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hursday, June 04, 2009

2009년 6월 4일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질문에 속시원한 대답이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문제 끝, 행복 시작’이라는 시각은 더 답답하다. 경기의 회복은 나와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이 의미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증가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매출이 오르고 이익이 커지면서 확장을 해 실업율이 줄고 소매도 잘되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자산의 값이 오를 개연성은 높다.

그러나 개연성은 높을지언정 꼭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면에서 경기회복을 내 여건의 개선으로 연결하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더 역설적으로 말하면 경기회복이 내 문제의 해결이라고 기다리는 사람은 경기회복이 와도 여전히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기다리는 경기회복이 와도 내 모습이 그대로인 사람은 여전히 낙오자로 남게된다. 그냥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침제는 저축과 은퇴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거품의 시절에는 버는 돈을 다 써도 부동산과 주식이 오르니 비상금이나 은퇴자금을 따로가질 필요가 없었다. 저축율이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였다.

그런데 믿었던 투자자산이 거품으로 끝나버린 상처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저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저축율이 서서히 올라가고 절약이 미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월마트 같은 할인매장이 더 잘된다.

이 저축과 절약의 사회는 산업을 재편시킨다. 이번 거품의 주역이었던 금융산업의 퇴조는 분명하고 자동차와 주택산업도 대폭 조정이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3대 산업이 모두 축소되는데 이들 산업의 급여와 후생조건이 나빠지면서 전 국가적인 소득이 낮아지지 않을 수 없다.

국가재정도 어렵다. 국민소득이 줄고 세금도 줄여주니 국가수입은 떨어진다. 은행과 경제 살린다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키니 정부지출도 줄일 수 있는데까지 줄일 것이다. 은퇴계층에 대한 혜택이 축소된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개인도 변화를 준비해야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습관화하고 그와 동시에 이자 지출이 높은 대출이나 크레딛 카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스스로의 생산성을 올리는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사업가는 저축의 시대에 줄어드는 소비로 인한 매출을 각오하고 이익을 올리기 위해 효율성을 올려야한다. 매상의 증가로 현재의 비용을 올리는 계획보다는 현재의 매상이 최대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수익이 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내 스스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는데 그 실체는 생활수준의 하락이다. 사업가건 직장인이건 낮아지는 이익과 급여로 인해 이전까지 당연히 누려왔던 삶을 하향조정해야 한다.

경제에서 거품이 빠진다는 것은 바로 내 생활의 거품을 빼는 것이고 이렇게 개개인의 거품이 빠졌을 때 경기는 회복된다. 바로 우리가 경기회복을 기다리듯이 경제는 회복을 위해 우리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은 언젠가 온다. 지금은 경기침체기이다. 경기침체기는 동면의 시절이다. 동면은 그냥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세포분열을 하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나타나기 위해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땅 속에서 그냥 기다리는 사람은 썪은 씨앗과 같다. 썪은 씨앗은 봄이 와도 생명으로 나서지 못한다. 경기만 회복되면 ‘문제 끝, 행복 시작’의 자세는 바로 썪은 씨앗이다. 변화하는 자만이 경기회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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