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Monday, February 04, 2008

2008년 1월 29일

거품의 뒤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상품이 판을 치기 시작할 때 경고의 소리는 거의 무시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서브프라임을 집중적으로 치중한 몇개 회사의 문제로 인식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한두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금융기관들에 퍼진 전반적 문제라고 파악되었을 때 이 문제는 금융기관에 국한된 문제로서 전체 경제에는 그다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금융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이 문제는 미국에 집중된 문제이고 아시아권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계속되온 설마 이렇게까지는 아니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결국 2008년 1월 21일 판가름났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공포에 떨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는 무관하게 잘 될 것이라던 국가들이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습적으로 이자율을 대폭 낮춰주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언제 더 낮추나 학수고대하고 있다.

불과 2년도 안걸린 과정이다. 현실 인식을 거부하고 계속 잘될 것이라는 장미빛 소리만이 판치던 시대의 촌극같은 허언은 결국 경제는 상식을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여의 기간동안 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귀한 재산을 날렸고 일반국민들은 거품붕괴의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이제 걱정은 이번 겨울의 한파가 얼마나 길 것인가에 있다.

해답은 과거에 있다. 지금 상황과 비슷한 과거의 예를 찾으면 이번 침체가 얼마나 길고 깊을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비슷한 경우가 미국의 경우는 80년대의 세이빙스앤론 사태와 일본의 90년대이다. 더 심한 비유는 대공황까지 거슬러간다.

이들 시대의 공통점이 지금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 시대를 보면 앞을 대충 알 수 있다. 다들 침체에 들어가기 전 너무나 큰 투기열풍에 휘말렸었고 그런 만큼 거품의 후유증이 크면서 침체의 골이 깊고 장기적었다는 점이다.

그 때처럼 지금의 상황은 우선 거대한 투기의 결과다. 정보통신산업의 열풍으로 나스닥 거품을 겪었고 그 거품이 꺼지자 이를 살리고자 부동산투기로 연결해 제2의 거품을 일으켰던 지난 10여년의 세월은 한마디로 전세계적 돈의 범람에 의한 광풍이라고 할 수 있다.

광풍의 실체는 빚잔치였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산다는 나라의 부동산은 턱없이 올라갔고 주식시장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이들 상승의 주범은 미국의 무차별적 모기지융자였다. 그러나 빚으로 늘어난 자산가치는 언젠가 터지게 돼 있다. 그리고 지금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공황 때처럼, 80년대 세이빙스앤론의 경우처럼, 일본의 90년대 처럼 방만함의 뒤끝에 서있다.

다행인 것은 그 때와 달리 현 연방은행은 대공황과 일본의 90년대 장기불황 초기처럼 불에 기름을 뿌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버냉키의장은 대공황연구전문가다. 그는 경기가 어려울 때 돈줄을 더 졸라매 문제를 키웠던 대공황이나 일본의 뼈아픈 교훈을 잘알고 있다.

긴급자금을 수혈하고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하는데는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 부시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로 인정했다. 엎질러진 사태의 심각성은 과거와 같지만 사태를 주워담는 정책당국은 현명하고 시행은 적극적인 점에서 그 때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경기부양책이 너무 늦었다고 책망이다. 그러나 정책적 경기부양은 분명 시간이 걸린다.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거품이 커지는 데도 그 단맛에 젖어 거품이 아니라고 했던 논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당국이 최선을 다하는데도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논리로 변했을 뿐이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불평이다.

역사를 다시 보자. 회복못할 것만 같았던 대공황도 어떻게든 극복되었다. 지금이 그 때와 같다해도 다시 극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능력있는 금융당국이 있다. 세계경제의 사령탑이 IMF를 비롯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정책당국의 노력을 믿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한 때이다.

‘연방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투자시장의 격언이 있다. 연방은행이 돈을 조이면 경기는 하락하고 자산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연방은행의 정책을 거슬러 투자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다. 이 원리는 경기부양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방은행이 돈을 푸는데 경제가 계속 침몰할 수는 없다. 거품의 뒷풀이에 희망은 잃어서는 안된다. 힘은 무척 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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