자금공급을 받았고 이 자금공급의 이자율이 일반 은행간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은 점이 은행권을 압박한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재할인율을 낮춰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금융시장이 안정이 되자 다시 은행간 자금수급이 정상화 되었고 따라서 은행들이 연방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다시 재할인율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중에 영향이 별로 없고 오히려 은행간 자금수급이 안정화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재할인율의 인상이어서 큰 반응이 없어야될 내용이었는데도 잠시나마 금융계가 긴장을 한 이유는 그 발표가 깜짝성을 띠고 있어서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국의 발표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는 시점에 연준의 발표 방법과 시기 선택이 자칫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2010년 2월 22일

경기부양자금과 실업율

작년에 통과된 7870억불의 경기부양자금안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승인된 경기부양자금을 통해 고용창출을 기대했지만 아직도 미국 전체 실업율은 10%대에 머물고 있고 금년 말까지도 9.6%의 실업율이 전망되고 있어 경기부양안에 대한 회의론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자금을 받은 수혜자 측에서는 경기부양자금으로 인해 약 59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직간접적인 고용창출을 다 합치면 2백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함으로써 과연 어느 수자가 사실인지 알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주장은 비록 실업율이 치솟기는 했지만 경기부양자금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실업율이 기록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즉 2007년 말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미국 전체적으로 약 7백만명이 직장을 잃었는데 경기부양안마저 없었다면 신규 실업자는 9백만명에 달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어느 쪽 말이 맞건 간에 현재 미국은 10%대에 달하는 고실업율에 시달리고 있어 지금까지의 경기부양자금으로는 충분한 고용창출을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현 행정부는 고용창출에 가장 기대가 되는 사회 간접자본 투자 즉 고속철의 건설 같은 공사는 올 해 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작년도 보다는 더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노동자들이 필요하고 또 공사에 필요한 자재납품 업체들도 일이 늘어나 고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에서 이제 고속철 건설이나 전기자동차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 민간분야의 고용이 작년보다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입니다.

물론 회의론자들의 지적대로 건설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많이 필요하고 또 경쟁입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장애요인은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해도 언젠가는 진행될 사업이라면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는 현실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특히 올 해에 많은 기대를 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경기부양자금이 3분의 1정도만 소비되었고 앞으로 집행할 자금이 많다는 점입니다. 여러 부정적 시각이 있어도 경기부양안으로 경제를 지탱하겠다고 시작한 이상 행정부를 믿고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한 해라고 하겠습니다.

2010년 2월 15일

이상한 실업율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신규청구 건수가 8천 건 늘어난 48만 건이 되면서 지속적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60만 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1월의 일자리 감소가 지난 해 12월에 기록한 15만 명보다 급격히 준 2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일단 실업율에 관계된 상황으로 보면 실업수당 청구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고용환경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돼 경제에 청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비록 일자리 감소세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줄어들고 있는데, 미 전체 실업율이 10%에서 9.7%로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업율이 줄려면 고용이 늘어나야 하는 상식에서 본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통계여서 실업율이 줄었다는 발표에 대해 경제계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자리는 주는데도 실업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기술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실업율을 측정하는 방법을 보면 고용상태를 조사할 당시 일을 찾고 있는 사람으로서 직장을 못찾은 사람 만이 실업자로 분류가 됩니다.

만약 조사 당시 일을 찾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면 비록 그 사람이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실업자로 분류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록 해고 당한 사람이 늘었다고 해도 지난 번 조사 때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더 많이 줄어들면 실제 실업율이 낮아질 수 있게 됩니다.

이 말은 늘어나는 해고에도 불구하고 실업율이 낮아졌다는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직장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해고된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실업율 하락 소식은 첫째 의아하게 여겨지고 있고 둘째 수학상 있을 수 있는 일로 해석한다 해도 어차피 일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공식 실업율과 상관없이 직장이 없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는 의미여서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매달 약 15만에서 20만 명의 일자리가 생겨야만 새로 고용세계에 들어오는 학교졸업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실업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아직 실업율 문제는 경제에 큰 걸림돌이라고 하겠습니다. 다행인 점은 이제 일자리 감소세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잘하면 고용증가가 연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2010년 2월 8일

오바마 대통령의 소기업대출 장려정책

일자리 창출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이 소기업에게 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은행구제자금으로 잘 알려진 TARP자금 중 300억불을 자산규모 100억불 이하의 은행에 풀어 이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입니다.

현재 약 8000개에 달하는 100억불 이하의 은행들은 대형은행들에 비해 소기업 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들이어서 이들 은행들에 추가자금을 공급해 소기업 대출을 늘린다는 계획은 일단 개념적으로 진취적이라고 평가됩니다.

여기에 2009년 기준 소기업 대출을 늘린 은행에 대해서는 현재 TARP자금을 받은 은행의 경우는 정부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줄여주는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어 소기업 대출을 장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소기업대출의 대표적 연방프로그램인 SBA대출 예산도 21% 상승한 9억 9천 4백만불을 책정해 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기업 중심의 대출 장려정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대형은행들의 대기업과 투자 중심의 사업이 실업율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불황에 접어든 이후 대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점유율의 저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인원감축과 재고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시도하고 있어 대기업의 실적은 개선되지만 고용에는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이나 고용확대에는 소기업의 역할이 가장 효과적이고 이들 소기업의 창업이나 확장을 위해서는 대출지원이 매우 중요한데 대형 은행들은 원래부터 소기업대출에 적극적이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은행들에게 소기업을 겨냥한 대출재원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제시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정책의 실효성은 정부의 은행지원정책의 현실성에 달려있습니다. 이번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은행계에서는 지난 번 TARP처럼 지원받은 은행을 문제있는 은행으로 낙인찍히게 하고, 지원 이후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있게 되면 은행들이 이 지원자금을 꺼리게 됩니다.
특히 의회와 여론몰이식 구제자금 수령은행에 대한 공격은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소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정책은 같이 잘되자는 상생의 원리가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Friday, February 12, 2010

금융규제와 시장경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큰 방향은 대형 상업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의 초대형화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계의 반발 더 정확히 말하면 ‘초대형 금융계’의 반발은 당연히 거세다. 이 입안의 발표만으로도 주식시장에서 대형금융주가 대폭 하락했다. 일반 서민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규제와 반대인데 그 충격은 크다.

그러나 이번 규제안과 금융계의 반발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월가의 지나친 성장과 이에 따른 거품의 후유증으로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많은 국민이 직장을 잃고 재산을 날리고 사업이 넘어가는 사태에 처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시 이런 광란의 거품시대를 재연치 않기 위한 정책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서브프라임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를 월가로 지명한다는 데 있다. 문을 닫은 리먼 브러더스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기막힌 투자기법에 시티은행 같은 대형상업은행들이 가담하면서 무차별 모기지대출을 만들어냈고 이 결과 전세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늘어나면서 거품을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차별 투자로 몇몇 대형은행들이 망하게 되었는데 이들을 망하게 놔둘 수 없는 현실에 있다. 대형은행들이 망하면 금융권 뿐만 아니라 일반 경제도 공포에 빠지면서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테믹 위험이 있어서 정부는 대형은행을 구제해주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마불사론이 기정사실화되고 앞으로 금융계가 안정이 되면 위험관리는 뒤로 한 체 이익만 추구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 여지를 남겨놓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즉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다 이익이 많으면 은행경영진이 나눠갖고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져주는 현상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안은 대형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무차별 이익추구, 그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제 거품 후유증, 그리고 시스테믹 위험 초래와 정부의 구제라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시도이다.

이에 대한 반대 논리는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원리는 지난 번 대형은행들을 정부가 구제해 주면서 이미 무너졌다. 민간기업을 정부가 구제했다는 자체가 이미 시장경제의 포기인데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부규제를 반대한다는 논리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 논리는 미국 은행권의 글러벌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다. 유럽이나 일본의 대형은행들과 경쟁하면서 규모나 업무영역 제한 때문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인데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는 글러벌 경쟁력의 상실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초대형화한 은행과 무차별한 위험감수가 가져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글러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택이라는 말이다. 대형화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대공황이나 현재의 대침체의 가능성을 줄이는 정책적 선택을 하는 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더 유익하다는 판단이다. 적게 벌더라도 안정되게 살자는 말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75년 전 대공황의 늪에서 만들어졌던 글래스 스티걸 법안의 정신과 유사하다. 그 이후 그 법안이 고쳐지기 시작한 80년대 까지 대형금융위기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법안 제안의 타당성을 올려준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 기간에 은행권은 답답한 보수적 산업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을 보면 답답함이 파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답은 지금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선택의 문제는 결국 정치적 결단이고 이 판단의 결과는 나중 후세가 져야할 몫이 된다. 은행규제안은 역사적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린 산업의 경제적 의미

살만한 지구를 남겨주자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성스럽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환경문제에 들어가면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행이 쉽지 않다.

지구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그 한정된 자원으로 훨씬 더 많은 생산을 해내면서 발전해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을 포함한 동력의 발전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류의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과학적 추산을 보면 이러한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증가가 없었다면 지금 지구의 인구는 65억이 아니라 20억도 채 못될 것이라고 한다. 내 주변의 3명 중 2명은 태어나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산성의 개선을 인류사회의 발전으로 높이 찬양하고 우리 스스로를 위대한 지구의 주인으로 자처해 왔다. 그리고 이 문명의 생산성을 갖고 생활의 편리와 고차원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환경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린하우스개스니 오존층 파괴니 지구온난화 같은 고등학교 지구과학이나 화학시간에 들어볼만한 단어가 일상의 뉴스에 나타나고 유기농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여기저기 다 웰빙의 식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 문명의 잉여를 가져오고 그럼으로써 오늘날의 생산성을 만들어준 화석연료와 화학농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생산수단을 바로 당장 친환경적으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전세계의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풍력이나 옥수수 등 재생에너지 도는 조력등은 그 발전방식이 생산성이 낮아 비용이 높을 뿐더러 현재 지구가 필요로 하는 동력을 다 대체할 수준까지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 나아가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보호를 위해 자국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면 국가경쟁력이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아직은 국제적 분담을 할 수 없다는 현실론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당장 먹고 살기 힘든 국가는 제외해주고 여유있는 선진국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돈을 더 많이 쓰라는 말이다.

이런 양상이니 지구환경보호라는 국가간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워낙 국제회의라는 것이 구속력있는 기관이 아니지만 더구나 환경보호의 문제는 좋은 말만 늘어놓고 악수 밖에 할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은 대체성과 생산성이다.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생산방식이 현재의 에너지 수요 더 나아가 앞으로 더 필요할 에너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대체성과 또 이를 생산하는 비용이 지금과 같거나 더 낮아져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산성이 있어야만 진정한 그린 산업이 된다.

결국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원리이다. 이 경제의 원리를 해결치 못하면 지구살리기를 위한 그린산업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누군가가 현재 누리는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인간의 속성상 내가 희생하면서 남이나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미래의 후손을 위한 노력이 대대적으로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 산업도 인간의 바로 이 기본적 속성에 절대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린 산업의 진정한 숙제는 경제성을 위한 혁명적 발명과 발견이라고 하겠다. 그린산업이 앞으로의 세대를 이끌어가는 신산업이 될 것이냐 아니면 전시행정일 뿐이냐는 바로 경제성 달성에 달려있다. 그 동안의 인류의 기적적 발전의 역사를 볼 때 분명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도전받는 연방은행의 독립성

미국 서북부의 미항으로 꼽히는 시애틀 다운타운에는 ‘지하도시 (Underground City)’라 불리는 관광명소가 있다. 이 지하도시는 1889년 대화재로 25개의 블럭이 불타면서 유래되었다. 화재복구작업 때 바다와 닿아있는 도시의 해발이 너무 낮아 도심지의 홍수와 범람이 잦았던 사고를 막고자 아예 건물들의 2층까지 덮어버리는 복개공사를 하면서 지하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1907년 당시 폐렴성 흑사병이 퍼지자 흑사병의 매체인 쥐들의 온상이었던 지하도시가 폐쇄되었고 그 이후 지하도시는 도박과 부랑자, 마약의 소굴인 폐허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1965년 벨 스파이델의 아이디어로 지하도시의 일부가 복원돼 관광지로 만들어졌다. 이 지하도시관광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시애틀의 여러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는 심도있는 코스로서 시애틀을 가면 꼭 들러볼 만한 가치있는 명소다.
이 지하도시가 폐쇄되던 때의 일화다. 당시 흑사병을 옮기는 주매체인 쥐들을 없애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 중 한가지 방법으로 정부에서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가져오면 한마리 당 보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갔다주고 보상금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기가 막힌 현상이 벌어졌다. 보상금을 노리는 일부 주민들이 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서 쥐를 번식시켰던 것이다. 쥐잡자는 정책이 쥐를 더 늘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그 실시 과정에서 이 정책을 이용코자하는 사람들로 인해 전혀 의도치 않은 새로운 나쁜 결과를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애틀의 쥐번식 사건은 바로 정부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예다.
금융계 개혁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의회의 감사대상으로 하겠다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회로 부터 연준을 독립시켜놓았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논리다.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대규모 보너스를 연준이 방치했다는 점이 국민을 자극하면서 의회에서 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연준을 의회로 부터 독립시킨 이유는 정치의 인기주의 속성으로 인한 선심성 정책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융정책은 일시적으로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경우가 많다. 경기가 한참 좋을 때 과열을 막고자 이자율을 올리면 좋은 경기를 깨뜨린다고 원성이 높다. 이 경우 연준이 의회의 감독을 받게되면 국민 눈치보기식 인기주의 정책이 판을 쳐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게돼 월가의 보너스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혼란을 가져온다.
후진국들의 경제혼란은 바로 정치권의 인기몰이에 금융정책이 이용당한 경우가 허다하고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금융정책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고 그 맥락에서 미 연준도 아예 의회로 부터 독립시켜놓았던 것이다. 아직도 달러가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데는 바로 연준의 독립성에 의한 국제적 신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의 최근 행보가 못마땅해 독립성을 없애고 의회의 감독을 받게하겠다는 정책은 쥐잡으라고 보상금 주었더니 쥐를 키우는 ‘의도치 않은 결과’ 즉 금융의 후진화를 가져오면서 미국의 신뢰도에 큰 도전을 불러 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를 위해 연준의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 그래도 정치권보다는 금융당국자들이 더 믿을만 하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의 처지

조선조 숙종 때 물려받은 재산으로 거부였다가 흥청망청 놀아 패가망신한 한량을 다룬 이춘풍전이 드라마화 한 적이 있었다. 이춘풍이 한창 돈을 물쓰듯 하던 시절에 그는 현찰대신 화선지에 ‘풍’이란 한자를 적어줌으로써 결제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저기 아무데서나 ‘풍’자 적힌 요즘식으로 말하면 ‘풍자어음’을 발행하고 다녔으니 어느날 이춘풍의 재산은 거덜나고 말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풍자어음이 한동안 받아들여졌고 이 풍자 어음을 받으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사실이다. 이춘풍의 재산은 한정이 돼있는데 풍자 어음은 계속 늘어만나니 그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질 것이 뻔한데도 풍자어음의 위력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춘풍의 집안재력을 과대평가해 풍자어음은 언제나 이춘풍의 집에만 가면 현찰로 교환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또 초기에는 실제로 그렇게 돈을 받아갔으니 그 신뢰를 더 확고히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이춘풍의 재산이 다 떨어지자 풍자어음을 가져가도 돈으로 바꾸주지 못하게 되었다. 결과는 요즘말로 하면 공황상태가 발생했다. 풍자어음을 가지고 있던 동네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몰려들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이춘풍은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다.

문제는 이춘풍만 거지가 된 것이 아니고 돈이라고 믿고 있던 풍자어음도 단박에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이춘풍과 그 동네가 다 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하겠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2조달러대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 이후 활발해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무역흑자를 내면서 쌓아놓은 재산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고민은 이 무역흑자를 통해 벌어들였다는 재산이 미국의 달러로 저축되어있다는데 있다. 미국이 갚을 능력이 없어지면 어떻게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은 그 2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통한 빚을 지면서 그동안 흥청망청 살았다. 이춘풍의 삶을 산 것이다. 그리고 풍자어음이 시중에 남아돌 듯 달러는 중국, 일본, 러시아, 산유국 그리고 심지어는 한국에도 남아돌고 있다.

이춘풍의 동네처럼 이들 풍자어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빚갚으라고 달라들면 미국은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달러가진 국가들도 같이 크게 손해를 입는다. 살 길은 하나밖에 없다. 달러가진 중국 같은 나라들이 차츰차츰 미국의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이춘풍전으로 돌아가서 보자. 하루 아침에 돈을 갚으라고 하면 같이 망한다. 그런데 이춘풍과 그의 현명한 처를 믿고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서서히 돈을 갚으라고 하면 같이 살아나는 길이 있다.

이렇게 서서히 미국의 빚을 갚아가는 길이 요즘 버냉키 연준의장이 외치는 ‘Rebalancing’ 즉 균형회복이다. 한마디로 이제 미국은 한꺼번에 그 돈을 갚을 수 없으니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가라는 말이다. 그동안 중국이 열심히 미국에 물건 팔아 재산을 만든 것처럼 이제 거꾸로 미국산 제품을 팔아서 빚갚자는 말이다.

우리 미국에게 주어진 숙제는 분명하다. 그동안 빚내서 잘 살았던 생활을 청산하고 열심히 물건 만들어 중국 등 미달러 보유국에 팔아야 한다. 이춘풍의 처가 그랬듯 생활수준의 하락을 감수하고 허리띠 졸라매 열심히 살아야한다.

그러나 그나마도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언젠가 풍자어음을 들고 닥칠 동네사람들로 인해 이춘풍이 거지가 되듯 미국은 거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국의 달러화는 이춘풍의 ‘풍자어음’과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되었다.

금융위기 1년과 풍환의 지혜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은 천하의 인재들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의 인품도 좋았고 인재를 존중한 덕에 식객이 끊이지 않았다. 수 많은 식객 중 풍환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 식객 중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대객까지 올라간 약간 이상한 인물이었다.

잠깐 맹상군의 살림이 어려워졌을 때가 있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가 맹상군의 돈을 빌려 쓰던 설읍 땅의 사람들이 이자를 제때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그러자 별로 공이 없이 최고의 식객까지 올라간 풍환을 시험도 할 겸 맹상군은 그를 설읍 땅에 보내 이자를 받아오게 시켰다.

설읍 땅에 간 풍환은 알아서 이자를 주는 사람들의 돈을 받은 다음 그 돈으로 큰 술잔치를 벌이고 맹상군의 돈을 쓴 사람들을 다 초청했다. 한사람씩 면접을 하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나중에라도 돈을 갚을 능력이 사람들에게는 지불기한을 연기해 주고 그나마도 안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차용증을 돌려받은 다음 다 불태워 버렸다.

맹상군은 풍환의 일방적 지불유예와 면제 조치를 보고 받고 크게 화가 났다. 이에 대해 풍환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를 다그치면 설읍 땅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다 사라질 것이 뻔한데 이들을 이자의 부담에서 구해주면 땅을 떠나지 않고 지키다 언젠가 경제가 좋아지면 다시 돈을 갚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풍환의 해명에도 맹상군은 분이 풀리지 않았으나 딱히 별 수도 없어 그냥 덮어두고 지나갔다. 그런데 후일 맹상군이 모함에 빠져 제민왕에게 축출당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이 때 설읍 땅 사람들이 그를 잘 받아주고 모시면서 나중에 풍환의 계교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어준다.

그때야 맹상군은 풍환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고마워한다. 이 내용이 소위 ‘돈으로 덕을 샀다’는 풍환의 지혜다.

본격적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구제’라는 단어가 수없이 사용된 시절이었다. 문제의 원인이었던 대형 금융기관과 자동차3사에 대한 구제가 거론될 때마다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분노하기도 했고 자기 희생을 거부하는 노조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파멸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국민 정서에 거슬리는 정책들이었지만 이들 정책을 추구한 정부 당국자들의 소신은 전체적으로 구제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나타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선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2천년 전의 풍환의 설명대로 설읍 땅 사람들처럼 이자를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지만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면 도망갈 것이고 그러면 설읍 땅에서 사람들이 없어져 소득원 자체가 없어져 버리면 같이 망한다는 논리다.

누구의 잘못이었던 간에 금융계와 대형 회사들이 버터야만 다시 살아날 기반이 있다는 논리였고 그 결과 지금은 주요 지표상으로 다시 서서히 살아날 기운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의심과 비판은 풍환에 대한 맹상군의 질책과 같다. 내 세금으로 왜 탕감해주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금융계나 대형 회사들이 파탄에 빠졌으면 ‘아마도’ 지금쯤 대공황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참사를 일단 피한 정부와 연방은행의 정책은 바로 같이 살아야 내것도 있다는 풍환의 지혜에 견줄만 하다.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직 멀었다고 하고 우리의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의 경제지만 그래도 자료로만 보던 대공황 시절의 절망스러운 모습은 피했던 지난 금융위기 1년을 돌아보며 분노보다는 같이 살기 위한 현대의 풍환의 지혜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

Wednesday, February 03, 2010

2010년 2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올 해 들어 처음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전격적으로 대출중단을 선언한 중국의 영향으로 미국도 출구전략을 앞당겨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방향에 관심이 몰렸는데 결과는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이자율의 향방에 대해 앞으로 상당기간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꾸지 않음으로 해서 연준의 경기부양형 이자율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의 변화는 내용적으로는 앞으로의 경제회복을 전망하는 표현이 종전의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weak였던데 반해 이번에는 저조할 것이라는 Moderate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준의 경기회복세의 지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좀 더 커졌다고 해석되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형식상 변화는 지난 번 만장일치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 표의 반대표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반대표의 의견은 이제 금리정책이 서서히 긴축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어서 비록 이번에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는 했어도 조만간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했습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고용악화, 재산감소, 대출경색의 걸림돌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전체경제의 분위기가 나아진다고 해도 긴축을 할 수 있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번 한표의 반대에 그리 큰 의미를 주기는 어렵다고 해석됩니다.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현재 미국 경제의 큰 흐름이 주택시장의 반전기미와 자동차 시장의 회복에 의해 호전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개선의 배경에는 엄연히 정부의 구입보조금이 작용하고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없어질 때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있어 아직 안심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중국의 긴축정책 시도인 대출축소가 발표되자마자 전세계 증시가 불안에 빠지고 있어 섣부른 긴축정책시도는 아직도 자생적으로 버틸 힘이 충분이 없는 경제를 다시 하락시킬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대공황 중간에 섣불리 경기부양안을 거두었다가 심각한 더블딥을 겪었던 사례가 있어 연준은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2011년 부터 재정적자 감축 정책이 선언된 만큼 경기부양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재정이 빠져나갈 상황에서 금융정책마저 같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이중의 부담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어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장기간 금리동결정책은 필수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25일

기업의 넘치는 현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정상수준보다 훨씬 높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티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대형회사들의 현금보유량이 2007년에 비해 2009년도에 2900억불이 늘어났고 이중 약 반 정도가 미국기업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러한 현금확보의 열풍은 어려운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도산의 위험이 늘어나는 불안감 때문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배당급지급 절감으로 현금을 많이 늘린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현금확보는 기업의 안전성을 올리고 있어 주식시장의 안정과 전반적인 경제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대기업들의 현금확보는 앞으로의 경제전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경제에 절실한 문제는 고용창출인데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공격적인 확장정책이 먼저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현금확보에 매달리면 확장을 하지 못하고 이는 고용시장의 개선으로 부터 더 멀어져간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전체경제에는 그리 좋은 전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업들에게 넘치는 현금으로 확장을 하도록 종용할 수 없는 현실은 현재 미국 기업들의 공장가동율이 이상적 수준인 80%보다 훨씬 밑도는 71.3%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공장가동율이 이상적 수준을 밑돈다는 말은 기업의 시설이 많이 놀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상태에서 기업에게 더 확장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나면서 거의 잠자고 있는 상황이 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아무리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상태에 빠지고 있어 정부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은행권 역시 연준에서 풀어논 현금으로 현금보유비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들 자금을 필요로하는 두개의 주요 대출수요인 대기업도 현금이 많아 대출을 쓸 이유가 없고 소비자는 현재 빚에 쪼들리고 있는데다 실업율마저 높아 더 대출을 쓸 여력이 없어 결국 은행의 넘치는 돈이 갈데가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돈을 풀어도 결국 대기업이 시설확장과 고용증가를 하지 않는한 그 효과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데 지금 대기업의 현금보유량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아직 경제가 빨리 활성화되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2010년 1월 18일

무역적자의 증가

작년 11월의 미국 무역적자가 그 전달에 비해 9.7% 증가한 364억불로 집계되었습니다. 무역적자는 미국이 외국에 파는 수출보다 외국으로 부터 사들여오는 수입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지난 11월의 경우 미국의 수출은 그 전달에 비해 0.9% 증가한 1382억불이었고 수입은 2.6%나 증가한 1746억불을 기록해 그 차액인 364억불이 적자로 잡힌 것입니다.

무역적자는 한 국가가 자체생산한 양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무역적자는 생산능력 이상의 생활수준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갖게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이렇게 적자가 생기면 외국국가들에게 그 적자만큼의 빚을 지게되고 빚을 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건 값이 올라가 수입에 대한 수요가 줄고, 반대로 수출물건 값은 떨어져 수출에 대한 수요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무역적자는 적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가져오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면서 없어지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 무역적자가 계속 만성적으로 있는 국가여서 무역과 통화가치의 상관관계가 적용이 되지 않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이상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두가지 이유는 우선 미국의 달러가 국제결제통화인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이 크다보니 모든 국가들은 항상 달러가 필요해 달러에 대한 특수 수요가 생겨 무역적자에 따른 가치하락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무역적자로 달러를 가진 국가들이 다시 그 돈을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달러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되는 점입니다.

이렇게 미국의 만성적자는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과 미국에 대한 투자수요로 인해 달러가치의 폭락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현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쪽이 경제학계의 기조가 되고 있고 오히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현상을 경제활성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그 이전의 매달 600억불대에서 작년 5월 250억불까지 떨어진 추세를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경제건강척도로 보는 것도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들리지만 11월 무역적자의 증가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11일

가주 정부의 재정적자

지난 주 캘리포니아의 실태에 관한 연설을 통해 슈와츠네거 주지사가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역설함으로써 지금 주정부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슈와츠네거 주지사의 역점사항은 미국 전체 평균인 10%대 보다 훨씬 높은 12%대의 가주 실업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내년도 850억불의 주정부예산에서 200억불이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에 집중되었습니다.

미국 전체적으로도 거의 모든 주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2009년 회계년도에만1,740억불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굳이 캘리포니아만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캘리포니아의 경제적 지위가 크고 또 우리 한인들이 많이 집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현 가주의 어려움은 더 조명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연방제로 구성돼 있는 미국의 국가체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라는 이중체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가끔씩 국가전체의 문제와 주정부의 문제가 별도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전체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점이 주정부에게는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점인 경우가 많아 현재 미국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문제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슈와츠네거 주지사는 예산의 과감한 개혁을 강조하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될 수 없는 200억불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5억불의 교육비를 책정하고 만불에 해당하는 주택구입세금보조혜택을 제공하며 그린 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산업과 고용정책을 제안했고, 지나치게 비용지출이 많다고 공격되던 형무소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면서 형무소의 사설화를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주지사의 노력은 어려운 현 사태에 적절한 노력으로 평가되지만, 임기 마지막 해를 맞고 있는 주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거의 사라지고 있어 이 제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부정적 시각이 더 많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슈와츠네거 주지사의 제안은 실시가능성 여부를 떠나 현 가주의 경제상태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4일

연방은행의 출구전략 개시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마음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노력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호랑이와 같이 힘있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연방은행이 지난 주 출구전략의 첫 신호를 보여주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 여러 채널을 통해 출구전략 즉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늘어난 돈을 시중에서 줄이는 전략을 고려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이번 조치는 실제적인 출구전략의 첫 시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겠습니다.

지난 주 발표된 내용은 은행들이 연방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을 현재의 당일거치 방식외에 기간예치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기간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간개념의 예금이 생기면 현행 0.25%의 당일예금이자율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줄 수 있게돼 여유자금이 있는 은행들이 더 많은 자금을 연방은행에 예치하거나, 이미 예치된 당일 예금을 기간예금으로 더 긴 기간동안 묶어두는 효과를 갖게됩니다.

단순히 은행들이 더 높은 이자율을 받고 기간예금을 한다는 의미보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연방은행으로 예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은행들이 일반 소비자와 기업에게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중의 자금이 줄어들게 되면 현재 경기부양안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줄이게 됩니다.

이 연방은행 예치자금에 대한 이자율 지급방식은 시중의 자금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외에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상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영향이 큰 방식은 은행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간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현재 많은 대출이 이와 연동이 돼있어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돼있어 연방은행은 가능한한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부터 출구전략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이 중 연방은행 예치금의 이자율을 올리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채택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새해 들어 경제전망이 여러각도에서 나오고 있지만 가장 권위있는 연준의 입장이 지난 주 출구전략의 첫시도인 예치금 이자율 인상을 통해 어느 정도 경기안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해석되는 만큼 올해 경제가 정상화되리라는 기대를 갖게합니다.

2009년 12월 28일

채권수익율의 상승

최근 연방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이 그 전 주의 3.5%미만에서 부터 오르기 시작해 3.8%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채권의 수익율은 채권가격과 역관계에 있어 수익율이 오른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연방채권은 주식투자와 거의 상반된 심리상태의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수익율이 높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반면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지닌 투자인데 반해 연방채권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이 고정된 수익율을 받을 수 있어 안전투자입니다.

따라서 경제 전반에 걸쳐 낙관적 분위기가 커지면 채권보다는 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수익이 높을 수 있는 주식쪽으로 투자가 몰리게 되고 반대로 비관적 분위기가 되면 주식투자 같은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채권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연방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에서 주식과 같은 고위험 투자로 돈이 몰리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시장에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낙관적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뒷받침하는 분야는 무엇보다도 주택시장입니다. 기존주택매매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어 이제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그 동안 경기하락을 주도했던 주택시장이 이제 반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주택시장의 낙관론에는 유보사항이 많습니다. 11월에 신규주택매매가 급격히 떨어졌고 연기되었던 차압물건이 내년 상반기에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4월 말까지 연장된 첫주택구입자 세금혜택이 끝났을 때 주택매매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채권시장의 행보는 정부의 보조와 경기부양안으로 인해 경기가 버텨주어왔고 이러한 정부의 보조가 끝난다고 해도 이제 민간부문 특히 기업부문에서 서서히 확장정책을 시도하면 정부의 역할에서 민간의 역할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비관론이 지나치면 앞이 안보이지만 그래도 그 끝은 있고 이 때 가장 민감하게 전환점을 예상하는 분야가 채권시장임을 감안하면 최근 채권가격의 하락과 수익율 인상 현상은 내년도의 경기전망을 밝게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2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정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난 주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이자율은 현행 0.25%에 동결했고 경제계에서 관심이 있었던 경기전망과 이자율 및 경기부양형 유동성 공급정책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크게 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금 경기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 경기와 고용시장 그리고 주택시장이 나아지거나 아니면 최소한 나빠지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 속에 아직 고실업율, 낮은 소득증가, 재산가치 하락, 그리고 대출시장의 경색 등의 장애요인이 남아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민간부문의 노력으로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점은 경제의 큰 걸림돌을 많이 극복했다는 평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에서도 아직 경제의 유보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과잉 시설과 높은 실업율로 인해 물가상승의 압력은 통제돼 있어서 이자율 결정에 아주 중요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 경제가 약간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확실한 단계는 아니고 물가도 잘 통제돼 있어 지난 번 회의 때도 언급했듯이 현행 초저금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특기할 사항은 이자율의 인상은 계속 상당기간 없을 것으로 선언했지만 이자율과 별도로 시중의 유동성을 높여주고 금융계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여러 프로그램은 원래 정해놓은 시한에 맞춰 중단하겠다고 해 이제 서서히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계속 시장상황을 봐 가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연준의 불안함을 엿볼 수 있게는 했지만 기조는 이제 긴급 조치는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금년을 정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견은 이제 내년에 들어서는 그동안 정부와 연방은행의 적극적 개입으로 어려운 경제를 떠받들어온 결과 이제 급하고 심각한 위기는 통제가 되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서서히 민간경제가 다시 주축이 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응급조치를 벗어나 민간경제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2월 14일

소비자대출의 감소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소비자대출이 1.7% 하락함으로써 9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미국 소비시장의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작년도 7월을 정점으로 미국소비자 대출은 줄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 동안 거의 50년 가까이 소비자 금융이 계속 상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소비자대출 시장의 축소가 갖는 의미는 꽤 심각하다고 하겠습니다.

소비자 대출이 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70%가 소비로 구성돼있고 이 소비를 뒷받침하는 중요 원동력이 크레딧 카드와 자동차 융자이기 때문에 곧바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좌우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융업이 앞서 있었고 그에 발맞춰 개인 신용을 측정하는 기법이 발전해 있었기 때문에 어느 국가보다 경제성장에서 대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컸었습니다.

특히 지난 25년 간 개인대출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25년전 가계 수입 대비 대출의 비중이 60% 였던데 비해 지금은 두배가 넘는 122%까지 올라서 있어 가계의 빚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번 금융경제위기로 인해 가계수입이 위협받자 가계는 가계대로 대출비중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은행은 은행대로 대출을 줄이려고 하면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대출이 줄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가계 개인 대출이 준다는 것은 첫째 개인들이 빚을 줄이기 위해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둘째 대출이 뒷받침되는 값이 많이 나가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의 소비가 더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출의 공급면에서도 자본비율을 높이라는 감독국의 압력 때문에 은행 역시 대출을 줄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대출은 수요와 공급이 다같이 줄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지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버냉키의장이 거듭 경고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없다는 진단에는 바로 이 소비자대출의 감소추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빚을 줄이는 일은 장기적으로 건강한 현상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의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7일

연준의 베이지북 보고서

지난 주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베이지북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초 이후 미국 경제가 느린 속도로나마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나타나 미국 경제가 최악에서 벗어났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2개 지역으로 나뉜 연준의 경제동향보고를 모아 현경제 상태를 가늠해보는 베이지북은 공식적 정부자료 중 가장 빠른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높은 자료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시장은 계속되는 해고와 신규고용중단 그리고 높은 실업율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있는 주택시장에 비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 다가오는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위험이 남아있지만 소매경기가 안정을 보인 점이 경기회복의 주역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보고되었는데 이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한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자동차 시장이 집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지난 8월로 마감된 헌차바꿔주기 정책으로 금년도 여름의 자동차 매출이 급격히 올랐던 반면 보상금이 끝난 9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월 이후로는 자동차 시장이 약간씩 성장을 하면서 안정세를 보여줌으로써 정부보조금에 의한 일시적 경기부양안이 그 이후에도 어느 정도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베이지북 보고서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지난 11월의 실업율도 예상과 달리 10.2%에서 10%로 줄었다고 집계돼 전반적인 긍정적 추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실업율 하락은 신규실업자의 급격한 하락의 영향이라고 하겠는데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12만 5천명을 훨씬 밑도는 11,000명으로 집계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해고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베이지북의 결과와 실업율 추이를 기초로 미국경제의 변화를 분석한다면 이제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중심으로 경제가 바닥다지기를 한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베이지북에서도 지적된데로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잠재해 있고, 실업율수치도 하락세가 줄어드는 것이지 아직 고용증가까지 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남아있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연말에 희망의 싹은 커지고 있습니다.

2009년 11월 30일

은행법 개혁안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금융권 개혁안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으로 대형은행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비춰진 지난 1년 동안 일반 국민들은 국민의 혈세로 잘못된 은행들을 살려주었다고 분노했고 의회는 이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새로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의회의 감사권 도입, 은행채권을 구입한 우선순위채권자에 대한 손실분담부과 그리고 경제전체에 대한 파장이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은행이 커지지 못하게 하는 은행분산안이 주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그동안 의회로 부터 독립돼있었는데 이번 총체적 사건을 볼 때 정책을 제대로 수행치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의회가 감독을 해야겠다는 것이고, 은행이 발행한 우선순위채권을 구입한 채권자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손실을 안보게 정부가 도와주었는데 이는 세금으로 구제받은 은행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불공평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은행이 너무 커지면 잘못되도 경제전체에 미칠 파장이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다는 소위 대마불사론으로 인해 대형은행을 다 구제해줄 수 밖에 없었던 점을 비추어볼 때 미리 규모나 영업영역을 쪼갬으로써 잘못되면 망하게 할 수 있어야 경영진이 정신을 차리고 경영을 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언듯 보기엔 모두 이해가 가는 정책방향이지만 문제는 이들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입니다. 연준을 의회의 감독대상으로 만들었을 때 독립적이어야할 금융정책이 정치논리 즉 국민의 표를 의식해 인기주의로 흘러갈 위험이 있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채권에 대해 손실분담을 시키면 은행권의 자금원이 제약을 받게돼 은행의 자금 비용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은행권이 어려워지면 자금회수를 독촉받게되면서 유동성위기를 불러올 것입니다.

너무 큰 은행을 쪼개는 논리는 은행권의 위험관리에 대한 주의를 높이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경쟁하는 현 분위기에서 미국 은행들이 약해지면서 미국자체의 경쟁력 상실까지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큰 문제를 겪고 나면 과거를 반성하고 개혁을 하는 것이 통상 있는 과정이지만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바꾸다보면 너무 지나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바뀌어 오히려 고치지 않을 때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은행법 개정도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23일

주택건설의 폭락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의 신규주택건설이 그 전달 대비 10.6%나 떨어졌고 또 신규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승인신청도 4%나 떨어져 주택시장에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신규주택건설은 지난 거품시절을 주도했던 분야로서 이 건설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미국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경제 부문입니다. 신규주택건설이 중요한 이유는 건설이 갖는 특징으로 인해 원자재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건설업 인력시장도 성장시키는 여러 부대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금년 들어 이 신규주택건설은 연율기준 50만 채에서 왔다갔다 했는데 최근 몇 달간은 60만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할 만큼 꾸준히 상승해왔었습니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전반적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이제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지난 10월의 주택건설지표가 예상을 뒤엎고 크게 하락함으로써 우려의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한 달씩 집계하는 주택통계이기 때문에 매달 변동폭이 클 수도 있어서 단지 한달의 수자만 가지고 추세가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10월의 폭락이 경제계에 충격을 주는 것은 그 하락 배경에 대한 추측 때문입니다.

금년 들어 주택시장이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경제여건이 나아져서인가 아니면 정부의 주택부양안 특히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8천불 세금감면책에 힘입은 일시적인 현상인가에 대해 계속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대체적으로 정부의 부양책과 경기여건 개선이 어우려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를 했고 정부의 부양책으로 일단 힘을 받으면 나중에 부양책이 끝나도 계속 그 힘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들어 신규주택건설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정부의 부양안이 끝나도 연결되리라던 주택시장활성화 기대에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고 그렇게 되면 전체적 경기도 부양책의 종료와 함께 다시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자동차 시장에서도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끝나면서 시장이 급감한 경험이 있었기에 주택보조금 종료 후에 대한 우려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일시적 부양만으로 경제가 살아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2009년 11월 16일

달러 캐리트레이드
전세계적으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란 달러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의 투자수단에 투자를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지금처럼 미국의 이자율이 0%대에 있으면 달러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매우 적습니다. 그러면 일단 달러로 돈을 빌리고 나서 이 돈을 가지고 이자율이 미국보다 높은 국가에 투자를 하면 이자차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가 2%이므로 만약 0%에 가까운 금리로 미국에서 돈을 빌려 한국에 투자하면 2%의 이익을 쉽게 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낮은 이자율로 빌린 돈을 가지고 수익율이 더 높을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 그 이익은 훨씬 더 높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처럼 이자율이 매우 낮으면 달러로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성행케 됩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잃어버린 10년에 시달려온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했을 때도 전세계적으로 일본의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엔 케리트레이드에서도 나타났었습니다.
단순히 이자율만 보고 계산하면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무조건 남는 장사로 보입니다. 그러나 달러 케리트레이드는 양국간의 화폐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외환시세변동에 따른 위험이 발생합니다.
달러로 돈을 빌려 2%의 이자율 차이를 노리고 한국 채권에 1년간 투자했다고 할 때 그 만기일인 1년 후에는 원화를 달러로 다시 환전해서 갚아야 합니다. 그 때 만약 처음 투자했을 때의 환율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2% 이상 올라가게 되면 이자율 차이로 번 돈 이상의 손실을 입게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이자율 뿐만 아니라 양국의 환율까지 감안해야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투자기법을 필요로 하는 투자입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체에 참여하기 보다는 이러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발생하고 있을 때 앞으로 투자시장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미국보다 최근 다른 국가들 특히 이머징 국가들의 주식과 부동산이 더 급격히 상승하는 데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역할도 상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만약 어느 시점에 달러 값이 올라가거나 미국의 이자율이 높아지게 되면 그 역전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현행 0%대의 은행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 경기부양형 금리정책을 유지해야한다는 견해가 절대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위원회가 있기 전에 금융계에서는 연준이 0%금리를 언제쯤 올리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이번 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입장변화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상당히 나왔었기 때문에 이번 위원회의 발표에 관심이 쏟아졌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제 출구전략 즉 서서히 금리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부양형 정책기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미국도 이 기조를 따라가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연준의 이자율 정책 변화를 기대시켰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에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발표문에 보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자율을 현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표현이 있었고 이 말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자율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서 세계적 출구전략 기조와는 상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1월의 위원회에서는 이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좀더 짧은 기간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번 발표에서 여전히 상당기간 이자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남겨둠으로써 시장의 논란을 일단 잠재웠다고 하겠습니다.

이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미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연방은행의 진단을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즉 상당기간 이자율을 초저금리인 0%대에 머무르겠다고 한 것은 미경제가 아직도 심각하게 어렵다는 진단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경제의 빠른 가시적 회복을 기대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두번째는 이자율이 초저금리로 낮아져 있어 미국의 환율이 계속 가치하락의 압력을 받게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이미 주요 거래국들과의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금리가 오랜 기간 0%대에 머물게 되면 앞으로도 달러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발표문으로 아직도 미국 경제는 확실한 성장기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미국 달러 가치는 앞으로도 하락의 압력을 계속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저금리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상황입니다.

2009년 11월 2일

미국 경제 3/4분기 성장

7월 부터 9월까지의 3/4분기 미국경제 성장율이 전문가의 예상치를 넘어선 3.%를 기록함으로써 행정부와 연방은행의 경기침체 종료 선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성장율은 그 이전의 4분기 동안 연속된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었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고 또 그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연방경기부양안에 있다고 분석됩니다. 우선 미국 경기의 두 핵심 분야인 주택과 자동차 판매가 연방보조금 정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8천불의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공제와 중고차교환보조금으로 일컬어지는 연방 부양안은 주택매매와 자동차 판매를 급격하게 신장시켜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여기에 정부자체의 지출도 지난 2/4분기의 11.4%성장에 이어 이번 3/4분기도 7.9%가 성장했고 달러약세에 힘입은 미국의 수출도 21.4%나 늘어남으로써 이번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선 지난 분기의 견인차였던 주택과 자동차 판매를 도와주었던 정부보조정책이 만료됨으로써 이 두 분야가 다시 실적하락으로 연결될 위험이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보조금이 만료된 9월의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이 위험의 현실성이 높아졌습니다.

다음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업율이 우려로 남아있습니다. 경기확장에도 불구하고 실업율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득을 줄임으로써 전체 소비를 계속 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연결돼 소비자들의 향후 소비행태를 가늠케 해주는 소비자신뢰지수가 금년 상반기까지 회복되는듯 하다가 최근 두달 간 하락한 점도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점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으로 경기가 나아지는 데 힘을 얻어 과감한 확장정책으로 돌아서준다면 실업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경제가 장기적 성장세를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정부의 경기부양안이 노리는 목표는 바로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때 기업인들의 심리적 자신감이 돌아서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26일

경기부양책 마감 후 효과

미국경제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고물차교환 보조금’과 ‘첫 주택 구입자 보조금’ 시행이 끝나면서 부양효과가 떨어지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 교환보조가 끝난 이후 첫달인 지난 9월에 미 전체 자동차 판매가 23%나 하락해 경고를 보여주었는데, 주택시장도 지난 주 발표된 신규주택건설 승인신청이 급격히 떨어져 자동차와 비슷한 경로를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주택구입자 보조금은 시한이 다음 달인 11월 30일까지로 돼있어 시간이 남아있는 듯 하지만 주택거래에 필요한 시간이 통상 30일에서 45일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미 끝났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시장에서 보조금 정책이 끝나자마자 다시 판매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험에 비추어 주택시장도 다시 거래량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생겨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경기가 잠시 반짝이는듯 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소위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서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보조 정책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의회와 부동산협회 그리고 행정부에서도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연장가능성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주택이나 자동차 시장의 보조금 연장이 효과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전반적 경기부양책이 민간 경제 즉 소비와 기업투자를 유도해주느냐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자동차와 주택의 보조금 정책이 그 때만 반짝이고 정책이 끝나면 다시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 전반적 경기부양책이 끝나갈 때쯤 되면 경기가 다시 하락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조금 정책을 연장한다는 것은 시간만 벌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경기침체기에 정부부양책으로 바닥을 다져줘 충격을 벗어나게 해주면 개인들의 소비가 다시 정상화되고 기업의 고용과 설비투자도 늘어나서 경기부양책이 끝나도 전체 경제가 성장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보조금 정책실시 마감 후 현상은 이러한 희망에 어두움을 던져주고 있고 이제 주택시장의 보조금실시 시한이 다가오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19일

달러와 금값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거의 매일 갱신하고 있습니다. 금과 함께 원유와 원자재 가격도 국제시장에서 같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러한 전반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의 주요인으로 달러의 약세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0%대의 금리와 전례없는 규모의 돈을 찍어내고 있는 미국의 금융정책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주요 거래국의 큰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외환보유고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중동산유국에게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달러는 금년 3월 이후에만 16% 가까이 떨어져 그 추락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위험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해 주요 경제대국들의 달러화 탈피 현상이 서서히 생성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세계 주요 은행들의 현금자산 증가분중 거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달러화가 아닌 다른 국제통화로 이루어졌고, 현재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의 비율이 62%까지 떨어져 역사적으로도 아주 낮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러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달러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지만 또 달러화 기피현상이 다시 거꾸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 지금 달러화는 이중으로 가치하락의 압력에 처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달러화 하락에 대한 우려는 투자시장에서도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고 바로 이 우려가 반영되는 곳이 금값으로 상징되는 현물시장입니다. 대표적으로 금과 원유는 결제대금이 달러가 지배적이어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금과 원유값은 달러 표기 상으로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경제는 아직도 확실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값은 역사적 고점을 계속 깨나가면서 극단적인 예측으로는 2천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달러는 아주 중요한 고비에 처해 있습니다. 달러가치 방어를 위해 돈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고 더 나아가 지금 풀린 돈마저 회수하면서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해야 하느냐, 아니면 미국 경기회복을 위해 경기부양형 금융정책을 고수해야하는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입니다.

적당한 타협점이 없는 미국의 고민이라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12일

오스트렐리아의 이자율 인상

내년 초까지 이자율 인상이 없을 것이라던 국제금융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지난 주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금융, 원자재, 주식, 환율 등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양형 금리 금융정책이 언젠가는 물가에 크게 위협적이 될 것이고 이미 여러 주요 국가에서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거품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경고로 인해 풀린 돈을 회수하기 시작해야한다는 출구전략이 거론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난 주요 20개국 회의에서도 너무 빠른 출구전략은 경기가 싹이 트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지배하면서 빨라야 내년 초부터 이자율 인상이나 유동성 환수 정책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금융시장을 주도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호주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자 다른 국가들의 출구전략 시행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아직도 경제가 취약한 미국 같은 국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변화는 상대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빨랐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인상 조기 실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미국 달러의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출경쟁력이 올라가고 수입가격의 인상으로 수입을 줄여줄 것인데 이는 뒤집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시아 국가의 무역경쟁력 하락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에 자신이 있는 국가들부터 금리인상의 출구전략을 실시하면 경제회복이 빨랐던 국가들의 수출이 감소하게되면서 아직도 어려운 상태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회복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출구전략의 일괄적 실시가 아닌 선별적 실시 그것도 경제회복이 강한 국가들부터 실시하면서 세계경제의 균형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되겠습니다.

반면에 이 선별적 실시를 한 결과 경제회복이 빨랐다고 평가받았던 호주와 한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가 다시 하락하게 되면 이들 국가들도 어려워지지만 미국 같은 국가들이 기댈 언덕이 없어져 세계 경제가 제2차 위기에 처할 위험도 있습니다. 호주의 공격적 출구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 가에 세계 경제의 성공적 탈출이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5일

창업율의 저조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불안감이 올라가면서 직원해고와 시설정리를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계속함으로써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창업도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어 실업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원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기업가는 새로운 투자나 고용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 속성입니다. 경기가 조금 나아지는 듯 해도 기존의 시설과 인원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경기가 나아져도 실업율이 개선되는데는 어느 정도 시차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심각도가 훨씬 깊어 앞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4분기 부터 2003년 1/4분기 까지의 경기침체 때는 신규창업이나 기업확장이 9% 떨어진데 반해 이번 2007년 3/4분기 부터 2008년 3/4분기 까지는 그보다 훨씬 높은 14%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에 이 신규 사업체들이 새로 고용한 직원의 수는 79만 4천명으로서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고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규창업도 낮지만 이들 사업체들이 고용한 직원도 저조해 지금의 어려운 실업율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기존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줄이고 이 해고된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창업과 이들 신규사업에서의 고용도 낮은 3중고의 어려움이 실업율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낮은 창업율에는 새로 창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현상과 함께 새로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대출시장이 막혀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은행대로 감독국의 자본비율 인상압력을 받고 있어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이 쉽지 않은데 실제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만 봐도 금융위기 전보다 1130억불이나 줄어든 사실이 기업대출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창업에 대한 두려움, 기업대출의 감소로 인해 중소기업 창업은 당분간 쉽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통스러운 경제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9년 9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8월 회의 이후 약 한달 반 동안 미국 경제활동이 현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제 그 동안 심각했던 경제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미 경제의 저점 탈피를 예고해왔기에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의견은 당연시되고 있지만 특별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장 공식적인 발표인 점과 각 지역 연방은행의 자료와 의견이 집합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 경제가 이제 최악을 벗어났다고 하면 출구전략 즉 돈을 줄여서 장차 있을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는 긴축정책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연준이 이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이번 발표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역시 연준은 출구전략에 대한 조기시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완곡히 표현했습니다. 우선 경제가 최악은 벗어났다고 해도 실업율 상승, 소득 감소, 자산가치 하락, 그리고 대출경색 등으로 인해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고 함으로써 경기과열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음은 지난 번 회의 때까지만 해도 나타났던 원자재가격의 상승압박 가능성을 이번에는 아예 삭제를 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과잉 설비를 감안할 때 당분간 물가상승의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상당히 느린 속도로 올라갈 것이고 물가상승을 부추길 비용증가 압박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굳이 지금 미리 긴축정책을 쓸 필요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섣불리 긴축을 했다가 그나마 싹트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기운마저 꺾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시장에 유동성 즉 돈을 꾸준히 공급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금년 말과 내년 초까지 유지할 것이고 덧붙여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도 변경없이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미국 연준의 입장은 섣부른 출구전략을 시행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 주 열린 세계 주요 20국 회의에서도 전달되었고 다른 주요 세계경제기구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확실히 성장세에 들어섰다고 하기 전까지는 경기부양책이 유지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