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Friday, February 12, 2010

금융규제와 시장경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큰 방향은 대형 상업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의 초대형화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계의 반발 더 정확히 말하면 ‘초대형 금융계’의 반발은 당연히 거세다. 이 입안의 발표만으로도 주식시장에서 대형금융주가 대폭 하락했다. 일반 서민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규제와 반대인데 그 충격은 크다.

그러나 이번 규제안과 금융계의 반발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월가의 지나친 성장과 이에 따른 거품의 후유증으로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많은 국민이 직장을 잃고 재산을 날리고 사업이 넘어가는 사태에 처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시 이런 광란의 거품시대를 재연치 않기 위한 정책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서브프라임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를 월가로 지명한다는 데 있다. 문을 닫은 리먼 브러더스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기막힌 투자기법에 시티은행 같은 대형상업은행들이 가담하면서 무차별 모기지대출을 만들어냈고 이 결과 전세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늘어나면서 거품을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차별 투자로 몇몇 대형은행들이 망하게 되었는데 이들을 망하게 놔둘 수 없는 현실에 있다. 대형은행들이 망하면 금융권 뿐만 아니라 일반 경제도 공포에 빠지면서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테믹 위험이 있어서 정부는 대형은행을 구제해주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마불사론이 기정사실화되고 앞으로 금융계가 안정이 되면 위험관리는 뒤로 한 체 이익만 추구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 여지를 남겨놓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즉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다 이익이 많으면 은행경영진이 나눠갖고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져주는 현상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안은 대형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무차별 이익추구, 그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제 거품 후유증, 그리고 시스테믹 위험 초래와 정부의 구제라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시도이다.

이에 대한 반대 논리는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원리는 지난 번 대형은행들을 정부가 구제해 주면서 이미 무너졌다. 민간기업을 정부가 구제했다는 자체가 이미 시장경제의 포기인데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부규제를 반대한다는 논리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 논리는 미국 은행권의 글러벌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다. 유럽이나 일본의 대형은행들과 경쟁하면서 규모나 업무영역 제한 때문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인데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는 글러벌 경쟁력의 상실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초대형화한 은행과 무차별한 위험감수가 가져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글러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택이라는 말이다. 대형화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대공황이나 현재의 대침체의 가능성을 줄이는 정책적 선택을 하는 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더 유익하다는 판단이다. 적게 벌더라도 안정되게 살자는 말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75년 전 대공황의 늪에서 만들어졌던 글래스 스티걸 법안의 정신과 유사하다. 그 이후 그 법안이 고쳐지기 시작한 80년대 까지 대형금융위기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법안 제안의 타당성을 올려준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 기간에 은행권은 답답한 보수적 산업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을 보면 답답함이 파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답은 지금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선택의 문제는 결국 정치적 결단이고 이 판단의 결과는 나중 후세가 져야할 몫이 된다. 은행규제안은 역사적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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