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Wednesday, December 24, 2008

2008년 12월 5일

대통령의 학습효과

인간의 학습효과는 어디까지가 긍정적일까. 요즘처럼 투자시장이 요동치는 때에 학습효과에 따른 온갖 전망과 투자행위가 나타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도움이 되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학습효과는 과거의 내 경험이 그랬으니 지금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학습효과로 인간은 과거의 실수를 피할 수 있고 반대로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어 지혜로운 삶에 아주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어설픈 학습효과는 자칫 더 큰 위험을 불러온다. 어설픈 학습효과가 생기는 첫째 이유는 학습을 했다고 하는 사람 자신의 편견이다. 과거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매우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자기 수준에 맞춰 일반화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과거만 기준으로 비교하다보니 전혀 엉뚱한 비교를 하게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둘째는 과거를 연구를 많이했다고 하나 변수를 제대로 파악치 못한 경우다. 예를 들면 어메리컨리그와 내셔널리그 챔피언끼리 최종결승전을 치르는 미식축구의 수퍼보울에서 어메리컨리그 팀이 우승하면 그 해에 미국증시가 오른 경우가 90% 이상이다. 이는 통계처리를 해봐도 그럴 듯한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그 실제적 의미는 하나도 없다. 그저 우연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2007년 2월 뉴센츄리 모기지회사의 몰락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금융계와 금융당국 그리고 일반투자자를 대변한다고 하는 언론의 전망을 보면 연이은 헛발질이었다.

단순한 모기지회사의 부도를 놓고 너무 호들갑떨지 말라는 일축성 내용부터 시작해 실물경제는 걱정없다로 이어지더니 미경제의 근본은 튼튼하다까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계속 안이한 판단에 근거한 정책들이 방향착오를 했던 것은 당연하다.

이 착오의 기간을 관통하는 일관성은 바로 잘못된 학습효과이다. 정책입안자들이 비교한 과거가 이런저런 이유로 잘못 선택되었기 때문에 상관없는 정책을 시도했으니 정책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잘못된 학습효과로 인해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세월이 지나갔고 이제는 드디어 실물경제의 위험과 디플레이션의 공포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비교되고 미국의 대공황이 거론된다. 만약 2007년 초부터 또는 그 이전 부동산거품이 판을 칠 때부터 대공황을 비교할 수 있는 학습효과였더라면 정책대응이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한인사회를 격려하고자 한국대통령이 베푼 오찬자리에서 이대통령은 과거 한국의 IMF외환위기 때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벌었던 예를 들었고 증시가 바닥일 때 1년 안에 회복했다는 근거를 들어 지금이 투자적기임을 시사했다.

이미 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던져버린 단기회복이라는 학습효과를 한국의 대통령은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다. IMF외환위기는 한국민의 눈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미국의 유동성팽창이 컸기에 해결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제 코가 석자라 도움을 주기가 만만치 않다.이렇게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IMF때의 학습효과를 주장한다.

미국 경제정책당국은 이미 1년 반동안 잘못된 학습효과로 연속된 안이한 정책의 우를 저질러왔다. 이제나마 대공황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노력하는데 한국의 최고정책책임자는 1년 후 회복을 얘기한다. 스스로 말하듯 희망의 전도사인지 아니면 잘못된 학습효과에 물든 역술인인지 1년 후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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