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Friday, February 12, 2010

금융위기 1년과 풍환의 지혜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은 천하의 인재들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의 인품도 좋았고 인재를 존중한 덕에 식객이 끊이지 않았다. 수 많은 식객 중 풍환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 식객 중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대객까지 올라간 약간 이상한 인물이었다.

잠깐 맹상군의 살림이 어려워졌을 때가 있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가 맹상군의 돈을 빌려 쓰던 설읍 땅의 사람들이 이자를 제때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그러자 별로 공이 없이 최고의 식객까지 올라간 풍환을 시험도 할 겸 맹상군은 그를 설읍 땅에 보내 이자를 받아오게 시켰다.

설읍 땅에 간 풍환은 알아서 이자를 주는 사람들의 돈을 받은 다음 그 돈으로 큰 술잔치를 벌이고 맹상군의 돈을 쓴 사람들을 다 초청했다. 한사람씩 면접을 하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나중에라도 돈을 갚을 능력이 사람들에게는 지불기한을 연기해 주고 그나마도 안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차용증을 돌려받은 다음 다 불태워 버렸다.

맹상군은 풍환의 일방적 지불유예와 면제 조치를 보고 받고 크게 화가 났다. 이에 대해 풍환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를 다그치면 설읍 땅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다 사라질 것이 뻔한데 이들을 이자의 부담에서 구해주면 땅을 떠나지 않고 지키다 언젠가 경제가 좋아지면 다시 돈을 갚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풍환의 해명에도 맹상군은 분이 풀리지 않았으나 딱히 별 수도 없어 그냥 덮어두고 지나갔다. 그런데 후일 맹상군이 모함에 빠져 제민왕에게 축출당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이 때 설읍 땅 사람들이 그를 잘 받아주고 모시면서 나중에 풍환의 계교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어준다.

그때야 맹상군은 풍환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고마워한다. 이 내용이 소위 ‘돈으로 덕을 샀다’는 풍환의 지혜다.

본격적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구제’라는 단어가 수없이 사용된 시절이었다. 문제의 원인이었던 대형 금융기관과 자동차3사에 대한 구제가 거론될 때마다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분노하기도 했고 자기 희생을 거부하는 노조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파멸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국민 정서에 거슬리는 정책들이었지만 이들 정책을 추구한 정부 당국자들의 소신은 전체적으로 구제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나타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선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2천년 전의 풍환의 설명대로 설읍 땅 사람들처럼 이자를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지만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면 도망갈 것이고 그러면 설읍 땅에서 사람들이 없어져 소득원 자체가 없어져 버리면 같이 망한다는 논리다.

누구의 잘못이었던 간에 금융계와 대형 회사들이 버터야만 다시 살아날 기반이 있다는 논리였고 그 결과 지금은 주요 지표상으로 다시 서서히 살아날 기운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의심과 비판은 풍환에 대한 맹상군의 질책과 같다. 내 세금으로 왜 탕감해주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금융계나 대형 회사들이 파탄에 빠졌으면 ‘아마도’ 지금쯤 대공황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참사를 일단 피한 정부와 연방은행의 정책은 바로 같이 살아야 내것도 있다는 풍환의 지혜에 견줄만 하다.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직 멀었다고 하고 우리의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의 경제지만 그래도 자료로만 보던 대공황 시절의 절망스러운 모습은 피했던 지난 금융위기 1년을 돌아보며 분노보다는 같이 살기 위한 현대의 풍환의 지혜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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