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Friday, February 12, 2010

도전받는 연방은행의 독립성

미국 서북부의 미항으로 꼽히는 시애틀 다운타운에는 ‘지하도시 (Underground City)’라 불리는 관광명소가 있다. 이 지하도시는 1889년 대화재로 25개의 블럭이 불타면서 유래되었다. 화재복구작업 때 바다와 닿아있는 도시의 해발이 너무 낮아 도심지의 홍수와 범람이 잦았던 사고를 막고자 아예 건물들의 2층까지 덮어버리는 복개공사를 하면서 지하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1907년 당시 폐렴성 흑사병이 퍼지자 흑사병의 매체인 쥐들의 온상이었던 지하도시가 폐쇄되었고 그 이후 지하도시는 도박과 부랑자, 마약의 소굴인 폐허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1965년 벨 스파이델의 아이디어로 지하도시의 일부가 복원돼 관광지로 만들어졌다. 이 지하도시관광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시애틀의 여러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는 심도있는 코스로서 시애틀을 가면 꼭 들러볼 만한 가치있는 명소다.
이 지하도시가 폐쇄되던 때의 일화다. 당시 흑사병을 옮기는 주매체인 쥐들을 없애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 중 한가지 방법으로 정부에서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가져오면 한마리 당 보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이 쥐를 잡아 그 꼬리를 갔다주고 보상금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기가 막힌 현상이 벌어졌다. 보상금을 노리는 일부 주민들이 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서 쥐를 번식시켰던 것이다. 쥐잡자는 정책이 쥐를 더 늘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그 실시 과정에서 이 정책을 이용코자하는 사람들로 인해 전혀 의도치 않은 새로운 나쁜 결과를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애틀의 쥐번식 사건은 바로 정부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 하나의 예다.
금융계 개혁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의회의 감사대상으로 하겠다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회로 부터 연준을 독립시켜놓았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논리다.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대규모 보너스를 연준이 방치했다는 점이 국민을 자극하면서 의회에서 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연준을 의회로 부터 독립시킨 이유는 정치의 인기주의 속성으로 인한 선심성 정책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융정책은 일시적으로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경우가 많다. 경기가 한참 좋을 때 과열을 막고자 이자율을 올리면 좋은 경기를 깨뜨린다고 원성이 높다. 이 경우 연준이 의회의 감독을 받게되면 국민 눈치보기식 인기주의 정책이 판을 쳐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게돼 월가의 보너스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혼란을 가져온다.
후진국들의 경제혼란은 바로 정치권의 인기몰이에 금융정책이 이용당한 경우가 허다하고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금융정책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고 그 맥락에서 미 연준도 아예 의회로 부터 독립시켜놓았던 것이다. 아직도 달러가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데는 바로 연준의 독립성에 의한 국제적 신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의 최근 행보가 못마땅해 독립성을 없애고 의회의 감독을 받게하겠다는 정책은 쥐잡으라고 보상금 주었더니 쥐를 키우는 ‘의도치 않은 결과’ 즉 금융의 후진화를 가져오면서 미국의 신뢰도에 큰 도전을 불러 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를 위해 연준의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 그래도 정치권보다는 금융당국자들이 더 믿을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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