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uesday, May 30, 2006

신흥개발국시장에 대한 투자

지난 주 소위 “이머징마켙”이라고 불리우는 신흥개발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과연 최근 급속히 성장해온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인가 아니면 향후 장기적인 성장세의 한차례 조정국면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러시아시장은 9%, 터키 시장은 8%가 떨어지는가 하면 인디아 시장은 하루 장중 10%까지 떨어지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초래했습니다.

소위 이머징마켙이란 그동안 산업화가 되지 않았던 국가가 경제개발단계로 들어서면서 고속성장의 발판을 갖고 있는 시장을 총칭하는 개념인데 개발 성숙기에 들어서 있는 선진국들의 완만한 성장을 보완하는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러나 이머징마켙은 항상 그 국가의 정치상황이 바뀌는데 따른 불안이 존재하고 선진국들의 경제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위험이 있는데다 금융시장 규모가 작아 해외의 투자기관이 움직이는데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에 대한 투자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수 년간 이머징마켙은 세계 경제가 커지면서 당연히 급속한 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지난 4년여간에 이른 미국 소비 중심의 발전은 원자재 보유량이 많고 저임금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는 신흥개발국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고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의 투자가 앞다퉈 일어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겪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흥개발국에 대한 투자가 관심을 끌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데 힘입어 지난 3년간 신흥개발국의 주식시장지표가 무려 200%나 상승하기까지 했는데 지난 주 이러한 성장 추세에 우려를 줄만한 규모의 증시하락이 일어나 지난 몇년간의 성장이 거품을 일으키지 않았나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금융전문가들은 지난 주의 폭락의 원인으로 높아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압력과 이에 따른 이자율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경제성장의 기조가 불안해지면서 좀 더 안전한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하고자 하는 방어적 심리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머징마켙의 폭락은 단순히 이머징마켙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전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즉 돈을 줄이는 과정의 시작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기하락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적 현상인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성장의 원동력인 저금리 중심의 돈의 팽창이 이제 거꾸로 줄어들면서 자산가치의 하락과 이에 따른 소비의 하락으로 이어져 전세계적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러한 징조의 시작은 역시 가장 취약한 이머징마켙에서 일어난다는 분석입니다. 97년의 아시아지역 외환위기를 생각하게 하는 현상입니다.

Thursday, May 25, 2006

주식시장의 방황

이달 초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인플레이션을 심하게 유발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연방은행의 이자율 상승이 이번 5월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우존스지수가 2000년 1월의 최고점에 80포인트 모자라는 선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5월 10일에 있었던 연방은행의 이자율 인상 발표 후 연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의 우려에 여러번 대 폭락을 하는 등 주식시장이 아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단순히 물가상승의 위협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계속 단기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이자율이 오르면 채권이나 은행의 예금으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증시로 들어가는 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증시에 좋지않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나 지금 증시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는 데는 지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경기에 아주 큰 위협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커야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4년간의 경기성장의 원동력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가격상승과 이에 따른 부채의 증가와 소비 증가였는데 이 결과 부동산 소유주들의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이자율 상승이 가져올 파장은 꽤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예전의 인플레이션은 주로 기업의 생산활동이 늘면서 고용이 늘고 이에 따라 개인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게 돼 물가상승의 압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긴축 금융정책을 써도 단순히 소비의 축소로 해결될 수 있었던데 반해 이번처럼 빚을 늘려 소비를 늘인 경우는 단순한 소비 축소만이 아니라 잘못하면 재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심한 불경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어 잘 쓰던 경제가 아닌 빚을 늘려 잘 쓰던 경제의 결과는 개인의 경우 빚을 내 생활을 늘였다가 이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 감당을 못하는 결과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증시나 모두 인플레이션이 잘 통제되면 이자율을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동안 늘인 부채에 대한 걱정을 안해도 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데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기 시작하는 조짐이 이자율 상승을 계속 올라가게 할 것 같아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는 빚잔치로 잘 쓰고 살다 빚은 갚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식의 요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벌지않고 생활만 늘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게임의 법칙에서 보는 현대자동차와 론스타

파산하게 될 지경에 이른 기업을 회생시키고자 경쟁회사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 나왔다. 정부와 주거래 은행의 주도로 경쟁기업이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수기업이 부실기업의 부채 2천억원을 다 인수받으면 너무 힘드니 이중 5백억원은 탕감받게 되었다.

인수기업은 그 후 양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어느날 그 인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수사선상에 떠오르더니 급기야 구속이 되었다. 구속된 사유는 다르지만 원인은 부실 기업인수시 지급한 뇌물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특혜 인수고 부채 탕감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 이야기다.

대형 은행이 경영 위기에 빠졌다. 외국의 투자기관이 인수했다. 몇 년후 그 문제가 됐던 은행은 몇 배에 해당하는 매매 차익을 남기고 매각을 하게된다. 문제는 그 투자기관의 법인이 한국과 비과세 협정 국가에 등록돼 있어 매매 차익의 이익에 대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이익금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조사가 시작되더니 급기야는 매입 당시의 불법성을 찾아내 형사상의 문제로 까지 번졌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얘기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사건의 내용은 과거의 잘못이 나타나 조사하게 됐고 문제가 발견돼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게임의 법칙에서 보면 이 두 사건은 우려의 요소가 있다.

문제 기업의 회생전략으로 선택된 현대나 론스타는 문제 기업을 인수하면서 부채를 떠 맡거나 자본금을 현금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수의 대가를 치렀다.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부실기업 인수라는 위험을 안고 회생의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회생을 성공시킨 이후 양 회사에 대한 시각은 성공에 대한 찬사보다는 뭔가 석연치 않고 부정적이다. 두 인수대상 기업의 상태는 지금에 와서 봤더니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고 뭔가 인위적 조작이 이루어지면서 현대나 론스타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인수 매각 당시의 의사결정과정을 재해부하는 작업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좋은 조건의 인수를 인정한 이유는 불법 로비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추론은 결과를 보고 원인을 평가하는 식의 사고로서 그 후 잘못되면 인수자가 무능한 탓이고 잘되면 특혜였다는 자기중심적 편의주의다. 이러한 편의주의는 언제라도 힘을 가진 쪽에서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사고로 연결되면서 시장경제의 핵심적 기반인 투명한 경영 환경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다.

물론 두 기업이 실제로 불법적인 방식으로 인수를 했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하며 이런 점에서 반대로 양 기업이 모두 회생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아야한다는 주장 역시 공정한 원칙이 지배해야 시장경제가 성공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인수 후 성공적인 회생을 한 한참 후에야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되었기 때문에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형 인수 사안인데 그 정도의 불법성이 있었다면 인수 시 또는 인수 직후 검토가 되었어야 했고 그랬더라면 오해의 소지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깨끗한 게임의 법칙에 대한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앞으로 법의 판정이 나와 과연 불법적인 특혜였는지를 밝혀주겠지만 위기에 처한 중요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킨 경영행위를 결과만으로 판단해 당시의 위험을 저평가한 쪽으로 비치게되면 한국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자기편의적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Monday, May 15, 2006

연방은행의 경제 진단

지난 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도합 열여섯번에 걸쳐 4%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계속 여러번에 걸친 인상의 결과 관심은 역시 언제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 것인가에 모아졌는데 이번 연방은행의 발표문의 결론은 금리 인상의 중단 시점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발표문을 요약하면 공개시장위원회는 금리인상을 언제 중단할지 모르겠고, 앞으로 경제의 흐름을 더 봐야만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 있으며, 물가상승의 압력은 약간 있으나 아직까지는 통제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금년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조금씩 하향 조정되리라 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연방은행은 언제나 물가의 안정과 경제의 성장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균형있게 조정해가야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이 연방은행으로서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게하는 이유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 아주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즉 거의 2년 동안 이자율을 꾸준히 올렸으면 경기가 식어가야 할텐데 오히려 금년 들어 더 좋아지고 있어 자칫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가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커질 수 있어 항상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하는 한편, 금리 인상의 효과가 통상 9개월에서 18개월 이후에 나타나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경제가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예상해야 하는데 계속 긴축정책을 쓰면 너무 경제가 위축돼 잘못하면 침체에까지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애매한 입장에서 연방은행이 이번 금리 인상 후 다음 번부터 잠시라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만을 언급하고 경제상황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단 점은 연방은행이 현재 고민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방은행의 발표 직후 채권의 수익율이나 주식가격에서 그리 큰 변화를 보여주지않아 역시 연방은행의 입장과 같이 아직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진 인플레이션의 우려나 소비 감소 그리고 소비자 신뢰지수의 하락으로 인해 연일 대폭으로 하락해 연방은행의 이자율 정책에서 말하는 경제여건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이를 통제키 위해 계속 이자율을 올려야하느냐 아니면 경제가 연착륙을 하면서 안정을 찾느냐의 양갈래에서 팽팽한 의견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으로 기운다해도 어느 정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Monday, May 08, 2006

달러화의 추락

달러화가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유로의 경우 11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엔화에 대해서는 6개월 만의 최저치를 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는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원화에 대해서도 올해 들어서만 11% 하락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사태 후 가장 낮은 환율 대에 들어섰습니다.

이러한 달러화의 추락은 최근 들어 세가지 주요 상황에 따라 발생했습니다. 우선 4월에 있었던 7개국 정상회의에서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 달러와 유로 대비 비싸져야 국제 무역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는 발표가 있음으로 해서 달러의 가치 하락을 예고했습니다.

둘째로 많은 외국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 수단을 달러로 부터 유로로 더 옮겨가겠다는 정책을 선언하면서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도 가치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외국 중앙은행들의 유로 선호는 그만큼 유로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달러 보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왔다고 하겠습니다.

세째로는 미 연방은행 버낸키 의장의 의회 증언에서 이자율 상승이 곧 멈출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받은 금융시장이 달러를 팔면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 커져가는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돼왔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이자율이 다른 달러 대량보유국의 이자율 보다 높아 미국으로의 달러가 다시 돌아 들어왔기 때문인데 이제 미국 이자율 상승은 곧 멈추고 다른 국가들의 이자율은 계속 올라가면 그 차이가 줄어들어 미국으로의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달러 가치가 이처럼 계속 하락하면 미국의 상품가격이 외국 소비자에게 싸지면서 수출이 늘어나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혜택을 보게되고 반면에 외국에서 상품을 수입해오는 기업들은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수출 기업보다는 수입의 의존도가 더 높은 현재의 실정에서 아무래도 달러화 가치 하락은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은 낮아진 달러 가치때문에 미국으로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율이 있어야만 돼 채권의 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채권의 가격이 낮아지면 이자율은 올라가 전체적인 소비시장과 기업 수익도 악영향을 받으면서 주식시장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동안 늘어나는 무역적자의 값을 치르는 시대가 다가오는 예고로 보입니다.

Tuesday, May 02, 2006

경계해야할 이민개혁안의 경제적 근거

미국의 약 1억3천5백만명의 고용인구 중 불법이민자들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통계를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불법이민자의 수가 천이백만명 정도라는 것이 대충의 수자라면 그 중 반만이 고용 인구라 해도 전체 고용인구의 4%를 쉽게 넘고 이는 전체 고용시장에 상당히 큰 비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이민을 척결해야한다는 이민개혁안 의지의 배경에는 바로 이 불법이민자들의 고용시장 진출에 따른 불만도 깔려있다. 고용인구의 4%이상이 불법이라는 약점을 안고 진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단순노동 시장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합법적 노동자들의 실업율을 올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이민자들의 미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민자들 때문에 임금수준이 낮아지고 실업율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그렇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우선 이민자들은 현지 출생 노동력과 경쟁하기보다는 이민자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다. 영어 부족과 낮은 교육수준 및 현지 생활 적응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서 이민자들은 현지 출생 노동력과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현지 출생 노동시장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현지 출생 노동자들은 주로 숙련직이나 전문직에 속하기 때문에 비숙련직에 집중되는 이민자의 저임금으로 인해 임금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그런 반면에 이민자들은 높은 노동 의욕을 갖고 있다. 퓨 히스패닉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 현지 출생 남성 고용인구의 약 72%가 노동 시장에 참여하는데 비해 이민자의 참여비율은 81%로 월등히 높고 그 중 불법이민자는 94%까지 이른다고 나타나 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보면 이민자는 이민 정착을 위해 어떤 분야든 가리지않고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써 현지 출생 노동력이 진출하지 않는 저임금 시장을 받쳐주는 주요 노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지가 더 강한 불법이민자의 경우는 비인기 산업의 중심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보모나 파출부 같은 집안 일의 고용에서는 21%, 식품 제조업에서는 14%, 농장과 가구 제조업은 각각 13%, 건설업에서는 12% 정도가 불법이민자라고 나타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불법이민자의 미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비인기 산업에 저임금으로 참여함으로써 인건비의 압력을 줄여주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저임금의 노동력이 없다면 더 고급 노동력을 고용해야하므로 더 높은 인건비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고 높아진 인건비가 원가를 상승시켜 물가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고임금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요즈음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서는 바로 외국 수입의 경쟁에 직면케 되고 경쟁에 밀리게 되면 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돼 오히려 실업이 올라갈 수가 있다.

물론 불법이민자들에게 돌아가는 교육비나 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적지는 않지만 소위 기피산업에서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유지시켜주는 이익에 비하면 불법이민자들의 경제면에서의 기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최근의 이민개혁안 논쟁에서 불법이민자가 미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법을 강화해야한다는 경제적인 타당성은 찾기가 어렵다.

불법을 줄이고자하는 노력은 법의 권위와 국가 질서의 유지라는 공공정책적 차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경제라는 실리적 이유 때문에 불법을 다스리는 동기가 주어질 때는 사회의 선택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는 프리웨이에서 절대로 속도위반을 못하게 하기 위해 경찰력을 몇 배 늘려야하느냐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늘여야할 경찰력의 비용과 전반적으로 차량의 속도가 줄어 교통의 효율성이 줄어드는 비용을 법 집행의 이익과 비교할 때 교통법의 엄정한 집행이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속도위반을 인정하는 것처럼 불법이민자의 문제도 경제적인 면으로만 계산하면 엄격한 집행이 그렇게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민개혁안 논쟁에서 경제논리가 앞서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개스값에 대한 정부의 역할

미 평균 개솔린 가격이 2불90전을 기록하고 이 추세라면 작년 Labor Day즈음에 기록했던 3불50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솔린 가격인상 문제가 이제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ABC News와 Washington Post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3 이상이 부시대통령이 개솔린 정책을 제대로 수행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70% 이상이 개솔린 가격 인상으로 가정경제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대통령이 재생연료협회에서 2006년 원유에 대한 전반적 대책안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개솔린 가격의 문제를 시장경제에만 두기에는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에서 나온 결단이라고 하겠습니다.

대책안의 주요 내용은 원유회사들이 개스값 인상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냈기 때문에 수익중 일부를 대체 에너지 개발 투자를 위해 사용해야하고 그동안 있었던 원유개발사에 대한 세제상 혜택을 없앨 것이며 개솔린 공급선의 가격 담합여부와 개솔린 거래 시장과 파생시장의 조작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처는개솔린값 때문에 압력을 받고 있는 대다수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내용이지만 그 효과 면에서는 당장에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고 보입니다. 잘못된 정책에 의해 개솔린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라갔다면 정책의 정정으로 단기간에 가격의 정상화가 가능하지만 지금의 개솔린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적 수급에서 발생한 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에 정책적 접근은 잘못하면 정치적 포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적 요소는 현재의 정책이 대기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솔린의 정유과정을 법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추가 정유과정에 따른 비용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그러나 개솔린 가격이 높다고 미래의 가치를 포기하는 대기오염규제를 이 단계에서 축소하는 것은 현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차세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이어서 그렇게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장경제적 요소나 환경요소로 인한 상승을 단순히 정부의 조치로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경제 문제를 정치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인위적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며 실제적 효과가 없는 공론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화하면 개솔린 가격이 내리려면 지금보다 경제가 가라앉아 수요가 줄거나 비싼 개솔린이 부담이 되어 소비를 줄여야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경제는 좋길 바라면서 그에 대한 부수적 현상인 원자재 가격은 정부가 어떻게 해 주리라는 기대는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