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uesday, October 07, 2008

2008년 10월 8일

자통법과 서브프라임 사태

현 세계경제의 최대문제의 핵심인 미국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한 거시적 원인으로 금융권의 ‘대리인위험 (Agency Risk)’을 지적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일반인이 직접 대출이나 투자를 하게되면 그 대상자에 대한 정보파악과 분석이 열악해 불리한 위치에 서는 위험을 보호해주는 금융중재(Financial Intermediary)기관이고 그런 점에서 ‘대리인(Agency)’이 된다.

그런데 이 대리인이 위임받은 위험관리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태만히 하거나 남용하면 금융계의 혼란과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대리인 위험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대리인위험의 예가 대리인의 고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이다. 대리인은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고위험자산에 대해 투자를 해 수익이 높아지면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어 좋고 만약 실패해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만 손해보게돼 자신의 손실이 없다. 따라서 대리인이 단기적으로 이익에 눈이 멀게되면 고위험자산을 선택하는 유혹을 받게되는데 바로 이것이 대리인위험인 것이다.

서브프라임사태는 바로 이 대리인위험의 전형적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대출자격이 안되는 모기지만 모은 서브프라임채권은 애당초부터 고위험 채권으로서 투자적격신용등급이 나올 수 없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신용등급심사기관과 채권발행기관들의 궤변으로 졸지에 자격미달의 모기지가 최우량등급의 채권으로 탈바꿈한 사건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이다.

이렇게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일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투자은행들과 이들 채권의 신용등급을 뻥튀기해준 세계적 신용기관들의 고의적 또는 방임적 대리인책임의 회피에 있었다.

동기는 간단하다. 투자은행들은 채권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기니 그 이후 잘못되어도 손해를 볼리가 없고 신용책정기관은 신용등급을 책정하는데 따른 수수료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원래부터 투자손실과는 상관이 없다. 대리인의 의무인 다른 사람의 재산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이익만 챙긴 것이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이렇듯 금융대리인이 의무를 방임하면 얼마나 큰 혼란이 오는가는 이미 수백년의 자본주의에서 경험했고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금융대리인 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관리가 역설돼왔다.

미국은 대공황의 원인인 금융거품의 재발을 막고자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안을 만들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했고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리고 그 후 1980년 이전까지 금융계의 안정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금융산업이 안정을 찾아가자 다시 금융자율화를 외치면서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이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그 근간에는 금융산업의 이익확대가 깔려있었다.

그 결과 이자율규제를 없애고 난 1980년대 세이빙스앤론의 대량부도사태를 겪었고 1999년 GLB법안의 통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의 영역구분을 없애주고 나자 서브프라임사태라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을 맞고있다. 결국 금융산업의 자율화는 대리인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안고있는 약점으로 인해 금융산업의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서브프라임을 겪고 난 지금 미국 금융계는 다시 감독기관의 통합과 규제의 강화로 금융산업을 재정비한다고 법석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고 대공황 이후 취했던 정신의 재탕일 뿐이다.

한국의 자통법에 대한 진행이 한창이다. 시대적 요청으로 알려지고 한국 금융계의 국제적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수순이라고 강조된다. 그러나 세계가 서브프라임의 배경으로 자통법으로 인한 금융계의 대리인위험이 반성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자통법이 더 강하게 진행되는 사실은 어딘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있다.

이를 보완하자면 자통법의 시도는 한국금융계에 대리인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여지를 시작부터 차단해야하고 이는 훨씬 강화된 ‘대리인의 의무’를 기초로 이루어져야한다. 그 방법은 대리인인 금융기관이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 손실을 같이보도록 자기자본투자비율을 높여야하고 금융자산운용에 대한 엄격한 감독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금융선진화는 대리인의 의무를 악용해 금융기관의 막대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리인의 의무를 강화해 금융기관의 안정화를 만들고 안정된 금융산업의 기반으로 일반 산업과 소비경제가 활성화되는 받침돌이 되는데 있다. 한번 망가진 금융계가 얼마나 큰 경제적 파장을 일으키는지 대공황과 일본의 90년대에 잘 경험했고 지금 또 서브프라임으로 뻐저린 고통을 받고 있다.

자통법을 마지막 다듬는 과정에서 서브프라임사태를 되씹고 되씹어 훨씬 효과적인 규제와 위험관리감독의 체계를 먼저하고나서 실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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