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Friday, May 09, 2008

2008년 5월 8일

금융과 도덕적해이

거의 문을 닫을뻔 했던 미국내 5대 투자회사인 베어스턴스를 연방은행의 조정으로 제이피모건은행이 구해주었다. 민간기업을 정부차원에서 구해준 케이스로 구제금융에 해당한다. 시장경제원칙을 강조하는 미국사회에서 전격적인 일이다.

그런만큼 미 의회에서도 공격이 들어왔다. 근거는 도덕적 해이다. 민간기업의 실수를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해결해준다면 민간 기업 입장에서 앞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가 구제해줄 것을 믿고 더 큰 이익이 있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하도록 조장해 위험관리체계가 깨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방은행 버냉키 의장은 의회에서 ‘도덕적 해이의 위험을 인정한다 해도 금융기관이 부도가 날 경우 사회시스템적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제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럴 듯한 설명이다. 금융기관이 문을 닫게되면 서로 연결돼 있는 금융기관의 어려움을 유발해 잘못하면 연쇄적 부도가 남으로써 금융계의 마비가 와 전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갈 시스템적 위험은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대공황 때 금융계가 흔들리면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 역사를 보면 금융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기업과 분명히 다르다. 베어스턴스를 구하고 나서 실제로 미 금융계는 일단 안정을 찾았다는 사실을 보면 연방은행의 결정은 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기관은 앞으로 도덕적 해이라는 족쇄는 쓰지 않아도 된다는 모순이다. 시스템적 위험은 금융계에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대형금융기관은 언제나 정부가 구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버냉키 의장의 해명에 허점이 있다.

도덕적 해이가 방치될 수 밖에 없다면 금융회사들은 어떤 위험을 택해서라도 수익만 올리면 된다. 좋은 시절에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시절이 나빠져 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구제해줘 손해는 없고 이익만 있게 되는 모순을 버냉키의장의 해명은 안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점의 보완은 정부규제와 감독에 그 해답이 있다. 부도가 나게되면 경제에 대한 파장이 너무 커 정부가 구제해줘야하는 산업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미리 경기가 좋을 때도 무리한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감독 관리해 경기하락시 큰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

대공황의 아픔을 겪은 후 많은 원인 분석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가장 큰 원인으로 금융계의 불안이 지적되면서 대공황 같은 사태를 방지키 위해 금융계의 안정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많이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되고 글래스-스티걸 법안이 나와 금융계에 대한 안정화가 자리를 잡았다. 이후 수차에 걸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대공황 규모의 심각한 사태가 없었던 이유로 금융계의 안정정책이 많이 작용했다고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대공황 후 약 60년이 지난90년대 월가는 소위 ‘금융공학 (financial engineering)’등 창조적 금융상품으로 급격한 확대를 하면서도 이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하도록 의회와 당국을 설득했다. 규제가 적을수록 돈벌 기회를 무한대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해야되는 논리는 한결같았다. 시장의 원리가 방만한 경영을 도태시키고 위험관리를 잘하는 금융기관만이 살아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규제완화의 결과는 기대했던 금융계의 위험관리는 이익앞에 존재조차 보이지 않았고 서브프라임이라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한 금융기관은 시장원리가 도태시킬 것이라고 했는데 금융계 불안의 폭풍 앞에 연방은행이 시장이 도태시킨 금융기관을 구제해주고 말았다.

서브프라임의 아픔을 딛고 미금융계는 대공황 이후와 비슷한 각성이 나오면서 금융산업 감독안의 대폭적 수정이 시도되고 있다. 도덕적해이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모순이 다시는 없게 하는 유일한 길은 금융계에 대한 포괄적 사전 관리감독이라는 새롭지 않은 사실이 다시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금융계는 더 커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비록 사후약방문이라 해도 이제라도 다시 금융감독이 강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쉬운 것은 이 진리를 대공황 때 배웠음에도 70년이 지나고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한계일까.

Monday, May 05, 2008

2008년 5월 5일

연방기준금리 인하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절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금리인하 사실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이번 금리인하가 당분간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연방은행의 입장표명이 있을까하는 점이었는데 연방은행은 비록 구체적으로 직설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내용의 뉴앙스상 충분히 표시했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연방은행이 직설적인 표현을 피한 이유는 현재 지금까지 8개월여에 걸쳐 매우 공격적인 3.25%포인트의 인하가 경기부양을 하기에는 충분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고 행정부의 세금환불도 시작돼 경제는 심각한 하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금융권의 불안이 남아있고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금리동결을 선언했다가 경제계가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작년 10월의 이자율 인하조치 배경설명이 금융시장에서 추가금리인하중단으로 해석되면서 금융계의 불안을 가중시킨 경험도 있었기에 이번 설명에서 의도적으로 금리인하 중단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하와 추가금리인하중단 암시가 일반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연방은행의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입니다. 계속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경제상황에 소비자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고 정부가 경기부양을 해주기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에서 연방은행은 그 동안의 공격적 금리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가 되었고 세금환불도 시작돼 경기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불안한 경제소식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바라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추가금리인하 중단이라는 암시가 실망과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정책은 그 효과가 언제나 상당한 시간차를 가지고 나타나기 때문에 때로는 국민들의 기대감과 정책이 엇갈릴 때가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차로 효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일 때 정부가 계속 같은 정책을 고수하다보면 너무 지나친 처방으로 경제가 더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경제당국은 현실보다 먼저 정책을 실시해야하는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 그런 시차에 의한 괴리감이 큰 시점입니다. 이럴 때일 수록 인내를 가지고 연방은행의 전망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월 초순 이후 주식시장이 강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바로 연방은행의 긍정적 전망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 4월 28일

유가의 고속상승

유가가 배럴당 120불대를 근접하면서 전세계경제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유가는 금년 들어서만 24% 이상 상승했고 특히 이번 4월 들어서는 중국의 수요급증과 나이제리아에서의 반군에 의한 유전파괴의 악재가 겹치면서 18%나 급등해 거의 것잡을 수 없는 상승행진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가격은 인플레를 감안했을 경우 1980년 3월의 104불의 고점을 이미 돌파한 가격이어서 고유가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유가의 상승은 크게 네가지 원인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을 위시한 신흥개발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원유수요의 증가, 둘째는 나이제리아, 멕시코에서의 산출 축소, 세째는 다른 투자시장의 침체로 인한 투기자금의 집중으로 인한 거품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락하는 달러가치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원유가 달러로 거래되는데 따른 연동이 원유가 급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유가의 급상승은 물가상승의 압력을 높임으로써 미경제가 주택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의 여파로 전반적 침체의 위험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연방은행의 추가 이자율 인하정책에 많은 제한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유가가 곧 조정될지 아니면 계속 상승할지의 문제는 미경제정책결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유가가 곧 조정국면에 들어가리라고 보는 시각은 현재 진행되는 경기하강국면이 미국에 머물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으로 확대되면서 세계의 원유수요가 줄어든다는 데 기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투기세력도 수요감소가 일어나면 곧바로 거품이 꺼질 것이기 때문에 경기하락세의 확대로 유가 안정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에 유가의 상승은 당분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강합니다. 설령 수요가 어느 정도 준다고 해도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산유국들이 있고 추가 산출을 위한 투자가 대규모로 일어나야하는데 러시아, 나이제리아, 멕시코 같은 나라들은 그동안의 원유로 인한 수입을 유전개발을 위해 축적하기 보다는 다른 분야로 돌렸거나 집권층의 치부로 축재하다보니 더 이상 추가 개발할 능력이 없어 공급면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추가유가상승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계속해서 저금리를 유지해야하고 더 나아가 경제상황도 선진국중 가장 나빠 달러화의 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보니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의 조정은 더욱 힘들다는 것이 유가상승론의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제 세계경제는 유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원유의 비중이 커진 지금 유가가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고 하겠습니다.

2008년 4월 21일

베이지북 보고서

연방은행의 12개 지구 경제활동상황을 요약해 보고하는 베이지북 4월판이 발표되었습니다.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에 해당하는 이번 보고서는 연방은행 뉴욕지부에서 작성했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미경제가 더 약화되었음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소비가 전체적으로 둔화되었고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외국관광객이 늘어난 점만은 긍정적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서부지역은 오히려 약간의 약세를 보여 그다지 혜택을 못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금융서비스도 역시 전체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부지역은 더 심한 둔화를 보여주고 있고 특히 운송부분은 수입물량의 현저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시장의 증진이 특정지역에서는 강세로 보여 달러화하락의 혜택이 나타남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항공 국방산업과 철강 식품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주택건설자재분야는 건설경기의 악화로 약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택경기는 예상대로 전지역에 걸쳐 하락하고 있는데 그래도 특별히 급격한 하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가격하락 면에서 이전에 잘 버텨주던 도시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하락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 가격하락의 압력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인 금융분야는 신규대출분야 그중에서도 모기지 분야가 비록 하락세이긴 하지만 약간의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대출부문에서의 부실증가와 함께 심사기준의 강화가 나타나고 있어 대출이 여전히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는 이렇게 어려워지는데도 물가상승압력은 농업과 에너지 및 원자재 분야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고용분야가 약해져 인건비로 인한 원가상승에 어느 정도 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물가의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전반적인 경제약세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에너지 를 포함한 원자재와 곡물에서의 원가상승분야가 강해 인플레 압력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이번 4월 30일에 있을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내려야하는지 인플레방지를 위해 동결해야하는지 여부가 매우 어려운 판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베이지북을 통해 읽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