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Friday, February 12, 2010

금융규제와 시장경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큰 방향은 대형 상업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의 초대형화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계의 반발 더 정확히 말하면 ‘초대형 금융계’의 반발은 당연히 거세다. 이 입안의 발표만으로도 주식시장에서 대형금융주가 대폭 하락했다. 일반 서민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규제와 반대인데 그 충격은 크다.

그러나 이번 규제안과 금융계의 반발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월가의 지나친 성장과 이에 따른 거품의 후유증으로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많은 국민이 직장을 잃고 재산을 날리고 사업이 넘어가는 사태에 처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시 이런 광란의 거품시대를 재연치 않기 위한 정책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서브프라임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를 월가로 지명한다는 데 있다. 문을 닫은 리먼 브러더스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기막힌 투자기법에 시티은행 같은 대형상업은행들이 가담하면서 무차별 모기지대출을 만들어냈고 이 결과 전세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늘어나면서 거품을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차별 투자로 몇몇 대형은행들이 망하게 되었는데 이들을 망하게 놔둘 수 없는 현실에 있다. 대형은행들이 망하면 금융권 뿐만 아니라 일반 경제도 공포에 빠지면서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테믹 위험이 있어서 정부는 대형은행을 구제해주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마불사론이 기정사실화되고 앞으로 금융계가 안정이 되면 위험관리는 뒤로 한 체 이익만 추구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 여지를 남겨놓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즉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다 이익이 많으면 은행경영진이 나눠갖고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져주는 현상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안은 대형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무차별 이익추구, 그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제 거품 후유증, 그리고 시스테믹 위험 초래와 정부의 구제라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시도이다.

이에 대한 반대 논리는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원리는 지난 번 대형은행들을 정부가 구제해 주면서 이미 무너졌다. 민간기업을 정부가 구제했다는 자체가 이미 시장경제의 포기인데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부규제를 반대한다는 논리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 논리는 미국 은행권의 글러벌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다. 유럽이나 일본의 대형은행들과 경쟁하면서 규모나 업무영역 제한 때문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인데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는 글러벌 경쟁력의 상실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초대형화한 은행과 무차별한 위험감수가 가져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글러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택이라는 말이다. 대형화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대공황이나 현재의 대침체의 가능성을 줄이는 정책적 선택을 하는 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더 유익하다는 판단이다. 적게 벌더라도 안정되게 살자는 말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75년 전 대공황의 늪에서 만들어졌던 글래스 스티걸 법안의 정신과 유사하다. 그 이후 그 법안이 고쳐지기 시작한 80년대 까지 대형금융위기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법안 제안의 타당성을 올려준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 기간에 은행권은 답답한 보수적 산업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을 보면 답답함이 파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답은 지금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선택의 문제는 결국 정치적 결단이고 이 판단의 결과는 나중 후세가 져야할 몫이 된다. 은행규제안은 역사적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린 산업의 경제적 의미

살만한 지구를 남겨주자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성스럽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환경문제에 들어가면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행이 쉽지 않다.

지구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그 한정된 자원으로 훨씬 더 많은 생산을 해내면서 발전해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을 포함한 동력의 발전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류의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과학적 추산을 보면 이러한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증가가 없었다면 지금 지구의 인구는 65억이 아니라 20억도 채 못될 것이라고 한다. 내 주변의 3명 중 2명은 태어나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산성의 개선을 인류사회의 발전으로 높이 찬양하고 우리 스스로를 위대한 지구의 주인으로 자처해 왔다. 그리고 이 문명의 생산성을 갖고 생활의 편리와 고차원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환경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린하우스개스니 오존층 파괴니 지구온난화 같은 고등학교 지구과학이나 화학시간에 들어볼만한 단어가 일상의 뉴스에 나타나고 유기농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여기저기 다 웰빙의 식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 문명의 잉여를 가져오고 그럼으로써 오늘날의 생산성을 만들어준 화석연료와 화학농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생산수단을 바로 당장 친환경적으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전세계의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풍력이나 옥수수 등 재생에너지 도는 조력등은 그 발전방식이 생산성이 낮아 비용이 높을 뿐더러 현재 지구가 필요로 하는 동력을 다 대체할 수준까지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 나아가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보호를 위해 자국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면 국가경쟁력이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아직은 국제적 분담을 할 수 없다는 현실론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당장 먹고 살기 힘든 국가는 제외해주고 여유있는 선진국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돈을 더 많이 쓰라는 말이다.

이런 양상이니 지구환경보호라는 국가간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워낙 국제회의라는 것이 구속력있는 기관이 아니지만 더구나 환경보호의 문제는 좋은 말만 늘어놓고 악수 밖에 할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은 대체성과 생산성이다.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생산방식이 현재의 에너지 수요 더 나아가 앞으로 더 필요할 에너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대체성과 또 이를 생산하는 비용이 지금과 같거나 더 낮아져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산성이 있어야만 진정한 그린 산업이 된다.

결국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원리이다. 이 경제의 원리를 해결치 못하면 지구살리기를 위한 그린산업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누군가가 현재 누리는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인간의 속성상 내가 희생하면서 남이나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미래의 후손을 위한 노력이 대대적으로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 산업도 인간의 바로 이 기본적 속성에 절대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린 산업의 진정한 숙제는 경제성을 위한 혁명적 발명과 발견이라고 하겠다. 그린산업이 앞으로의 세대를 이끌어가는 신산업이 될 것이냐 아니면 전시행정일 뿐이냐는 바로 경제성 달성에 달려있다. 그 동안의 인류의 기적적 발전의 역사를 볼 때 분명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도전받는 연방은행의 독립성

미국 서북부의 미항으로 꼽히는 시애틀 다운타운에는 ‘지하도시 (Underground City)’라 불리는 관광명소가 있다. 이 지하도시는 1889년 대화재로 25개의 블럭이 불타면서 유래되었다. 화재복구작업 때 바다와 닿아있는 도시의 해발이 너무 낮아 도심지의 홍수와 범람이 잦았던 사고를 막고자 아예 건물들의 2층까지 덮어버리는 복개공사를 하면서 지하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1907년 당시 폐렴성 흑사병이 퍼지자 흑사병의 매체인 쥐들의 온상이었던 지하도시가 폐쇄되었고 그 이후 지하도시는 도박과 부랑자, 마약의 소굴인 폐허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1965년 벨 스파이델의 아이디어로 지하도시의 일부가 복원돼 관광지로 만들어졌다. 이 지하도시관광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시애틀의 여러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는 심도있는 코스로서 시애틀을 가면 꼭 들러볼 만한 가치있는 명소다.
이 지하도시가 폐쇄되던 때의 일화다. 당시 흑사병을 옮기는 주매체인 쥐들을 없애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 중 한가지 방법으로 정부에서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가져오면 한마리 당 보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갔다주고 보상금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기가 막힌 현상이 벌어졌다. 보상금을 노리는 일부 주민들이 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서 쥐를 번식시켰던 것이다. 쥐잡자는 정책이 쥐를 더 늘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그 실시 과정에서 이 정책을 이용코자하는 사람들로 인해 전혀 의도치 않은 새로운 나쁜 결과를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애틀의 쥐번식 사건은 바로 정부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예다.
금융계 개혁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의회의 감사대상으로 하겠다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회로 부터 연준을 독립시켜놓았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논리다.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대규모 보너스를 연준이 방치했다는 점이 국민을 자극하면서 의회에서 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연준을 의회로 부터 독립시킨 이유는 정치의 인기주의 속성으로 인한 선심성 정책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융정책은 일시적으로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경우가 많다. 경기가 한참 좋을 때 과열을 막고자 이자율을 올리면 좋은 경기를 깨뜨린다고 원성이 높다. 이 경우 연준이 의회의 감독을 받게되면 국민 눈치보기식 인기주의 정책이 판을 쳐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게돼 월가의 보너스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혼란을 가져온다.
후진국들의 경제혼란은 바로 정치권의 인기몰이에 금융정책이 이용당한 경우가 허다하고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금융정책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고 그 맥락에서 미 연준도 아예 의회로 부터 독립시켜놓았던 것이다. 아직도 달러가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데는 바로 연준의 독립성에 의한 국제적 신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의 최근 행보가 못마땅해 독립성을 없애고 의회의 감독을 받게하겠다는 정책은 쥐잡으라고 보상금 주었더니 쥐를 키우는 ‘의도치 않은 결과’ 즉 금융의 후진화를 가져오면서 미국의 신뢰도에 큰 도전을 불러 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를 위해 연준의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 그래도 정치권보다는 금융당국자들이 더 믿을만 하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의 처지

조선조 숙종 때 물려받은 재산으로 거부였다가 흥청망청 놀아 패가망신한 한량을 다룬 이춘풍전이 드라마화 한 적이 있었다. 이춘풍이 한창 돈을 물쓰듯 하던 시절에 그는 현찰대신 화선지에 ‘풍’이란 한자를 적어줌으로써 결제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저기 아무데서나 ‘풍’자 적힌 요즘식으로 말하면 ‘풍자어음’을 발행하고 다녔으니 어느날 이춘풍의 재산은 거덜나고 말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풍자어음이 한동안 받아들여졌고 이 풍자 어음을 받으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사실이다. 이춘풍의 재산은 한정이 돼있는데 풍자 어음은 계속 늘어만나니 그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질 것이 뻔한데도 풍자어음의 위력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춘풍의 집안재력을 과대평가해 풍자어음은 언제나 이춘풍의 집에만 가면 현찰로 교환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또 초기에는 실제로 그렇게 돈을 받아갔으니 그 신뢰를 더 확고히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이춘풍의 재산이 다 떨어지자 풍자어음을 가져가도 돈으로 바꾸주지 못하게 되었다. 결과는 요즘말로 하면 공황상태가 발생했다. 풍자어음을 가지고 있던 동네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몰려들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이춘풍은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다.

문제는 이춘풍만 거지가 된 것이 아니고 돈이라고 믿고 있던 풍자어음도 단박에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이춘풍과 그 동네가 다 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하겠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2조달러대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 이후 활발해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무역흑자를 내면서 쌓아놓은 재산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고민은 이 무역흑자를 통해 벌어들였다는 재산이 미국의 달러로 저축되어있다는데 있다. 미국이 갚을 능력이 없어지면 어떻게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은 그 2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통한 빚을 지면서 그동안 흥청망청 살았다. 이춘풍의 삶을 산 것이다. 그리고 풍자어음이 시중에 남아돌 듯 달러는 중국, 일본, 러시아, 산유국 그리고 심지어는 한국에도 남아돌고 있다.

이춘풍의 동네처럼 이들 풍자어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빚갚으라고 달라들면 미국은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달러가진 국가들도 같이 크게 손해를 입는다. 살 길은 하나밖에 없다. 달러가진 중국 같은 나라들이 차츰차츰 미국의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이춘풍전으로 돌아가서 보자. 하루 아침에 돈을 갚으라고 하면 같이 망한다. 그런데 이춘풍과 그의 현명한 처를 믿고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서서히 돈을 갚으라고 하면 같이 살아나는 길이 있다.

이렇게 서서히 미국의 빚을 갚아가는 길이 요즘 버냉키 연준의장이 외치는 ‘Rebalancing’ 즉 균형회복이다. 한마디로 이제 미국은 한꺼번에 그 돈을 갚을 수 없으니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가라는 말이다. 그동안 중국이 열심히 미국에 물건 팔아 재산을 만든 것처럼 이제 거꾸로 미국산 제품을 팔아서 빚갚자는 말이다.

우리 미국에게 주어진 숙제는 분명하다. 그동안 빚내서 잘 살았던 생활을 청산하고 열심히 물건 만들어 중국 등 미달러 보유국에 팔아야 한다. 이춘풍의 처가 그랬듯 생활수준의 하락을 감수하고 허리띠 졸라매 열심히 살아야한다.

그러나 그나마도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언젠가 풍자어음을 들고 닥칠 동네사람들로 인해 이춘풍이 거지가 되듯 미국은 거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국의 달러화는 이춘풍의 ‘풍자어음’과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되었다.

금융위기 1년과 풍환의 지혜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은 천하의 인재들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의 인품도 좋았고 인재를 존중한 덕에 식객이 끊이지 않았다. 수 많은 식객 중 풍환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 식객 중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대객까지 올라간 약간 이상한 인물이었다.

잠깐 맹상군의 살림이 어려워졌을 때가 있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가 맹상군의 돈을 빌려 쓰던 설읍 땅의 사람들이 이자를 제때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그러자 별로 공이 없이 최고의 식객까지 올라간 풍환을 시험도 할 겸 맹상군은 그를 설읍 땅에 보내 이자를 받아오게 시켰다.

설읍 땅에 간 풍환은 알아서 이자를 주는 사람들의 돈을 받은 다음 그 돈으로 큰 술잔치를 벌이고 맹상군의 돈을 쓴 사람들을 다 초청했다. 한사람씩 면접을 하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나중에라도 돈을 갚을 능력이 사람들에게는 지불기한을 연기해 주고 그나마도 안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차용증을 돌려받은 다음 다 불태워 버렸다.

맹상군은 풍환의 일방적 지불유예와 면제 조치를 보고 받고 크게 화가 났다. 이에 대해 풍환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를 다그치면 설읍 땅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다 사라질 것이 뻔한데 이들을 이자의 부담에서 구해주면 땅을 떠나지 않고 지키다 언젠가 경제가 좋아지면 다시 돈을 갚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풍환의 해명에도 맹상군은 분이 풀리지 않았으나 딱히 별 수도 없어 그냥 덮어두고 지나갔다. 그런데 후일 맹상군이 모함에 빠져 제민왕에게 축출당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이 때 설읍 땅 사람들이 그를 잘 받아주고 모시면서 나중에 풍환의 계교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어준다.

그때야 맹상군은 풍환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고마워한다. 이 내용이 소위 ‘돈으로 덕을 샀다’는 풍환의 지혜다.

본격적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구제’라는 단어가 수없이 사용된 시절이었다. 문제의 원인이었던 대형 금융기관과 자동차3사에 대한 구제가 거론될 때마다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분노하기도 했고 자기 희생을 거부하는 노조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파멸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국민 정서에 거슬리는 정책들이었지만 이들 정책을 추구한 정부 당국자들의 소신은 전체적으로 구제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나타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선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2천년 전의 풍환의 설명대로 설읍 땅 사람들처럼 이자를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지만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면 도망갈 것이고 그러면 설읍 땅에서 사람들이 없어져 소득원 자체가 없어져 버리면 같이 망한다는 논리다.

누구의 잘못이었던 간에 금융계와 대형 회사들이 버터야만 다시 살아날 기반이 있다는 논리였고 그 결과 지금은 주요 지표상으로 다시 서서히 살아날 기운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의심과 비판은 풍환에 대한 맹상군의 질책과 같다. 내 세금으로 왜 탕감해주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금융계나 대형 회사들이 파탄에 빠졌으면 ‘아마도’ 지금쯤 대공황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참사를 일단 피한 정부와 연방은행의 정책은 바로 같이 살아야 내것도 있다는 풍환의 지혜에 견줄만 하다.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직 멀었다고 하고 우리의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의 경제지만 그래도 자료로만 보던 대공황 시절의 절망스러운 모습은 피했던 지난 금융위기 1년을 돌아보며 분노보다는 같이 살기 위한 현대의 풍환의 지혜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

Wednesday, February 03, 2010

2010년 2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올 해 들어 처음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전격적으로 대출중단을 선언한 중국의 영향으로 미국도 출구전략을 앞당겨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방향에 관심이 몰렸는데 결과는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이자율의 향방에 대해 앞으로 상당기간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꾸지 않음으로 해서 연준의 경기부양형 이자율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의 변화는 내용적으로는 앞으로의 경제회복을 전망하는 표현이 종전의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weak였던데 반해 이번에는 저조할 것이라는 Moderate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준의 경기회복세의 지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좀 더 커졌다고 해석되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형식상 변화는 지난 번 만장일치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 표의 반대표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반대표의 의견은 이제 금리정책이 서서히 긴축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어서 비록 이번에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는 했어도 조만간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했습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고용악화, 재산감소, 대출경색의 걸림돌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전체경제의 분위기가 나아진다고 해도 긴축을 할 수 있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번 한표의 반대에 그리 큰 의미를 주기는 어렵다고 해석됩니다.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현재 미국 경제의 큰 흐름이 주택시장의 반전기미와 자동차 시장의 회복에 의해 호전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개선의 배경에는 엄연히 정부의 구입보조금이 작용하고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없어질 때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있어 아직 안심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중국의 긴축정책 시도인 대출축소가 발표되자마자 전세계 증시가 불안에 빠지고 있어 섣부른 긴축정책시도는 아직도 자생적으로 버틸 힘이 충분이 없는 경제를 다시 하락시킬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대공황 중간에 섣불리 경기부양안을 거두었다가 심각한 더블딥을 겪었던 사례가 있어 연준은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2011년 부터 재정적자 감축 정책이 선언된 만큼 경기부양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재정이 빠져나갈 상황에서 금융정책마저 같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이중의 부담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어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장기간 금리동결정책은 필수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25일

기업의 넘치는 현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정상수준보다 훨씬 높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티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대형회사들의 현금보유량이 2007년에 비해 2009년도에 2900억불이 늘어났고 이중 약 반 정도가 미국기업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러한 현금확보의 열풍은 어려운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도산의 위험이 늘어나는 불안감 때문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배당급지급 절감으로 현금을 많이 늘린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현금확보는 기업의 안전성을 올리고 있어 주식시장의 안정과 전반적인 경제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대기업들의 현금확보는 앞으로의 경제전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경제에 절실한 문제는 고용창출인데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공격적인 확장정책이 먼저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현금확보에 매달리면 확장을 하지 못하고 이는 고용시장의 개선으로 부터 더 멀어져간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전체경제에는 그리 좋은 전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업들에게 넘치는 현금으로 확장을 하도록 종용할 수 없는 현실은 현재 미국 기업들의 공장가동율이 이상적 수준인 80%보다 훨씬 밑도는 71.3%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공장가동율이 이상적 수준을 밑돈다는 말은 기업의 시설이 많이 놀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상태에서 기업에게 더 확장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나면서 거의 잠자고 있는 상황이 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아무리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상태에 빠지고 있어 정부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은행권 역시 연준에서 풀어논 현금으로 현금보유비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들 자금을 필요로하는 두개의 주요 대출수요인 대기업도 현금이 많아 대출을 쓸 이유가 없고 소비자는 현재 빚에 쪼들리고 있는데다 실업율마저 높아 더 대출을 쓸 여력이 없어 결국 은행의 넘치는 돈이 갈데가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돈을 풀어도 결국 대기업이 시설확장과 고용증가를 하지 않는한 그 효과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데 지금 대기업의 현금보유량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아직 경제가 빨리 활성화되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2010년 1월 18일

무역적자의 증가

작년 11월의 미국 무역적자가 그 전달에 비해 9.7% 증가한 364억불로 집계되었습니다. 무역적자는 미국이 외국에 파는 수출보다 외국으로 부터 사들여오는 수입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지난 11월의 경우 미국의 수출은 그 전달에 비해 0.9% 증가한 1382억불이었고 수입은 2.6%나 증가한 1746억불을 기록해 그 차액인 364억불이 적자로 잡힌 것입니다.

무역적자는 한 국가가 자체생산한 양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무역적자는 생산능력 이상의 생활수준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갖게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이렇게 적자가 생기면 외국국가들에게 그 적자만큼의 빚을 지게되고 빚을 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건 값이 올라가 수입에 대한 수요가 줄고, 반대로 수출물건 값은 떨어져 수출에 대한 수요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무역적자는 적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가져오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면서 없어지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 무역적자가 계속 만성적으로 있는 국가여서 무역과 통화가치의 상관관계가 적용이 되지 않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이상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두가지 이유는 우선 미국의 달러가 국제결제통화인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이 크다보니 모든 국가들은 항상 달러가 필요해 달러에 대한 특수 수요가 생겨 무역적자에 따른 가치하락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무역적자로 달러를 가진 국가들이 다시 그 돈을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달러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되는 점입니다.

이렇게 미국의 만성적자는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과 미국에 대한 투자수요로 인해 달러가치의 폭락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현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쪽이 경제학계의 기조가 되고 있고 오히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현상을 경제활성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그 이전의 매달 600억불대에서 작년 5월 250억불까지 떨어진 추세를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경제건강척도로 보는 것도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들리지만 11월 무역적자의 증가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11일

가주 정부의 재정적자

지난 주 캘리포니아의 실태에 관한 연설을 통해 슈와츠네거 주지사가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역설함으로써 지금 주정부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슈와츠네거 주지사의 역점사항은 미국 전체 평균인 10%대 보다 훨씬 높은 12%대의 가주 실업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내년도 850억불의 주정부예산에서 200억불이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에 집중되었습니다.

미국 전체적으로도 거의 모든 주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2009년 회계년도에만1,740억불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굳이 캘리포니아만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캘리포니아의 경제적 지위가 크고 또 우리 한인들이 많이 집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현 가주의 어려움은 더 조명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연방제로 구성돼 있는 미국의 국가체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라는 이중체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가끔씩 국가전체의 문제와 주정부의 문제가 별도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전체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점이 주정부에게는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점인 경우가 많아 현재 미국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문제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슈와츠네거 주지사는 예산의 과감한 개혁을 강조하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될 수 없는 200억불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5억불의 교육비를 책정하고 만불에 해당하는 주택구입세금보조혜택을 제공하며 그린 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산업과 고용정책을 제안했고, 지나치게 비용지출이 많다고 공격되던 형무소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면서 형무소의 사설화를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주지사의 노력은 어려운 현 사태에 적절한 노력으로 평가되지만, 임기 마지막 해를 맞고 있는 주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거의 사라지고 있어 이 제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부정적 시각이 더 많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슈와츠네거 주지사의 제안은 실시가능성 여부를 떠나 현 가주의 경제상태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4일

연방은행의 출구전략 개시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마음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노력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호랑이와 같이 힘있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연방은행이 지난 주 출구전략의 첫 신호를 보여주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 여러 채널을 통해 출구전략 즉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늘어난 돈을 시중에서 줄이는 전략을 고려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이번 조치는 실제적인 출구전략의 첫 시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겠습니다.

지난 주 발표된 내용은 은행들이 연방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을 현재의 당일거치 방식외에 기간예치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기간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간개념의 예금이 생기면 현행 0.25%의 당일예금이자율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줄 수 있게돼 여유자금이 있는 은행들이 더 많은 자금을 연방은행에 예치하거나, 이미 예치된 당일 예금을 기간예금으로 더 긴 기간동안 묶어두는 효과를 갖게됩니다.

단순히 은행들이 더 높은 이자율을 받고 기간예금을 한다는 의미보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연방은행으로 예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은행들이 일반 소비자와 기업에게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중의 자금이 줄어들게 되면 현재 경기부양안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줄이게 됩니다.

이 연방은행 예치자금에 대한 이자율 지급방식은 시중의 자금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외에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상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영향이 큰 방식은 은행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간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현재 많은 대출이 이와 연동이 돼있어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돼있어 연방은행은 가능한한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부터 출구전략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이 중 연방은행 예치금의 이자율을 올리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채택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새해 들어 경제전망이 여러각도에서 나오고 있지만 가장 권위있는 연준의 입장이 지난 주 출구전략의 첫시도인 예치금 이자율 인상을 통해 어느 정도 경기안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해석되는 만큼 올해 경제가 정상화되리라는 기대를 갖게합니다.

2009년 12월 28일

채권수익율의 상승

최근 연방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이 그 전 주의 3.5%미만에서 부터 오르기 시작해 3.8%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채권의 수익율은 채권가격과 역관계에 있어 수익율이 오른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연방채권은 주식투자와 거의 상반된 심리상태의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수익율이 높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반면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지닌 투자인데 반해 연방채권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이 고정된 수익율을 받을 수 있어 안전투자입니다.

따라서 경제 전반에 걸쳐 낙관적 분위기가 커지면 채권보다는 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수익이 높을 수 있는 주식쪽으로 투자가 몰리게 되고 반대로 비관적 분위기가 되면 주식투자 같은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채권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연방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에서 주식과 같은 고위험 투자로 돈이 몰리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시장에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낙관적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뒷받침하는 분야는 무엇보다도 주택시장입니다. 기존주택매매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어 이제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그 동안 경기하락을 주도했던 주택시장이 이제 반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주택시장의 낙관론에는 유보사항이 많습니다. 11월에 신규주택매매가 급격히 떨어졌고 연기되었던 차압물건이 내년 상반기에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4월 말까지 연장된 첫주택구입자 세금혜택이 끝났을 때 주택매매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채권시장의 행보는 정부의 보조와 경기부양안으로 인해 경기가 버텨주어왔고 이러한 정부의 보조가 끝난다고 해도 이제 민간부문 특히 기업부문에서 서서히 확장정책을 시도하면 정부의 역할에서 민간의 역할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비관론이 지나치면 앞이 안보이지만 그래도 그 끝은 있고 이 때 가장 민감하게 전환점을 예상하는 분야가 채권시장임을 감안하면 최근 채권가격의 하락과 수익율 인상 현상은 내년도의 경기전망을 밝게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2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정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난 주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이자율은 현행 0.25%에 동결했고 경제계에서 관심이 있었던 경기전망과 이자율 및 경기부양형 유동성 공급정책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크게 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금 경기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 경기와 고용시장 그리고 주택시장이 나아지거나 아니면 최소한 나빠지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 속에 아직 고실업율, 낮은 소득증가, 재산가치 하락, 그리고 대출시장의 경색 등의 장애요인이 남아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민간부문의 노력으로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점은 경제의 큰 걸림돌을 많이 극복했다는 평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에서도 아직 경제의 유보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과잉 시설과 높은 실업율로 인해 물가상승의 압력은 통제돼 있어서 이자율 결정에 아주 중요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 경제가 약간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확실한 단계는 아니고 물가도 잘 통제돼 있어 지난 번 회의 때도 언급했듯이 현행 초저금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특기할 사항은 이자율의 인상은 계속 상당기간 없을 것으로 선언했지만 이자율과 별도로 시중의 유동성을 높여주고 금융계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여러 프로그램은 원래 정해놓은 시한에 맞춰 중단하겠다고 해 이제 서서히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계속 시장상황을 봐 가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연준의 불안함을 엿볼 수 있게는 했지만 기조는 이제 긴급 조치는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금년을 정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견은 이제 내년에 들어서는 그동안 정부와 연방은행의 적극적 개입으로 어려운 경제를 떠받들어온 결과 이제 급하고 심각한 위기는 통제가 되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서서히 민간경제가 다시 주축이 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응급조치를 벗어나 민간경제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2월 14일

소비자대출의 감소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소비자대출이 1.7% 하락함으로써 9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미국 소비시장의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작년도 7월을 정점으로 미국소비자 대출은 줄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 동안 거의 50년 가까이 소비자 금융이 계속 상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소비자대출 시장의 축소가 갖는 의미는 꽤 심각하다고 하겠습니다.

소비자 대출이 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70%가 소비로 구성돼있고 이 소비를 뒷받침하는 중요 원동력이 크레딧 카드와 자동차 융자이기 때문에 곧바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좌우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융업이 앞서 있었고 그에 발맞춰 개인 신용을 측정하는 기법이 발전해 있었기 때문에 어느 국가보다 경제성장에서 대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컸었습니다.

특히 지난 25년 간 개인대출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25년전 가계 수입 대비 대출의 비중이 60% 였던데 비해 지금은 두배가 넘는 122%까지 올라서 있어 가계의 빚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번 금융경제위기로 인해 가계수입이 위협받자 가계는 가계대로 대출비중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은행은 은행대로 대출을 줄이려고 하면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대출이 줄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가계 개인 대출이 준다는 것은 첫째 개인들이 빚을 줄이기 위해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둘째 대출이 뒷받침되는 값이 많이 나가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의 소비가 더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출의 공급면에서도 자본비율을 높이라는 감독국의 압력 때문에 은행 역시 대출을 줄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대출은 수요와 공급이 다같이 줄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지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버냉키의장이 거듭 경고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없다는 진단에는 바로 이 소비자대출의 감소추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빚을 줄이는 일은 장기적으로 건강한 현상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의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7일

연준의 베이지북 보고서

지난 주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베이지북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초 이후 미국 경제가 느린 속도로나마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나타나 미국 경제가 최악에서 벗어났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2개 지역으로 나뉜 연준의 경제동향보고를 모아 현경제 상태를 가늠해보는 베이지북은 공식적 정부자료 중 가장 빠른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높은 자료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시장은 계속되는 해고와 신규고용중단 그리고 높은 실업율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있는 주택시장에 비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 다가오는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위험이 남아있지만 소매경기가 안정을 보인 점이 경기회복의 주역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보고되었는데 이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한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자동차 시장이 집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지난 8월로 마감된 헌차바꿔주기 정책으로 금년도 여름의 자동차 매출이 급격히 올랐던 반면 보상금이 끝난 9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월 이후로는 자동차 시장이 약간씩 성장을 하면서 안정세를 보여줌으로써 정부보조금에 의한 일시적 경기부양안이 그 이후에도 어느 정도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베이지북 보고서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지난 11월의 실업율도 예상과 달리 10.2%에서 10%로 줄었다고 집계돼 전반적인 긍정적 추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실업율 하락은 신규실업자의 급격한 하락의 영향이라고 하겠는데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12만 5천명을 훨씬 밑도는 11,000명으로 집계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해고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베이지북의 결과와 실업율 추이를 기초로 미국경제의 변화를 분석한다면 이제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중심으로 경제가 바닥다지기를 한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베이지북에서도 지적된데로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잠재해 있고, 실업율수치도 하락세가 줄어드는 것이지 아직 고용증가까지 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남아있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연말에 희망의 싹은 커지고 있습니다.

2009년 11월 30일

은행법 개혁안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금융권 개혁안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으로 대형은행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비춰진 지난 1년 동안 일반 국민들은 국민의 혈세로 잘못된 은행들을 살려주었다고 분노했고 의회는 이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새로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의회의 감사권 도입, 은행채권을 구입한 우선순위채권자에 대한 손실분담부과 그리고 경제전체에 대한 파장이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은행이 커지지 못하게 하는 은행분산안이 주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그동안 의회로 부터 독립돼있었는데 이번 총체적 사건을 볼 때 정책을 제대로 수행치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의회가 감독을 해야겠다는 것이고, 은행이 발행한 우선순위채권을 구입한 채권자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손실을 안보게 정부가 도와주었는데 이는 세금으로 구제받은 은행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불공평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은행이 너무 커지면 잘못되도 경제전체에 미칠 파장이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다는 소위 대마불사론으로 인해 대형은행을 다 구제해줄 수 밖에 없었던 점을 비추어볼 때 미리 규모나 영업영역을 쪼갬으로써 잘못되면 망하게 할 수 있어야 경영진이 정신을 차리고 경영을 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언듯 보기엔 모두 이해가 가는 정책방향이지만 문제는 이들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입니다. 연준을 의회의 감독대상으로 만들었을 때 독립적이어야할 금융정책이 정치논리 즉 국민의 표를 의식해 인기주의로 흘러갈 위험이 있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채권에 대해 손실분담을 시키면 은행권의 자금원이 제약을 받게돼 은행의 자금 비용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은행권이 어려워지면 자금회수를 독촉받게되면서 유동성위기를 불러올 것입니다.

너무 큰 은행을 쪼개는 논리는 은행권의 위험관리에 대한 주의를 높이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경쟁하는 현 분위기에서 미국 은행들이 약해지면서 미국자체의 경쟁력 상실까지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큰 문제를 겪고 나면 과거를 반성하고 개혁을 하는 것이 통상 있는 과정이지만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바꾸다보면 너무 지나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바뀌어 오히려 고치지 않을 때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은행법 개정도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23일

주택건설의 폭락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의 신규주택건설이 그 전달 대비 10.6%나 떨어졌고 또 신규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승인신청도 4%나 떨어져 주택시장에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신규주택건설은 지난 거품시절을 주도했던 분야로서 이 건설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미국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경제 부문입니다. 신규주택건설이 중요한 이유는 건설이 갖는 특징으로 인해 원자재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건설업 인력시장도 성장시키는 여러 부대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금년 들어 이 신규주택건설은 연율기준 50만 채에서 왔다갔다 했는데 최근 몇 달간은 60만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할 만큼 꾸준히 상승해왔었습니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전반적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이제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지난 10월의 주택건설지표가 예상을 뒤엎고 크게 하락함으로써 우려의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한 달씩 집계하는 주택통계이기 때문에 매달 변동폭이 클 수도 있어서 단지 한달의 수자만 가지고 추세가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10월의 폭락이 경제계에 충격을 주는 것은 그 하락 배경에 대한 추측 때문입니다.

금년 들어 주택시장이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경제여건이 나아져서인가 아니면 정부의 주택부양안 특히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8천불 세금감면책에 힘입은 일시적인 현상인가에 대해 계속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대체적으로 정부의 부양책과 경기여건 개선이 어우려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를 했고 정부의 부양책으로 일단 힘을 받으면 나중에 부양책이 끝나도 계속 그 힘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들어 신규주택건설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정부의 부양안이 끝나도 연결되리라던 주택시장활성화 기대에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고 그렇게 되면 전체적 경기도 부양책의 종료와 함께 다시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자동차 시장에서도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끝나면서 시장이 급감한 경험이 있었기에 주택보조금 종료 후에 대한 우려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일시적 부양만으로 경제가 살아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2009년 11월 16일

달러 캐리트레이드
전세계적으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란 달러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의 투자수단에 투자를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지금처럼 미국의 이자율이 0%대에 있으면 달러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매우 적습니다. 그러면 일단 달러로 돈을 빌리고 나서 이 돈을 가지고 이자율이 미국보다 높은 국가에 투자를 하면 이자차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가 2%이므로 만약 0%에 가까운 금리로 미국에서 돈을 빌려 한국에 투자하면 2%의 이익을 쉽게 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낮은 이자율로 빌린 돈을 가지고 수익율이 더 높을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 그 이익은 훨씬 더 높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처럼 이자율이 매우 낮으면 달러로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성행케 됩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잃어버린 10년에 시달려온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했을 때도 전세계적으로 일본의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엔 케리트레이드에서도 나타났었습니다.
단순히 이자율만 보고 계산하면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무조건 남는 장사로 보입니다. 그러나 달러 케리트레이드는 양국간의 화폐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외환시세변동에 따른 위험이 발생합니다.
달러로 돈을 빌려 2%의 이자율 차이를 노리고 한국 채권에 1년간 투자했다고 할 때 그 만기일인 1년 후에는 원화를 달러로 다시 환전해서 갚아야 합니다. 그 때 만약 처음 투자했을 때의 환율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2% 이상 올라가게 되면 이자율 차이로 번 돈 이상의 손실을 입게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이자율 뿐만 아니라 양국의 환율까지 감안해야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투자기법을 필요로 하는 투자입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체에 참여하기 보다는 이러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발생하고 있을 때 앞으로 투자시장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미국보다 최근 다른 국가들 특히 이머징 국가들의 주식과 부동산이 더 급격히 상승하는 데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역할도 상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만약 어느 시점에 달러 값이 올라가거나 미국의 이자율이 높아지게 되면 그 역전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현행 0%대의 은행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 경기부양형 금리정책을 유지해야한다는 견해가 절대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위원회가 있기 전에 금융계에서는 연준이 0%금리를 언제쯤 올리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이번 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입장변화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상당히 나왔었기 때문에 이번 위원회의 발표에 관심이 쏟아졌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제 출구전략 즉 서서히 금리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부양형 정책기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미국도 이 기조를 따라가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연준의 이자율 정책 변화를 기대시켰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에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 발표문에 보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자율을 현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표현이 있었고 이 말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자율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서 세계적 출구전략 기조와는 상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1월의 위원회에서는 이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좀더 짧은 기간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번 발표에서 여전히 상당기간 이자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남겨둠으로써 시장의 논란을 일단 잠재웠다고 하겠습니다.

이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미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연방은행의 진단을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즉 상당기간 이자율을 초저금리인 0%대에 머무르겠다고 한 것은 미경제가 아직도 심각하게 어렵다는 진단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경제의 빠른 가시적 회복을 기대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두번째는 이자율이 초저금리로 낮아져 있어 미국의 환율이 계속 가치하락의 압력을 받게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이미 주요 거래국들과의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금리가 오랜 기간 0%대에 머물게 되면 앞으로도 달러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발표문으로 아직도 미국 경제는 확실한 성장기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미국 달러 가치는 앞으로도 하락의 압력을 계속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저금리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상황입니다.

2009년 11월 2일

미국 경제 3/4분기 성장

7월 부터 9월까지의 3/4분기 미국경제 성장율이 전문가의 예상치를 넘어선 3.%를 기록함으로써 행정부와 연방은행의 경기침체 종료 선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성장율은 그 이전의 4분기 동안 연속된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었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고 또 그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연방경기부양안에 있다고 분석됩니다. 우선 미국 경기의 두 핵심 분야인 주택과 자동차 판매가 연방보조금 정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8천불의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공제와 중고차교환보조금으로 일컬어지는 연방 부양안은 주택매매와 자동차 판매를 급격하게 신장시켜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여기에 정부자체의 지출도 지난 2/4분기의 11.4%성장에 이어 이번 3/4분기도 7.9%가 성장했고 달러약세에 힘입은 미국의 수출도 21.4%나 늘어남으로써 이번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선 지난 분기의 견인차였던 주택과 자동차 판매를 도와주었던 정부보조정책이 만료됨으로써 이 두 분야가 다시 실적하락으로 연결될 위험이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보조금이 만료된 9월의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이 위험의 현실성이 높아졌습니다.

다음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업율이 우려로 남아있습니다. 경기확장에도 불구하고 실업율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득을 줄임으로써 전체 소비를 계속 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연결돼 소비자들의 향후 소비행태를 가늠케 해주는 소비자신뢰지수가 금년 상반기까지 회복되는듯 하다가 최근 두달 간 하락한 점도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점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으로 경기가 나아지는 데 힘을 얻어 과감한 확장정책으로 돌아서준다면 실업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경제가 장기적 성장세를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정부의 경기부양안이 노리는 목표는 바로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때 기업인들의 심리적 자신감이 돌아서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26일

경기부양책 마감 후 효과

미국경제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고물차교환 보조금’과 ‘첫 주택 구입자 보조금’ 시행이 끝나면서 부양효과가 떨어지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 교환보조가 끝난 이후 첫달인 지난 9월에 미 전체 자동차 판매가 23%나 하락해 경고를 보여주었는데, 주택시장도 지난 주 발표된 신규주택건설 승인신청이 급격히 떨어져 자동차와 비슷한 경로를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주택구입자 보조금은 시한이 다음 달인 11월 30일까지로 돼있어 시간이 남아있는 듯 하지만 주택거래에 필요한 시간이 통상 30일에서 45일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미 끝났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시장에서 보조금 정책이 끝나자마자 다시 판매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험에 비추어 주택시장도 다시 거래량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생겨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경기가 잠시 반짝이는듯 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소위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서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보조 정책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의회와 부동산협회 그리고 행정부에서도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연장가능성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주택이나 자동차 시장의 보조금 연장이 효과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전반적 경기부양책이 민간 경제 즉 소비와 기업투자를 유도해주느냐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자동차와 주택의 보조금 정책이 그 때만 반짝이고 정책이 끝나면 다시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 전반적 경기부양책이 끝나갈 때쯤 되면 경기가 다시 하락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조금 정책을 연장한다는 것은 시간만 벌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경기침체기에 정부부양책으로 바닥을 다져줘 충격을 벗어나게 해주면 개인들의 소비가 다시 정상화되고 기업의 고용과 설비투자도 늘어나서 경기부양책이 끝나도 전체 경제가 성장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보조금 정책실시 마감 후 현상은 이러한 희망에 어두움을 던져주고 있고 이제 주택시장의 보조금실시 시한이 다가오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19일

달러와 금값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거의 매일 갱신하고 있습니다. 금과 함께 원유와 원자재 가격도 국제시장에서 같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러한 전반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의 주요인으로 달러의 약세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0%대의 금리와 전례없는 규모의 돈을 찍어내고 있는 미국의 금융정책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주요 거래국의 큰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외환보유고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중동산유국에게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달러는 금년 3월 이후에만 16% 가까이 떨어져 그 추락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위험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해 주요 경제대국들의 달러화 탈피 현상이 서서히 생성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세계 주요 은행들의 현금자산 증가분중 거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달러화가 아닌 다른 국제통화로 이루어졌고, 현재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의 비율이 62%까지 떨어져 역사적으로도 아주 낮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러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달러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지만 또 달러화 기피현상이 다시 거꾸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 지금 달러화는 이중으로 가치하락의 압력에 처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달러화 하락에 대한 우려는 투자시장에서도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고 바로 이 우려가 반영되는 곳이 금값으로 상징되는 현물시장입니다. 대표적으로 금과 원유는 결제대금이 달러가 지배적이어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금과 원유값은 달러 표기 상으로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경제는 아직도 확실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값은 역사적 고점을 계속 깨나가면서 극단적인 예측으로는 2천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달러는 아주 중요한 고비에 처해 있습니다. 달러가치 방어를 위해 돈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고 더 나아가 지금 풀린 돈마저 회수하면서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해야 하느냐, 아니면 미국 경기회복을 위해 경기부양형 금융정책을 고수해야하는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입니다.

적당한 타협점이 없는 미국의 고민이라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12일

오스트렐리아의 이자율 인상

내년 초까지 이자율 인상이 없을 것이라던 국제금융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지난 주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금융, 원자재, 주식, 환율 등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양형 금리 금융정책이 언젠가는 물가에 크게 위협적이 될 것이고 이미 여러 주요 국가에서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거품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경고로 인해 풀린 돈을 회수하기 시작해야한다는 출구전략이 거론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난 주요 20개국 회의에서도 너무 빠른 출구전략은 경기가 싹이 트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지배하면서 빨라야 내년 초부터 이자율 인상이나 유동성 환수 정책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금융시장을 주도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호주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자 다른 국가들의 출구전략 시행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아직도 경제가 취약한 미국 같은 국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변화는 상대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빨랐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인상 조기 실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미국 달러의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출경쟁력이 올라가고 수입가격의 인상으로 수입을 줄여줄 것인데 이는 뒤집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시아 국가의 무역경쟁력 하락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에 자신이 있는 국가들부터 금리인상의 출구전략을 실시하면 경제회복이 빨랐던 국가들의 수출이 감소하게되면서 아직도 어려운 상태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회복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출구전략의 일괄적 실시가 아닌 선별적 실시 그것도 경제회복이 강한 국가들부터 실시하면서 세계경제의 균형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되겠습니다.

반면에 이 선별적 실시를 한 결과 경제회복이 빨랐다고 평가받았던 호주와 한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가 다시 하락하게 되면 이들 국가들도 어려워지지만 미국 같은 국가들이 기댈 언덕이 없어져 세계 경제가 제2차 위기에 처할 위험도 있습니다. 호주의 공격적 출구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 가에 세계 경제의 성공적 탈출이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 5일

창업율의 저조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불안감이 올라가면서 직원해고와 시설정리를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계속함으로써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창업도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어 실업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원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기업가는 새로운 투자나 고용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 속성입니다. 경기가 조금 나아지는 듯 해도 기존의 시설과 인원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경기가 나아져도 실업율이 개선되는데는 어느 정도 시차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심각도가 훨씬 깊어 앞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4분기 부터 2003년 1/4분기 까지의 경기침체 때는 신규창업이나 기업확장이 9% 떨어진데 반해 이번 2007년 3/4분기 부터 2008년 3/4분기 까지는 그보다 훨씬 높은 14%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에 이 신규 사업체들이 새로 고용한 직원의 수는 79만 4천명으로서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고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규창업도 낮지만 이들 사업체들이 고용한 직원도 저조해 지금의 어려운 실업율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기존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줄이고 이 해고된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창업과 이들 신규사업에서의 고용도 낮은 3중고의 어려움이 실업율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낮은 창업율에는 새로 창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현상과 함께 새로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대출시장이 막혀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은행대로 감독국의 자본비율 인상압력을 받고 있어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이 쉽지 않은데 실제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만 봐도 금융위기 전보다 1130억불이나 줄어든 사실이 기업대출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창업에 대한 두려움, 기업대출의 감소로 인해 중소기업 창업은 당분간 쉽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통스러운 경제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9년 9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지난 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8월 회의 이후 약 한달 반 동안 미국 경제활동이 현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제 그 동안 심각했던 경제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미 경제의 저점 탈피를 예고해왔기에 이번 공개시장위원회의 의견은 당연시되고 있지만 특별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장 공식적인 발표인 점과 각 지역 연방은행의 자료와 의견이 집합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 경제가 이제 최악을 벗어났다고 하면 출구전략 즉 돈을 줄여서 장차 있을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는 긴축정책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연준이 이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이번 발표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역시 연준은 출구전략에 대한 조기시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완곡히 표현했습니다. 우선 경제가 최악은 벗어났다고 해도 실업율 상승, 소득 감소, 자산가치 하락, 그리고 대출경색 등으로 인해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고 함으로써 경기과열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음은 지난 번 회의 때까지만 해도 나타났던 원자재가격의 상승압박 가능성을 이번에는 아예 삭제를 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과잉 설비를 감안할 때 당분간 물가상승의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상당히 느린 속도로 올라갈 것이고 물가상승을 부추길 비용증가 압박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굳이 지금 미리 긴축정책을 쓸 필요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섣불리 긴축을 했다가 그나마 싹트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기운마저 꺾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시장에 유동성 즉 돈을 꾸준히 공급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금년 말과 내년 초까지 유지할 것이고 덧붙여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도 변경없이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미국 연준의 입장은 섣부른 출구전략을 시행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 주 열린 세계 주요 20국 회의에서도 전달되었고 다른 주요 세계경제기구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확실히 성장세에 들어섰다고 하기 전까지는 경기부양책이 유지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9년 9월 21일

버냉키 의장의 경기침체 종료 선언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기술적으로 이미 미 경기침체는 끝난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했습니다. 몇 달간에 걸쳐 경기침체의 끝이 보인다는 언급을 해왔기에 그렇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이번 브루킹스 연구소에서의 발언은 그 어조가 강해 상당한 진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버냉키 의장은 역시 경기회복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에는 대출시장의 경색과 높은 실업율의 장애가 높다는 저성장 회복의 견해도 다시 반복했습니다. 비록 경기침체는 끝난다해도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의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에는 경기침체가 끝이나면 경기회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끝나도 경기회복이 안된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은 경제성장율의 두가지 의미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 국가의 경제성장율은 두가지 각도에서 측정됩니다. 첫째는 전 달이나 그 전 기간에 비해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느냐하는 현실 측정에 의한 성장율입니다. 둘째는 한 국가가 얼마 만큼 성장해야 늘어나는 고용인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잠재성장율이 있습니다.

사람의 키에 비유하면 어느 나이가 되면 얼마만큼 키가 되어야 평균이 된다는 개념이 잠재성장율이라면 실제로 그 아이가 자란 키는 실제성장율이 되겠습니다. 그 경우 만약 그 아이가 자기 나이에 맞게 자라지 못하고 키가 더 작으면 비록 그 전 해에 비해 키는 컸다고 하더라도 정상에 비하면 키가 작은 편에 속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경제에서도 경제가 성장을 한다해도 잠재성장율에 미치지 못하면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다고 하게 됩니다.

이렇듯 경제가 잠재성장율보다 더 적게 성장하면 늘어나는 고용인구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돼 서민경제는 계속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난 것으로 거의 확신하지만 그래도 경제의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 잠재성장율과 실제성장율의 차이를 언급한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연방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이 잠재성장율까지 경제가 성장하려면 적어도 2-3년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인데 그 때까지는 비록 전체 경제가 성장을 해도 실업율이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끝난다는 소식은 희소식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은 어려운 서민경제에 어두움을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