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hursday, October 14, 2010

2010년 8월

여름

내겐 8월이 여름이다. 때론 6월이 때론 7월이 더 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겐 8월이 여름이다. 사계절이 없는 듯 하더니 조금 살다보면 언젠지 모르게 이곳 L.A에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8월이면 여름을 듬뿍 생각하게 된다.

여름의 어원이 해를 뜻하는 ‘널’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여름은 가장 해가 강한 시간이다. 과학적으로는 여름의 뜨거운 열이 생명결실에 결정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태양이 강한 여름은 가히 생명의 계절이라고 부를만 하다.

벌써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두번째 맞는 여름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생명의 계절하고 느낄 여유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느낌이다. 거기다 유난히도 선선하다는 기온탓에 여름장사가 걱정돼 가뜩이나 어두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나아진다는 소식이 와닿지도 않는데 뜻도 아리송한 더블딥이니 뭐니 해서 괜히 불안만 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가 언제 나아지느냐와 어느 투자에서 대박을 터뜨릴까에 쏠린 관심은 끊이질 않는다.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느냐만 경제가 언제 나아지느냐는 질문에 깔린 마음은 한편으론 가뭄에 하늘에서 비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시절의 막연한 기다림 같다. 하늘 쳐다본다고 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닐진데 갈라지는 논바닥만 보면서 하늘 탓만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하늘만 바라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이 강해 보인다. 경기가 어려우면서 알뜰해진 고객들의 구매심리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손님에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수많은 사업가들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어느 주식을 사면 대박이 날 것이냐고 쫗아다니는 마음은 아직도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거품시대의 일확천금의 정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투기에 빠진 탐욕을 욕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아직도 불로소득을 쫗아다닌다.

주식투자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떻고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계획을 가지고 앞으로 경영을 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합리적 투자가 아닌 막연한 감에 남들이 잘된다고 하니까 한번 솔깃하는 불나방같은 마음이 애처롭다는 것이다.

생명의 여름이다. 여름이 생명인 이유는 그 뜨거움을 견뎌내는데 있다. 생명을 키우기 위해 봄부터 싹티운 과실을 영글게 하려고 그 뜨거운 태양의 열을 흠뻑 받아내는 인내가 여름에 있다. 뿌린데로 거두고 땀흘린 만큼 더 거두는 정직한 자연의 법칙이 확인되는 계절이다.

‘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고 열매를 많이 맺나니’란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생각난다. 제대로 내리지 않은 뿌리없는 열매는 뜨거운 여름에 결실하지 못하고 말라 사라진다. 우리의 거품시절 허황된 벼락부자의 꿈처럼 말이다.

우리 당대에 가장 힘든 경제상황에서 두번째 맞는 여름에 이젠 거품의 뿌리없는 삶을 버릴 때다. 땀흘려 심고 심은데로 거두는 자연의 정직함을 받아들이는 여름의 철학을 배워보자. 하늘 쳐다보며 원망도, 미신적 기다림도 버리고 어디선가 일확천금하겠다는 사행심도 버리자.

그리고 뜨거운 태양에서 활활 자라나는 생명처럼 이제부터 하나하나 쌓고 땀흘리는 건강한 삶을 실천하자. 경제는 다름아닌 절약과 노력이고 그런 점에서 여름의 더위는 실과를 영글게 하기 위한 시련과 같은 것이다.

이제 올해 여름도 어느덧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 전쟁을 빼고 가장 힘든 시절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 땡볕에 벼를 일구는 농부처럼 구슬땀으로 역경을 이겨내면 사람이 만든 불황도 언젠가 극복될 것이다. 이 여름에 생명의 계절이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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