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nd Money

Thursday, February 15, 2007

두 나라 이야기

1996년 당시 그린스펀 연방은행의장이 유명한 “비합리적 흥분상태”를 경고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한 주식시장에서의 거품은 2000년 초까지 계속 커지기만 했다. 그러나 2000년 초 연방은행의나스닥 시장을 겨냥한 유동성 축소 정책으로 나스닥은 폭락한다.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미 경제는 2001년 침체기를 겪는다. 그러나 연방은행의 즉각적인 경기부양형 금리인하로 미국의 부동산이 급등하면서 경제는 짧은 침체기를 지나고 다시 성장기에 접어들어 지금까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의 연방은행 정책의 핵심은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 서서히 작아지도록 유도하면 거품붕괴후 나타날 수 있는 큰 불황을 피할 수 있다는 지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연론은 1929년의 대공황과 90년대의 일본의 장기불황의 원인으로 급격히 거품을 꺼뜨린 금융당국의 정책이 지적되는 자책론을 배경으로 생겨난 방법론이다. 거품은 서서히 끄는 지연론이 더 좋은 정책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지연론의 결과는 초저금리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연방은행의 정책이었다. 초저금리 정책 결과 나스닥 시장의 폭락 후 1929년의 대공황의 재연을 우려한 학계와 금융계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증시폭락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공황의 우려를 기우에 불과하게끔 만들고 있다.

이를 두고 주식의 거품을 부동산 거품으로 대체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더 큰 거품이 일어났고 이는 언젠가 깊은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즉 문제를 피함으로써 경제의 왜곡을 더 키웠다는 비난이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은 퇴임전 가진 연설에서 부동산을 키움으로써 경제를 지탱한 정책이 부동산의 거품을 가져온 사실은 인정하나 2001년 당시 미 경제에서는 그 이상의 좋은 선택은 없었다고 발언함으로써 당시의 결정을 옹호했다. 당시 나스닥 폭락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부동산을 키우지 않고 그냥 놔뒀더라면 우리는 훨씬 큰 불황의 늪에 빠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그린스펀 의장이 시사하는 요점은 연방은행의 정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답이 아니고 어느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문제를 안을 수도 있고 또 실제로 대부분의 정책은 이러한 작은 희생을 통한 큰 혜택을 추구하는 어려운 결정이다.

따라서 정책의 선택을 놓고 현재의 결과만 보고 나타난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면 거의 모든 정책은 실정이 되고 마는 논리적 우를 범하기 쉽다. 왜냐하면 큰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기에 뇌리에서 사라졌는데 작은 문제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정책의 결과 문제만 생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심리다.

얼마전 한국에서 현재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한국은행의 미온적인 대책에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은행총재가 그 때는한국이 안고 있던 신용카드 대란이 가져올 경제에 대한 파장이 너무나 컸고 내수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단지 부동산만 잡자고 금리를 올릴 수 없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부동산 잡자고 경제를 파탄에 집어넣었어야 했느냐는 반론을 제시한 것이다.

과연 당시 한국의 경제상황이 그 정도로 나빴는지는 아무도 결론지을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은 그 이후 경기 침체 없이 성장해오고 있다.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졌지 않느냐는 비판은 앞으로 해결해 나갈 숙제이긴 하나 그렇다고 3년 전으로 돌아가 부동산 잡고 빈부격차 없애자고 경기를 얼어붙게하자는 결정은 지금의 비판자마저 반대하리라고 생각된다.

미국연방은행과 한국은행의 두 전임수장은 부동산의 거품을 감수하더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둘 다 경제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부동산의 문제를 남겨주었다. 차이는 그린스펀 의장은 정책의 선택을 당당하게 설명하는데 한국의 총재는 비판에 대해 방어해야하는 뉘앙스를 준다는 점이다. 한국에 소신있는 리더가 부족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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