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Monday, January 07, 2008

2007년 12월 31일

경제는 내게 달려있다.

2007을 마감하는 시점이다. 주식시장 거품의 폭발로 시작한 21세기는 그 후 6년이 지난 작년 주택시장 거품의 후유증을 앓았다. 주택시장침체와 그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그리고 신용경색으로 점철된 2007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새해가 되면서 희망에 부풀어야하는데 아직도 2007년의 그림자가 지나갔다고 안심하기 어렵다. 어두운 마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국민들은 정부를 쳐다본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은 크게 금융정책과 재정정책 두가지다. 금융정책은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이고 재정정책은 세금을 줄이거나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방식이다. 2001년도의 경기침체 이후 미국 정부는 이 두가지 정책을 다 사용했다. 연방은행은 초저금리의 이자율로 낮추었고 부시행정부는 대대적인 세금감면을 실시했다.

경기부양책 실시 초기인 2002년 당시에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아예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원천적 부정론까지 대두되면서 뭔가 새로운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고 이에는 분명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주효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간접적으로 경제여건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의 호전을 소비자나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데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기부양책이 나와도 2002년처럼 정부의 정책이 미흡하다거나 방향착오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지만 자금이 풀리고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경제여건이 좋아졌음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소비자도 소비를 늘이고 기업도 투자를 본격화한다. 그래서 경기부양책이 실시되면 언제나 어느 정도의 시차를 갖게 마련인 것이다.

지금은 아직 불황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아직까지 금융가의 문제로 국한돼 있다. 경제는 지난 해 9월 말까지 계속 성장해왔다. 그런데 혹시 금융계의 문제가 경제전체로 번져 침체에 빠질까하여 우려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우려는 지난 9월 부터 세차례에 걸친 1% 포인트 금리인하로 이어졌고 이는 분명한 경기부양정책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주택시장거품의 파괴에서 비롯되는 미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정부의 현실인식과 이에 근거한 경기부양책에 의해 극복될 가능성이 높다. 연방은행은 이자율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돈줄이 막힌 산하 은행들에게 긴급자금도 공급해주고 있다. 필요하다면 전례없는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

행정부 역시 금융정책만으로 부족하다면 세금을 줄이고 정부지출을 늘여나갈 태세다.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있어 더 경제에 신경쓸 것은 당연하다보니 세금감면이나 정부지출증가의 재정정책을 반대할 강심장을 가진 정치인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의 몫은 풍성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소비를 늘이는 국민들과 투자를 늘이는 기업에게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한번 주택시장의 거품파괴로 다친 마음이 풀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는 모멘텀이다. 그것도 거대한 모멘텀이다. 모멘텀은 바꾸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을 못마땅해하는 이유는 기다리기 힘든 초조함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돌아서는 것은 초조한다고 빨라지지 않는다. 꾸준히 인내하면서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모멘텀은 반드시 바뀐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류가 면면히 발전해온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땅에 심어진 씨앗은 물과 흙에서 영양을 받으며 싹을 피운다. 이 씨앗에게 가장 큰 힘은 언젠가 싹을 핀다는 희망이다. 물과 흙이 아무리 풍성해도 씨앗이 연약하면 싹은 돋지 못한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물과 흙이다. 어려운 여건에 강한 의지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신하는 노력이 씨앗이다.

새해에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물과 흙인 정부의 정책을 믿으면서 경제환경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언젠가 다시 힘차게 뻗을 씨앗을 열심히 키워보자. 그것보다 더 강한 경기부양책은 없다. 경제는 내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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