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Monday, November 28, 2005

부동산의 위험불감증

합리적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비합리적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이 인간 사회다. 경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거품이 대표적 현상이다.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거품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올라간다는 말은 투자의 수익성이 너무 낮다는 말이다. 투자 수익성이 낮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더 높은 투자가 있는데도 낮은 투자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모순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성이 더 낮은 투자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은 정기적 수익 외에 자산 자체의 가격이 올라가서 발생할 매매 차익에 있다. 즉 당장은 적게 버는 듯 하지만 나중에 팔 때 값을 높이 받을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더 수익율이 좋다는 계산이다.

부동산 얘기다.일 년에 5만불을 버는 건물을 백만불에 샀다고 가정하자. 년 수익율이 5%다. 일 년이 지나도 대충 오만불 정도 버는데 그 때 백오십만불에 팔리는 일이 일어난다. 수익율은 3.3%로 떨어진다. 이렇게 수익율이 떨어지는 데도 계속 투자가 일어나는 현상이 합리화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앞으로 수익율이 떨어지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자꾸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심리가 형성된다. 부동산 불패론이란 아주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지금 현재 이 부동산의 수익율이 얼마가 되든지 일단 사두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사면 이익이 보장된다는 논리이다. 이 때부터는 부동산 수익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투자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는 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바로 이러한 불패론이 거품형성의 기본 요소이다.

투자 수익이 아무리 낮아져도 누군가 더 비싸게 살 것이란 믿음을 투자시장에서는 비합리적 위험감수 즉 Irrational Risk Tolerance라고 부른다. 쉬운 말로 위험 불감증이다. 투자의 결정에서 위험요소가 무시되면서 위험에 대한 적절한 보상수준의 수익성을 요구하지 않는 현상이다.

지금의 상태를 분석해보자. 역사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수익율은 부도의 위험이 전혀 없는 연방채권의 수익율에 비해 볼 때 최소한 4%정도의 차이를 갖고 있었다.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이 5%라고 하면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율은 9%이상이라는 말이다. 이 차이를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부른다. 즉 연방채권에 투자하면 위험이 전혀 없는 반면 부동산에 투자하면 실패의 위험이 따르므로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하는데 이 보상은 더 높은 수익율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꾸준히 형성된 부동산 불패론은 부동산 투자 수익율을 낮추면서 연방채권과의 차이를 4%보다 훨씬 적은 2%이하로 몰고 갔다. 현재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이 4.5%대에서 머무는데 부동산 투자 수익율은 6%대에 머물고 있다. 위험불감증이다.

부동산 투자의 위험이 과거보다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익율의 차이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측면도 있다. 해외에서 투자자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부동산 개발지역의 한계 때문에 수요 공급의 원리가 깨져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으니 위험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설정된 위험부담이 어느 한 시대에 그렇게 급히 바뀐다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투자위험에 대한 감각은 인간 사회에 경제활동이 시작되면서 부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된 거의 제 2의 본능적 확율이다. 넘어서기가 아주 힘들다는 말이다. 수많은 거품 때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주장한 이론들이 모두 억지로 판명되었던 과거를 보면 인간의 본능적 속성을 넘어서기가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이제 서서히 수익성이 다시 중요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자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매매가 줄어든다는 지표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안 맞으면 다시 생각한다고 한다. 시장이 합리성을 찾아간다는 신호다. 이제 누군가가 더 많은 값을 주고 사주리라는 기대는 당분간 어렵다. 결국 다시 수익성이다. 그리고 수익성은 위험관리의 기본이다. 현재 부동산의 상태를 점검할 때이다.

피터 드럭커

2005년 11월 28일

피터 드럭커

경영학계의 거장 피터 드럭커 교수가 사망했습니다.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태어난 드럭커 교수는 독일에서 법학박사를 받고 1937년 부터 미국으로 건너와 경영학계에 많은 업적을 남긴후 올 해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습니다.

드럭커 교수는 경영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남긴 분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션널한 점은 경영을 하나의 독립된 능력과 기능으로 인정한 통찰력과 경영에서 관리라는 개념과 리더쉽이라는 개념을 분리한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드럭커 교수가 1954년에 발표한 “경영의 실제”라는 책에서 그 전까지 경영을 단순히 조직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수동적 기능으로 보던 시각을 뒤집고 경영 그 자체가 잘되고 못되고 함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능동적 경영 기능을 인식시켰습니다.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 개념이 당시에는 아주 새로운 발상이었는데 이 개념의 핵심은 경영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기술보다 경영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인식입니다.

이에 더 나아가 경영이 얼마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 표현이 소위 그 유명한 “관리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고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모든 일을 회사가 정한 규칙대로 한다고 해도 원래 잘못된 일을 하면 효과가 없다는 말로서 리더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일을 골라서 하는 혜안이 있어야한다는 지적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시험에 나오지도 않을 내용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봐야 시험성적이 좋을 리가 없고 시험에 나올 내용을 공부해야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인데 경영자의 능력은 바로 이 적절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서 부터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충격적인 발상으로 경영계를 발전시킨 드럭커 교수는 그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마인드를 제시하면서 결국 궁극적으로 경영은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따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애가 바탕이 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철학적 이상을 현실 경영세계에서 실현시키는 믿음과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사회가 인간의 발전을 위한 기초라는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흔히 자본주의에서 간과되기 쉬운 인간존중의 정신을 단순히 정신적 이상론으로 머물지 않고 실제적 경영으로 끌어들인 드럭커 교수야 말로 진정으로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의 리더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거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쉬운 이별입니다.

Friday, November 25, 2005

채권시장을 통해 본 경제전망

2005년 11월 21일

채권시장을 통해 본 경제전망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듯 합니다.

연방채권은 그 만기가 언제냐에 따라 이자율이 다릅니다. 일반 채권의 경우 만기가 길면 길수록 이자율이 올라가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기간이 길수록 채권발행자가 부도가 날 확율이 올라가는 위험 때문입니다. 둘째는 기간이 길면 그 기간동안 물가가 상승하는 비율이 높아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떨어진 돈의 가치를 보상받아야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이자율이 올라갑니다.

연방은행 채권의 경우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없어 두번째 이유인 물가상승율에 대한 기대치로만 이자율 차이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방채권의 수익율을 보면 2년 만기 채권과 10년 만기 채권의 차이가 0.1% 안팍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 말은 10년 만기 채권이 2년 만기 채권보다 무려 8년이나 더 오랜 기간동안 묶여 있는데도 이자율이 거의 같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연방채권이 만기에 따른 수익율 차이가 없는 상태가 더 심해지면 오히려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율이 2년 만기 채권의 수익율보다 더 낮아지는 경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연방은행이 경기과열을 염려해 단기이자율을 올리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연방은행이 단기 이자율을 올리면 아무래도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가 위축되면 물가압력이 낮아지므로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하락을 보상받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연방은행이 계속 단기 이자율을 올리면서 바로 이 10년 만기 연방채권과 2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율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단기금리를 올리게 될 경우 10년 만기 수익율이 2년 만기 수익율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동안 연방은행은 여덟 번에 걸쳐 금리 인상정책을 실시했는데 그중 다섯 번은 장기채권 수익율이 단기채권 수익율보다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번의 수익율역전 상태는 모두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현재 연방채권 시장의 수익율이 장기와 단기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 시점에 작년 6월 부터 시작된 연방은행의 금리인상정책이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자율 상승 그리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심각하게 고려되는 상황에서 연방채권수익율의 흐름을 주시할 때입니다.

Tuesday, November 15, 2005

부동산 시장의 변화

2005년 11월 14일

부동산 시장의 변화

지난 주 고급 주택건설업체인 Toll Brothers회사가 지난 10월 31일로 마감된 4/4분기 실적이 22%상승을 예상한 주식시장의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1% 성장 밖에 못했다고 발표해 부동산 시장 하락을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내년도 예상도 하향조정해 이번 실적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시사했고,이러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Toll Brothers사는 주택건설 허가과정의 지연과 함께 태풍과 고유가에 따른 소비자 심리의 위축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했습니다.

이번의 Toll Brothers의 저조한 실적 발표는 지난 9월부터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Mutual Fund인 REIT 즉 부동산 투자 신탁의 투자수익이 3개월째 계속 하락하는 추세와 연결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약세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연 26%의 수익율을 보여주던 부동산 투자 신탁은 금년 들어 4%대의 수익율을 보여주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나마 지난 3개월만으로 국한해서 보면 오히려 7%가량 하락해 투자 손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이자율 상승 정책은 언제나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6월 부터 오르기 시작한 금리의 경기 조정 국면이 16개월이 지난 지금부터 서서히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금융정책이 그 효과를 갖는데 어느 정도의 시차를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회 심리의 관성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올라가도 당장 오른 이자부담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고 그 규모도 미미합니다. 그러나 이자율 부담의 여파가 지속되고 지금처럼 꾸준히 오르면 그 영향을 받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자율 부담이 느껴지게되고 그 비율이 커지면 설령 본인은 별로 영향을 안받는다고 해도 분위기에 휩쓸려 소비심리가 위축이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과거 통계를 보면이러한 전환과정이 통상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계속 실시되는 금리인상 정책이 이제 16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금리인상에도 보란듯이 상승하던 부동산 시장을 두고 과거의 부동산 시장과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조정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또 다시 정책의 효과발효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치 않은 성급한 판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Toll Brothers의 실적미달 발표의 시점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Friday, November 04, 2005

연방은행 기준금리 인상

2005년 11월 7일

연방은행 기준금리 인상

지난 주 연방은행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은행간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림으로써 은행간 금리가 4%로 올랐습니다. 이는 200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작년 6월 부터 올리기 시작한 이후 3% 포인트 인상입니다.

이번으로 열두번째 올리는 금리는 매번 0.25%씩 올렸기 때문에 그 때마다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이제 그 인상의 폭이 3%가 되면서 1년 4개월만에 오른 것치고는 꽤 많은 상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번 인상 결정에서도 연방은행은 지난 번과 같이 태풍이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간에 머물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미 경제는 계속되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견실한 성장을 유지하리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서서히 일반물가로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연방은행은 단기 금리를 계속 올림으로써 물가가 적정선을 넘어설 위험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러한 결정의 확신성은 앞으로도 이자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나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내년 1월에 퇴임하는 현 그린스펀의장의 재임기에는 계속 이자율이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하겠는데 따라서 관심은 과연 새로 의장이 될 버난키 지명자가 어떤 입장일까 하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금융시장은 버난키 지명자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덜 완강한 입장인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버난키 지명자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재직하기 시작한 금년부터 몇번에 걸친 경제에 대한 입장 표명시 물가상승의 압력에 대해 연방은행보다는 유연한 견해를 표시해왔기 때문에 의장직을 승계하게 되면 이자율 상승이 멈추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워낙 경제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인정받던 전임자의 뒤를 잇는 새 의장이 전임자가 남겨논 기조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보이고 자칫 너무 성급하게 변화를 시도하다 연방은행의 신뢰도까지 도전받는 사태가 초래되면 본인의 리더쉽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는데 과연 버난키 지명자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보입니다.

따라서 그린스펀 의장의 남은 기간 중 연방은행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한 새 의장 체제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버난키 지명자의 두 선임자였던 그린스펀과 보커 의장 모두 의장직 계승 이후 전임자가 물려준 이자율 상승 분위기를 계속 유지했던 역사를 볼 때 버난키 지명자도 최소한 당분간은 이자율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너무 빠른 변화를 기대하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