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uesday, February 08, 2011

2011년 1월 중앙일보

기다리는 마음

한동안 ‘인스턴트’ 인생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준비가 오래 필요했던 식사를 대체하고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쏟아져나오면서 변화한 삶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인스턴트 인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해 굳이 마음 졸이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편의주의다.

그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인스턴트 삶으로 발전했다. 음식에서 시작된 삶의 변화는 통신수단에서 드디어 혁명적인 수준으로 격상한다. 인터넷과 핸드폰 시대로의 진입이다.

말하고 싶은 사람과 언제 어디서나 대화가 가능해졌다. 찾아보고 싶은 자료는 서치엔진만 들어가면 바로 나온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주일 전에 전화로 그것도 집전화로 약속해놓는 일도 없고, 마음 담긴 편지를 띄우고 언제 답장이 오려나 가슴 설레던 감상은 잊혀지고 있다.

항상 의식주의 부족으로 고통받아왔던 인류에게 경제는 어떻게 더 풍성한 공급을 할 수 있게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그래서 경제학은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세가지 질문의 바탕에는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하겠다는 고뇌가 담겨있다. 그러니 경제의 원칙에는 절약과 알뜰함이 담겨있다. 결국 경제는 부족한 자원을 아껴쓰면서 여러사람이 함께 삶다운 삶을 살아보자는 목표추구이다.

느닷없이 기다리는 삶을 얘기하다 경제로 흘러간 이유는 바로 절약과 알뜰함의 미덕은 기다리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좀 여유가 있는듯 해도 앞날을 위해 기다리는 마음을 가질 때만이 절약이 가능하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돈의 시간선호도 (Time Preference of Money)라고 부른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당장 쓰고 싶은 욕구가 지배하면 시간선호도가 높다고 하고 반대로 저축하는 욕구가 지배하면 시간선호도가 낮다고 한다.

주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선호도가 낮다.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현재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내집 장만한다고 적금을 들면서 통장을 받아들고 꿈에 부풀어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시간선호도가 낮은 사람이다. 기다리는 마음이 주는 행복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스턴트 인생과 통신혁명의 세대에서는 그런 기다리는 마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버는 것도 빨리 벌어야하고 쓰는 것도 빨리 써야한다. 인내하며 기다리자는 정신은 구시대적 사고로 무시당하는 추세다.

서브프라임 시절 집값이 올랐다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남부럽지 않은 소비를 하면서 부자되었다고 착각한 것은 한편으로 인스턴트형 삶이 가져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부족한 자원의 인류에게 절약이 없는 과소비의 시대는 분명히 파산이라는 결말을 가져온다. 대박을 쫗다 도박과 폰지 같은 사기에 피해를 입는다. 너도 나도 집을 살 수 있다고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수많은 부실로 어려워지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그후 우리는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새로 시작되는 올해도 좋은 전망은 많아졌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날로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도 걱정이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일촉즉발의 위험이 남아있다. 고실업율과 아직도 바닥을 확인키 어려운 주택시장은 개인들의 마음을 차갑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알뜰과 노력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인고의 과정을 내게 가까이 하지 않고 빠른 해결만 쫗아다니면 사회전체적인 해결도 오래걸리고 내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도 답답해진다. 꿈이 실현될 때까지 절약하고 저축하면서 기다리는 마음이야말로 오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해주는 삶의 영양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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