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hursday, May 25, 2006

게임의 법칙에서 보는 현대자동차와 론스타

파산하게 될 지경에 이른 기업을 회생시키고자 경쟁회사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 나왔다. 정부와 주거래 은행의 주도로 경쟁기업이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수기업이 부실기업의 부채 2천억원을 다 인수받으면 너무 힘드니 이중 5백억원은 탕감받게 되었다.

인수기업은 그 후 양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어느날 그 인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수사선상에 떠오르더니 급기야 구속이 되었다. 구속된 사유는 다르지만 원인은 부실 기업인수시 지급한 뇌물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특혜 인수고 부채 탕감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 이야기다.

대형 은행이 경영 위기에 빠졌다. 외국의 투자기관이 인수했다. 몇 년후 그 문제가 됐던 은행은 몇 배에 해당하는 매매 차익을 남기고 매각을 하게된다. 문제는 그 투자기관의 법인이 한국과 비과세 협정 국가에 등록돼 있어 매매 차익의 이익에 대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이익금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조사가 시작되더니 급기야는 매입 당시의 불법성을 찾아내 형사상의 문제로 까지 번졌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얘기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사건의 내용은 과거의 잘못이 나타나 조사하게 됐고 문제가 발견돼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게임의 법칙에서 보면 이 두 사건은 우려의 요소가 있다.

문제 기업의 회생전략으로 선택된 현대나 론스타는 문제 기업을 인수하면서 부채를 떠 맡거나 자본금을 현금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수의 대가를 치렀다.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부실기업 인수라는 위험을 안고 회생의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회생을 성공시킨 이후 양 회사에 대한 시각은 성공에 대한 찬사보다는 뭔가 석연치 않고 부정적이다. 두 인수대상 기업의 상태는 지금에 와서 봤더니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고 뭔가 인위적 조작이 이루어지면서 현대나 론스타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인수 매각 당시의 의사결정과정을 재해부하는 작업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좋은 조건의 인수를 인정한 이유는 불법 로비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추론은 결과를 보고 원인을 평가하는 식의 사고로서 그 후 잘못되면 인수자가 무능한 탓이고 잘되면 특혜였다는 자기중심적 편의주의다. 이러한 편의주의는 언제라도 힘을 가진 쪽에서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사고로 연결되면서 시장경제의 핵심적 기반인 투명한 경영 환경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다.

물론 두 기업이 실제로 불법적인 방식으로 인수를 했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하며 이런 점에서 반대로 양 기업이 모두 회생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아야한다는 주장 역시 공정한 원칙이 지배해야 시장경제가 성공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인수 후 성공적인 회생을 한 한참 후에야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되었기 때문에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형 인수 사안인데 그 정도의 불법성이 있었다면 인수 시 또는 인수 직후 검토가 되었어야 했고 그랬더라면 오해의 소지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깨끗한 게임의 법칙에 대한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앞으로 법의 판정이 나와 과연 불법적인 특혜였는지를 밝혀주겠지만 위기에 처한 중요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킨 경영행위를 결과만으로 판단해 당시의 위험을 저평가한 쪽으로 비치게되면 한국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자기편의적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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