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hursday, September 27, 2007

누가 피해자인가

지난 8월은 9.11사태 이후 처음으로 연방은행이 금융기관들에게 긴급자금을 수혈했어야 할 정도로 긴박한 한달이었다.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다.

대형은행들은 서로 또는 다른 금융기관과 자금을 빌려주고 빌려쓴다. 이 자금을 빌릴 때 한가지 형태가 모기지 즉 주택담보대출을 묶어서 만든 풀(pool)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 중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만든 풀에 대량의 부실이 생기자 서브프라임을 주축으로한 대부분의 풀이 담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담보기능이 상실된 만큼 이들 담보로 돈을 빌리던 은행들이 자금부족사태에 처하게 됐는데 이 현상이 바로 신용경색의 시작이다. 더 나아가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이 없는 다른 대출라인도 막히면서 연쇄적으로 자금줄이 차단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단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중앙은행들은 은행들의 자금경색을 긴급히 해소하고자 자금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위급한 상황을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신용경색을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현재까지 문을 닫거나 파산신청을 한 경우는 다 헤지펀드들이다. 헤지펀드는 투자의 종류에 제한이 거의 없는 투자펀드이면서 그 이름인 헤지가 뜻하듯 하락 장세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보통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1조달러가 넘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워낙 많은 헤지펀드가 존재하다보니 각 펀드의 투자전략이나 위험관리방식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이름이 헤지펀드지만 전혀 헤징을 하지 않은채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완전히 한 순간에 파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이번 여름에 뜨겁게 몰아닥친 신용경색의 폭풍의 일차적 희생은 헤지펀드로 나타났다. 긴급자금수혈로 일단 안정을 찾았지만 그 이후 지금의 의문은 과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헤지펀드의 파산으로 국한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는 결국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궁극적인 피해자가 누가 될 것인가라는 실제적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세계적 투자기관인 베어스턴스의 자료에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동안 헤지펀드는 위험도가 매우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유동화채권의 10%를 사들인 반면 은퇴기금펀드는 18%를, 보험회사는 19%를, 자산관리펀드는 22%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직접적 피해를 입을 계층은 헤지펀드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인 모두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퇴기금의 손실은 은퇴기금을 적립한 사람들의 은퇴자금을 줄이게되고, 보험회사의 손실은 보험금의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고 자산관리펀드의 손실은 투자의 손실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모기지 뱅커와 이를 채권화한 투자기관은 이미 그동안 수많은 모기지를 만들면서 막대한 이익을 커미션과 보너스로 챙겼다. 이들이 남긴 부실화된 모기지가 잘못돼도 그동안 벌어들인 커미션이나 보너스를 되돌려내지는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보다 문제와 거의 무관한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된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이번 신용경색 사태와 이로 인한 그동안의 부동산과 증권에서의 거품붕괴로 인해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일반인들의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다.

문제해결 방식이 더 재미있다. 막상 금융기관이 자금문제에 처하자 긴급자금 수혈까지 받아 구제가 되고 있다. 이 긴급자금 역시 공적자금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이 또한 일반인들이 나눠져야할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 즉 저지른 자는 이익을 보고 그 이후 문제의 책임은 다른 사람이 져야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같이 망하는 것보다는 짐을 나눠지는 편이 낫기 때문에 모럴헤저드를 알면서도 구제금융정책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작 피해자인 일반인들은 이래저래 경제를 살려주는 주춧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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