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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03, 2008

2008년 11월 3일

금융위기에서 본 정부와 정치의 도덕적해이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마침내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정책적 잘못을 부분적으로나마 시인했다. 금융계의 모럴해저드 즉 도덕적해이에 대한 오판을 했다는 것이다.

대공황을 겪고난 미국은 금융권은 남의 돈을 가지고 운영을 하기 때문에 위험한 투자나 대출을 해 큰 이익이 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고 반대로 위험이 너무 커 손실이 나면 내 손해는 거의 없다는 원리에 의해 태생적으로 높은 위험을 선호할 수 있다는 도덕적해이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따라서 도덕적해이의 문제를 안고 있는 금융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대공황같은 사태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결론에 따라 미국은 1933년 대단위 금융감독규제를 만들었다.

1980년 부분적 금융자율화가 이루어지자 저축은행격인 세이빙스앤론 사태가 나서 금융권과 경제가 크게 혼란을 겪고 수많은 세이빙스앤론이 망해 또 한번 도덕적해이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990년대 들어 금융권은 또 다시 금융자율화를 들고 나왔고 마침내 1999년 대폭의 금융자율화가 의회에서 승인되었다. 자율화가 가져올 도덕적해이의 우려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은 바로 금융권이 자기 투자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절제를 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서브프라임이라는 무분별한 대출로 대공황에 버금가는 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터지면서 전세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린스펀의 고백은 바로 이 금융권이 스스로 위험관리를 할 것이라고 믿었다가 발등을 찍힌 것이라는 자신의 오판에 대한 탄식이고 반성이다.

그런데 금융당국과 함께 1999년의 금융자율화를 주도한 정치권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 1999년 의회는 이번 사태의 원죄라 할 수 있는 금융자율화를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그런 과거는 잊었는지 이제와서 정치권은 금융권과 금융당국을 질타하고 있다. 자신들의 과오는 전혀 감지를 못하고 있다. 한 편의 코미디이다.

이는 정치권의 도덕적해이다. 1999년 금융자율화법안을 찬성했던 의원들이 반대한 의원들보다 금융권으로 부터 정치헌금을 두배나 받았다는 통계는 의원들이 금융권의 탐욕을 위한 로비에 넘어간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비판에 앞장서 있으니 이는 분명한 도덕적해이다.

이 정치권의 도덕적해이는 누가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금융당국을 대표한 그린스펀 의장은 반성의 고백이라도 하는데 의회지도자 중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정치는 영원한 면죄부를 받고 있는 모순을 보여준다.

한국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권이 위기에 휩싸여있다. 미국 때문에 같이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한국만의 특수 상황이 문제를 더 크게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금융당국의 반성이 없다. 반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금융권을 질타하고 있기까지 하다. 금융권의 도덕적해이를 이번에 잡겠다고 한다.

금융권의 한두 은행이나 증권사가 잘못한 일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의 총체적 금융위기가 오면 그건 정책의 잘못이다. 미국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면 역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아직 책임을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면 이는 금융당국의 도덕적해이다.

미국의 정치나 한국의 금융당국이나 책임을 인식할 줄 모르면 앞으로도 좋은 시절이 다가오면 다시 금융권의 탐욕과 정부의 오판과 정치의 로비로 또 자율화를 하면서 거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래서 금융권의 도덕적해이보다 정치와 정부의 도덕적해이가 더 크고 심각한 문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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