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uesday, October 23, 2007

경기에 대한 경고

지난 주 미 경제정책기관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연방은행 버냉키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비슷한 시기에 각각 미 경제에 대한 주택시장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해 장래전망을 어둡게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3/4분기 기업실적이 좋지않고 원유가는 연일 상승해 경기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불안감을 표시하자 금융계와 재계 모두 걱정이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경우 몇달 전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의 문제가 경제전반으로 퍼지지 않을 지엽적 문제로 축소해석했었는데 이번 조지타운 대학교에서의 연설에서 지금 진행되는 주택시장의 문제가 작년 말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경제와 자본시장 그리고 주택소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 입장이 180도 바뀌었음을 선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경제클럽에서 버냉키 연방은행의장은 신용경색의 문제가 중앙은행의 조정으로 잘 넘어가고 있어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주택시장의 문제가 내년 초까지 경제전체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해 폴슨장관과 주택시장의 어려움에 대해 같은 입장을 표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버냉키 의장은 주택시장의 침체로 지난 1년 반 동안 미 경제는 약 ¾% 포인트의 감소효과를 겪었다고 발표하고 신용경색으로 강화된 주택융자심사기준으로 인해 건설경기는 더 나빠질 것이며 주택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비록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해도 꾸준한 고용시장의 강세로 개인소득이 유지되면서 소비시장을 받쳐주고 있어 전체적인 경제는 무난히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견지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비록 전반적인 경제에 대해서는 아직 고용시장이 좋아 낙관적일 수 있다고 하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조정의 폭이 깊은 주택시장의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언젠가는 미 경제전체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경제의 두 수장인 연방은행 의장과 재무장관이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주택시장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겠습니다.

소매경기의 고전

주택경기의 침체와 이와 관련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사태 및 신용경색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최근 소매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소매경기가 나빠진다는 것은 결국 주택문제가 소비자들의 소비능력을 줄이고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면서 소비를 줄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매경기 하락은 불안한 경기 전망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매업체의 대표격인 Target의 지난 9월 실적을 보면 1년 이상된 소매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에서 6%정도 상승할 것이란 당초의 예상을 1.5에서 2.5% 정도로 낮추었음에도 불구 실제 1.2%만 성장, 하향조정된 목표에도 미달하는가 하면 Wal-Mart는 전망치인 1에서 3%의 성장예상에 겨우 턱걸이하는 1.4%만 성장했습니다.
다른 소매체인인 Limited, Macy’s, JC Penny, Gap 등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기록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소매업계의 전체지표를 조사하는 Thompson Financial의 Same Store Index도 당초 예상치인 2.1%에 못미치는 1.4%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동기 4.2%를 크게 밑도는 수자여서 소매업계의 하락세를 실감케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본격화한 지난 8월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고 있는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소매업계에서는 지난 9월의 매출 저하만 가지고 전체적인 소비가 줄기 시작한다는 해석은 아직 섣부르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지난 9월이 이상기온으로 인해 너무 더웠던 관계로 겨울관계 용품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소비의 감소현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보적 입장에 대해 소비감소의 추세를 인정하는 측면에서 제시하는 또 다른 자료는 미서부쪽 3대 항구의 8월 중 수입컨테이너 물량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6%가 감소, 지난해 8월의 14.7% 증가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는 기록입니다. 간접적으로 소매업체 들의 수입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인 컨테이너 물량의 대폭적 하락은 다가오는 겨울 판매의 예상이 그리 밝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9월 중 이상고온으로 소비가 줄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전체적 정황을 보면 소비가 서서히 줄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Tuesday, October 09, 2007

달러화 가치의 하락

달러화가 유럽공동체의 통화인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계속 기록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한197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1.42선을 넘어서고 있고 조만간 1.43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안고있는 미국의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예상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상황 때문입니다.

그 동안 미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돼있고 성장도 잘한다는 배경에 기초해 양대적자로 발생하는 많은 부분이 외국의 투자로 채워져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약화되고 있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거나 아니면 있는 자산조차도 팔고 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주요국가들이 보유하는 외환이 그동안 절대적으로 미달러이던데 비해 최근 들어 유로화나 엔화, 영국의 파운드 등으로 많이 다변화하는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달 연방은행이 금리를 전격적으로 대폭 인하하고 나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지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다시 증시가 폭등하는등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돌아서지 않나하는 기대감을 주었으나 금리인하만으로는 경기가 돌아서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아직도 만만치 않아 달러화표시 투자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달러화는 다시 하락세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대체 통화로 인정되는 유럽, 일본, 영국 등의 경제가 미국 의존도가 높아 미국경제의 침체는 간접적으로 이들 국가들의 경기침체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침체로 달러화가 약세화된다 해도 유럽이나 일본 영국 등의 경제가 동반하락하면 이들 국가들도 경기부양을 위해 이자율을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미국의존형 세계경제 구도에서 미국의 침체는 선진국의 침체로 연결돼왔는데 과연 이번에도 그렇게될 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당분간 달러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리인하와 주식시장

그린스펀 풋 (put)이라는 용어가 있다.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그린스펀 전임 연방은행의장이 구해준다는 말이다.

원래 주식시장에서의 ‘풋’이라는 개념은 미래의 약정일에 내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어느 주식을 3개월 후에 50불에 팔 수 있는 계약을 풋이라 한다. 50불에 팔 수 있도록 풋계약을 하면 주식소유자는 실제 주식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50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게된다.

이렇게 특정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풋 옵션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풋이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가치하락을 염려해 미리 최저치를 확정해 놓고 싶은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옵션상품이다.

그린스펀 풋이라는 용어는 1998년 롱텀캐피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당시 롱텀캐피털이라는 큰 헤지펀드가 러시아부도사태로 흔들리면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그린스펀 의장은 이자율을 낮춰 주식시장을 살려냈다.

그 이후 그린스펀 의장은 주식시장이 어려움에 처하면 이자율을 낮춰주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고 그러면서 주식시장은 마치 풋옵션을 사놓은 것처럼 그린스펀이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최저가를 형성해준다는 의미에서 그린스펀 풋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기분좋은 말이지만 그린스펀 풋이라는 용어는 금융계에서 그렇게 고운 시선으로 회자되는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그린스펀 풋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헤치는 행위로 인식되는 비판의 시각이 더 깊다.

주식투자는 자본주의의 근본원리인 철저한 시장경제의 원칙이 가장 잘 실천되는 분야이다. 누구나 스스로의 위험과 수익의 분석에 따라 투자결정을 하고 이 투자결정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냉엄한 세계이며 주식시장이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제해준다면 주식시장의 핵심인 시장경제의 원리를 깨뜨리게된다는 의미에서 그린스펀 풋은 비판을 받는다. 높은 수익을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가 위험의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소위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이 문제에 빠지면 결국 전체국민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를 당국에서 방치하면 안된다는 주장으로 그린스펀 풋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1998년 롱텀캐피털의 문제를 덮기위해 퍼부었던 돈이 2000년 초까지 나스닥의 거품을 만들다 결국 대규모 붕괴를 가져온 결과를 보면 시장경제에서 일반 투자자의 실수를 정부정책으로 구제해주었을 때 결국 국민경제는 더 큰 위험에 봉착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읽을 수 있다.

지난 8월 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급자금수혈과 연방은행의 대폭 금리인하로 진정되었다. 금융계가 안정되었으니 일단 연방은행의 조치는 잘 되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금융계는 다시 한번 시장경제에서 발생한 문제를 금융당국에서 해결해준다는 도덕적 해이의 숙제를 안게되었다. 이를 두고 ‘버냉키 풋’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새로 연방은행의 의장직을 승계한 버냉키도 전임 그린스펀과 같은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번 금리인하 전에 그린스펀 전의장이 현재의 상황을 1998년과 같다고 한 발언은 그 해결방식도 그 때와 같으면 된다는 암시적 배경이었다는 점에서 버냉키 의장의 접근방식이 그린스펀 의장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이번의 조치로 단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이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린스펀 풋처럼 이번의 버냉키 풋이 2000년의 주식시장 거품붕괴를 재연시킬 가능성도 키웠다는 점에서 최근 금리인하 후 전세계에서 다시 일고있는 주식시장의 열풍을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