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Wednesday, August 15, 2007

연방은행의 현실감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최근의 여러 경제적 우려 사항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완만한 저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전개해 하락세에 있던 주식시장이 이틀간 회복했습니다.

연방은행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금융계는 주식시장의 폭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한 신용시장의 경색 그리고 주택시장의 계속되는 침체라는 악재를 안고 있으나 강한 고용시장과 소득의 증가 그리고 전세계적 이익증가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미 경제 전체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년 초부터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어느 정도 금융시장에 문제를 가져오기는 하겠지만 그 영향력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낙관론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그 이전 2주간의 하락세를 벗어나는 듯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목요일 프랑스의 최대 은행인 비엔피파리바가 약 22억불 규모에 해당하는서브프라임에 관련된 세개 펀드를 동결한다는 발표가 있자 연방은행의 발표문에 낙관적으로 돌아서는 듯하던 주식시장이 대폭 폭락을 하고 유럽중앙은행과 미국연방은행은 자금부족사태를 해결하고자 긴급자금을 공급하는 등 매우 불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엔피파리바의 이번 고백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세계적 문제로 커져가자 금융계에서는 자금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 규모가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려고 하자 연방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이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다시 증폭된 신용경색의 문제로 인해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주식시장이 대폭 하락해 목요일 하루는 주식시장이 금년들어 두번째로 큰 폭으로 하락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와 같이 연방은행의 낙관론이 이틀도 체 안돼 실제 발생한 신용경색으로 투자심리가 큰 폭으로 엎치락뒤치락하자 연방은행의 시장에 대한 견해가 너무 현실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방은행에서 경제 전체에 별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낙관론에 의한 주식상승세가 이틀도 안돼 신용경색의 소식이 되살아나자마자 대폭 나빠지는 것은 그만큼 투자시장이 연방은행의 견해에 현실성을 인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금융시장의 어려움은 수구러들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와 미국 주식의 관계

주식시장이 계속 혼돈상태에 있습니다. 2주 전부터 시작된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 하락은 지난 주까지 급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하면서 전형적으로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동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문제로 야기된 대출시장의 경색에 그 원인을 두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의 하락과 이에 따른 주택융자의 대량부실이 모기지를 중심으로한 채권시장을 어렵게했고 그 결과 전체적인 채권시장이 움츠려들게 됨으로써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주식시장의 불안이 아시아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아시아 주식시장도 같이 흔들림으로써 그동안 아시아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부터 독립돼 있다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시장과 아시아 주식시장이 서로 독립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이제 아시아권 내의 교역이 커졌고 각 국의 경제규모도 충분히 성장해 더 이상 아시아권의 경제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에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미국 주식시장을 하락시킨다 해도 아시아권의 주식시장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주 동안 나타난 미국과 아시아권의 주식시장 동반하락 현상은 아직도 아시아권의 경제와 투자시장이 미국 의존형 상태를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반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의존도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되는데 첫째는 미국 주식시장의 큰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손실을 보전키 위해 아시아권의 투자를 정리하게 되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이 하락하게 된다는 주식시장 내부의 역학관계입니다.

둘째는 비록 중국과 인디아를 중심으로 아시아권의 경제규모와 내부 교역이 커졌다고는 하나 이 중 상당부분은 궁극적으로 미국으로 판매되는 상품의 중간생산과정이기 때문에 미 경제가 어려워져 소비가 줄면 이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줄게되고 수출이 줄면 내부 생산이 축소돼 전반적인 경기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이유를 볼 때 지난 2주간의 양 지역 주식시장의 동반하락은 아직도 아시아권이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크본드시장의 변화

지난 주 크라이슬러자동차를 인수하고자 하는 서버러스 캐피털이 구입에 필요한 120억불의 자금을 공급해주기로 했던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르건이 자금공급이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크라이슬러의 인수가 연기되었습니다.

하나의 기업인수가 안되거나 지연되는 일은 거래성격상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서버러스 캐피털의 연기사태는 금융시장과 더 나아가 경제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서버러스 캐피털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지난 4-5년 동안 미국 투자시장을 떠받쳐왔던 사모펀드의 대표적 거래인데 최근들어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기업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데 있어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 이자율을 올리거나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금융시장의 경색이 시작된 신호로 봐야할 것입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기업구입을 위한 대출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이유는 최근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중심으로 하는 채권들이 주택시장의 문제로 인해 잇달아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커지자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투자를 기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지난 4-5년 간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구입한다고 하면 수많은 투자기관들이 앞다퉈 투자를 해왔는데 이 결과 위험도가 높은 채권 소위 정크본드의 수익율이 신용등급이 좋은 투자적격 채권의 수익율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적격 채권과 투자 부적격 채권인 정크본드의 수익율 차이가 없어지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위험도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다른 말로 위험에 대한 안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해 높은 위험에 대한 투자는 막대한 손실이 되기 쉽다는 현실이 나타나면서 투자시장도 더 이상 안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고 이 결과 크라이슬러의 인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결국 그 동안 넘쳐나는 돈으로 방만한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제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이렇게 정크본드 시장이 경색되면 단순히 그 시장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고 이 정크본드가 뒷받침해온 주식시장도 결과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넘쳐나는 돈으로 유지해온 투자시장에 경고의 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조정의 대가

결국 주택시장이 문제다. 연초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문제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많은 경제전문가와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주택시장의 문제라기 보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 한정되는 지엽적 문제로 애써 축소하면서 전반적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4-5개월이 지난 7월 신용등급회사인 S&P와 무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묶어서 채권화한 MBS와 CDO중 상당 수를 신용등급하향조정하자 주식시장이 급락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문제가 지엽적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겨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신용등급하락은 그 채권을 구성하고 있는 모기지들의 부실이 원인이다. 원래부터 자격이 미달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줬으니 모기지가 더 빨리 부실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으로 우려가 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전체적인 채권시장이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해 급기야 세계적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서브프라임 헤지펀드 세개와 30억불 자산을 관리하던 소우드펀드가 막대한 손실로 인해 해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문제는 전체적인 정크본드 즉 투자부적격 회사에 대한 채권시장을 얼어붙게하고 있다. 정크본드는 위험도가 높은 채권으로서 근래에는 소위 사모펀드들이 기업사냥을 하면서 필요한 구입자금원으로 많이 쓰여지는 금융상품이다.

지난 2년간은 바로 정크본드를 활용한 많은 사모펀드들이 기업사냥을 했고 이 기업사냥 과정에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거래주식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인수가 되면서 주식가격도 올려왔다.

그러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시장에 빨간등이 켜지면서 정크본드시장도 경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했던 서버러스 캐피탈에게 자금을 대주기로 했던 인베스트먼트은행들이 발을 빼면서 서버러스의 인수계획이 연기되었다.

아예 자금공급을 취소하는 경우와 더불어 자금공급은 하되 이자율을 대폭올리는 경우도 많다. 사모펀드가 자금을 받는다해도 너무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게되면 기업사냥을 했다해도 불어난 이자부담 때문에 수익성이 맞지않게되기가 쉬워 결국 기업인수를 포기하게 되거나 인수를 해도 막대한 적자에 빠지게 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부터 전세계적으로 대출을 통한 기업인수계획중 약 600억불에 해당하는 46개의 계약이 연기되고 있다.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 대해 담담하게 지탱하던 주식시장도 대출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을 이끌어오던 합병과 인수의 자금원이 줄어들면 주식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를 가져오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다시 채권시장을 얼어붙게하고 더 나아가 주식시장까지 흔들고 있는데 그 다음은 경제 전체가 얼마만큼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우려성 관심이 집중된다. 주택시장이 키운 경제였기에 주택시장의 하락으로 같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추론이다.

초저금리로 부동산시장을 키워 호황을 누리던 시절은 분명히 지났다. 빚을 늘여 쓰는 시절은 쉽다. 그러나 빚은 영구히 늘어날 수가 없다. 늘어난 만큼 줄어드는 시점이 온다. 너무 늘여놓으면 그만큼 주는데도 고통이 크다.

지금은 주택시장이 남겨놓은 거대한 부채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가 앞으로의 미국과 전세계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주택시장이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